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巳)
뱀은 12지의 여섯 번째 동물로서
시각으로는 오전 9시에서 11시,
방향으로는 남남동,
달로는 음력 4월에 해당한다.
뱀은 열 두 띠 동물 중에서도 특히 지혜와 부활의 상징으로 자리잡아왔다.
이는 알아서 겨울잠을 잘 줄 알고 허물을 벗음으로써
재생을 시도하는 뱀의 속성에 따른 것이다.
※ 본문설명
파충류의 동물 실체로 일상생활에서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거나 흉물로 배척당하지만 민속신앙에서는 신적 존재로 위해지면서 일찍부터 다양한 풍속이 전승되고 있다.
뱀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다. 땅에 가장 많이 몸을 대고 살기에 땅과 밀접하며 냉혈동물이고, 독을 품고 있어 두렵다.
그런가 하면 뱀이 크면 구렁이가 되고, 이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이시미)가 되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거나 어떤 계기를 가지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민속체계가 있다. 뱀의 범주에는 이무기, 구렁이, 뱀이 다 포함된다.
뱀 하면 가정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기다란 몸뚱이, 소리없이 발 밑을 스윽하고 스쳐 지나가는 듯한 촉감, 미끈하고 축축할 것 같은 피부, 무서운 독을 품은 채 허공을 날름거리는 길다란 혀, 사람을 노려보는 듯한 차가운 눈초리, 게다가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교활함의 대명사가 돼 버린 뱀은 분명 우리 인간에게 그리 반가운 동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지나친 혐오감 뒤에는 또다른 호기심과 관심이 있다.
뱀은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이것이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하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不死)→재생(再生)→영생(永生)의 상징으로 무덤의 수호신, 지신(地神), 죽은 이의 새로운 재생과 영생을 돕는 존재 인식했다. 또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의 다산성(多産性)은 풍요(豊饒)와 재물(財物),가복(家福)의 신이며, 뱀은 생명 탄생과 치유의 힘, 지혜와 예언의 능력, 끈질긴 생명력과 짝사랑의 화신으로 문화적 변신을 하게 된다. 우리가 뱀을 각기 문화적 맥락 속으로 상징화할 때 생긴 문화적 오해 때문이다.
뱀은 치료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이다.
이 의술신의 딸이 들고 다니는 단장에는 언제나 한 마리의 뱀이 둘둘 말려 있었다. 이 뱀은 의신의 신성한 하인이었고, 해마다 다시 소생하여 탈피함으로서 새로운 정력을 소생시킨다는 스태미너의 심벌로 간주돼 왔다. 지금도 군의관의 뺏지는 십자가 나무에 뱀 두 마리가 감긴 도안이고, 유럽의 병원과 약국의 문장은 치료의 신, 의술의 신을 상징하는 뱀이다.
한편 뱀은 민간의료의 약용으로도 쓰인다. 약용으로 쓰는 뱀은 주로 살모사, 구렁이, 칠점사, 독사, 독뱀 등이다. 뱀은 정력강장 작용을 하고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하강작용을 하며, 일체의 허약성으로 오는 질환에 사용된다고 알려졌다. 뱀허물도 중요한 약재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산림경제(山林經濟)』 등에서도 뱀 허물이 약재로 쓰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서 뱀허물이 정창, 모든 상처에 파리와 구더기를 없애는데, 태(胞衣)가 나오지 않을 때, 경풍(驚風) 등이 쓰인다고 했다
※ 보충설명
§ 뱀의 생태
뱀은 1억 3천만년 전부터 지구상에 등장하여 오늘에 이른다. 등과 배에는 가늘고 긴 비늘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뱀에게 비늘은 곧,피부인 것이다.
뱀은 육식성이며 과일이나 풀을 먹는 종류는 없다.뱀에게 특히 발달된 것이 후각이다. 이는 입 속에 있는 야콥슨 기관 때문이다. 야콥슨 기관은 혀로 받아들인 냄새입자를 식별하는 중요한 부위다.
뱀은 다리가 없다.따라서 이동할 때는 지상에서 S자 형태로 이동한다.지면을 뒤로 밀어내면서 몸을 앞으로 보낸다. 뱀이 다리가 없는 것은 지구상의 모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겨울잠을 자는 뱀은 봄이 되면 알아서 지상으로 나온다. 땅과 몸을 대고 살기에 땅의 섭리를 가장 잘 아는 동물이 뱀이다.
뱀은 온도변화에 민감하다.주변의 온도가 높아지면 체온이 올라가고 온도가 낮아지면 체온 또한 내려간다.
§ 뱀은 불사와 재생의 상징
뱀은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이처럼 뱀은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상징이자,재생의 동물로 자리매김해 온 것이다.역사적으로 볼 때 뱀은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되어 온 것 같다. 뱀이 지닌 영생의 의미는 고대 유물의 장식품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재생,허물을 벗는 환생,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불사의 의미 때문에 뱀은 유물의 소재로 널리 쓰였다.
§ 풍요와 다산의 상징. 뱀 (박혁거세의 신화)
알이나 새끼를 많이 낳았다는 이유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자주 쓰였다는 점도 짐작해볼 수 있다.
뱀에 관한 설화로는 신라시조 박혁거세 신화가 대표적이다.
혁거세왕이 하나를 다스린 지 62년 만에 하늘로 올라가더니 7일만에 시체가 다섯으로 땅에 떨어지면서 흩어졌는데.이를 신라 사람들이 이를 모아서 묻으려 하니 큰 뱀이 쫓아와 이를 방해하였다.따라서 오체를 각각 장사를 지냈으니,그 자리를 오릉 또는 사릉이라 일컫는다..
혁거세의 시신을 나누어 묻은 것은 풍요의 상징이며 뱀은 풍요를 분배하는 존재로 인식된 것이다.
§ 집 지킴이 뱀
뱀은 집안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제주도에는 이같은 뱀의 민속신앙이 보존되어 있다. 기후가 온화하여 뱀이 많았던 제주도에는 뱀에 관련된 신앙이 발달되어 있다.
제주도에서는 각종 양식이 들어있는 장독 중에 하나를 안칠성으로 모시고 후원에는 짚으로 만든 밧칠성을 섬겼다.
§ 뱀의 다양한 상징성
우리 민족은 뱀을 수호신으로까지 승화시키곤 했다. 영생과 불사를 뜻하는 뱀은 생명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의 딸이 들고 있는 단장에는 뱀이 감겨져 있다. 의사의 상징으로 뱀이 등장하는 것은 이 같은 사실에서 근거한 것이다.
최근에는 뱀이 인간에게 한층 가까워진 동물이 되고 있다. 애완동물에도 개성이 중요해지면서,뱀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사악하고 간사한 모습을 보기 보다는 뱀이 지닌 풍요와 지혜의 장점을 볼 줄 알았던 우리 조상들.
집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불사와 영생,부활을 뜻하는 영적 존재로서,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었던 뱀.
뱀은 이제 두려움과 간교함의 대상이 아니라,세시풍속에 민감했던 우리 조상들의 십이지 동물로서 다시 한번 인식될 만하다.
하나의 사물에서 다각적인 상징을 발견해내던 그들.십이지 동물 뱀에서 우리 조상들의 밝은 시각을 본다.
※ 본문출처 : [국가문화유산종합정보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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