1990년대 미국 시장은 픽업트럭과 SUV 판매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1990년 포드는 익스플로러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넘치는 수요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까지 영향을 미쳤다. 링컨은 2002년 에비에이터를 선보였다. 코드네임 ‘UN152’의 1세대는 익스플로러와 나눠 쓴 U1 플랫폼을 밑바탕 삼았다.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유니바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05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반응이 시원치 않아서다. 미국 시장 기준으로, 누적 7만2,601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안방 시장에서만 연간 30만~40만 대씩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던 익스플로러와 비교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신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새 발의 피’ 수준이었다.
2019년 말, 링컨이 15년 만에 에비에이터를 부활시켰다. 개발명 ‘U611’의 2세대는 모노코크 바디를 사용한다. 6세대 익스플로러의 후륜 기반 플랫폼 ‘CD6’과 파워트레인 등을 공유한다. 덩치를 1세대보다 한껏 키웠다. 가령 휠베이스가 37㎜ 더 넉넉하다.
항공기 연상케 하는 디자인
에비에이터는 미드사이즈 SUV다. 위로는 내비게이터, 아래로는 노틸러스가 자리한다. 차체 길이×너비×높이는 5,065×2,020×1,760㎜. 한눈에 봐도 크다. 차체 길이가 5m를 넘지 않는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GLE, 제네시스 GV80는 물론 5,050㎜의 캐딜락 XT6보다도 크다. 휠베이스는 3,025㎜인데, X5, GLE, XT6, GV80 모두 3m를 넘지 않는다.
디자인은 항공기를 테마로 삼았다. 블랙 레이블 트림의 앞쪽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길쭉한 장식을 넣었는데, 리저브에는 6각형 모양 장식이 들어간다.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 링컨스타 엠블럼은 밤이면 은은하게 빛난다. 어댑티브 기능을 넣은 헤드램프는 전부 LED다. 범퍼 양 끝을 ‘ㄱ’자로 팠는데, 사이를 직선으로 이어 차가 더 넓고 낮아 보인다. 전체적인 느낌은 코세어와 많이 닮았다.
옆쪽은 매끈한 유선형 디자인이 돋보인다. 펜더에는 에비에이터 레터링을 새겼다. 지붕은 트렁크까지 완만하게 내려가는 반면, 윈도우 라인은 수평을 유지한다. 넓은 창문 덕분에 3열에 앉아도 개방감이 좋다. 문 손잡이는 전자식으로 안쪽 스위치를 건드리면 된다. 불완전하게 닫은 문을 꽉 닫아주는 ‘소프트 클로징’ 기능도 넣었다. 전자식 문이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해 운전석 문 아래쪽에 기계식 레버를 마련했다.
거대한 22인치 휠은 스포크가 많다. 안쪽을 검게 칠해 리저브 트림보다 한층 스포티하다. 타이어는 275/40 R 22 크기의 굿이어 이글 투어링을 신겼다. 에어 서스펜션은 타고 내리거나 짐 실을 땐 편의를 위해 차체 높이를 낮춘다. 높낮이 조절 범위가 꽤 크다.
트렁크 해치에는 에비에이터라는 차명 대신 링컨 레터링을 널찍하게 붙였다. 테일램프는 좌우로 길게 뻗은 항공기 날개를 닮았다. 심심할 뻔했던 범퍼엔 크롬 장식을 더해 생기를 줬다. 배기구는 양쪽에 2개씩 넣었다.
넓고 안락한 실내, 아쉬운 버튼 마감
블랙 레이블 트림은 실내 테마를 3가지 중 고를 수 있다. 시승차는 항공기에서 본 딴 ‘플라이트’인데, 마호가니 카이야 가죽 재질의 ‘데스티네이션’, 눈 덮인 숲속 오두막 테마의 ‘샬레’도 있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쥐기 편하고, 10시 방향에는 음성인식 버튼을 넣었다. 양쪽 스포크에 있는 조그 다이얼은 상황에 따라 기능을 달리한다.
LCD 계기판 크기는 12.3인치, 중앙 모니터는 10인치로 정보를 시원스레 보여준다. 어라운드뷰 기능은 화질도 좋고 왜곡도 적다. 내비게이션은 따로 메뉴가 없고 스티어링 휠의 특정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한다. 국내에서 추가한 옵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기판 한글화 문제가 조금 있다. ‘익사이팅(Exciting)’ 모드를 ‘떨림’이라고 번역하는 식인데, 사소한 부분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전동 시트는 컨티넨탈과 같은 사양으로, 무려 30방향 조절이 가능하다. 예컨대 등받이 어깨나 좌우 허벅지 받침을 각각 움직일 수 있어 다양한 체형을 두루 만족시킨다.
가죽은 부드럽고 목재는 매끈해 고급감을 잘 살렸다. 전자식 변속 버튼은 피아노 건반 모양이다. 그 아래 많은 기능을 담은 버튼들은 누르기 편하다. 하지만 버튼을 조작할 때 미세하게 좌우로 흔들려 아쉽다. 고급차답지 못한 마감이다.
5m 넘는 길이와 3m 이상의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는 광활하다. 블랙 레이블 트림은 6인승으로, 2열에 독립 시트 2개를 넣었다. 리클라이닝 기능뿐 아니라 앞뒤 슬라이딩도 가능해 3열 공간 확보에 유리하다. 센터 콘솔 박스 뒤쪽 5.8인치 모니터로 2, 3열 공조기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시트 통풍 기능은 2열까지 지원한다. 3열은 트렁크에서 버튼을 눌러 접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VDA 기준 518~2,200L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