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ri(클리앙)
2023-07-23 18:50:58
안녕하십니까,
저는 얼마전 보도된 아래 기사내용 속 해당 학부모의 친한 친구입니다.
응급수술로 클리앙에 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제 친구 딸아이가 학교에서 쓰러지고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들어왔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슬픔을 지금도 느끼고 있습니다.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속에서 학교와 의료체계 속에서
발생한 일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529601
기사를 접한 혹자들은 '또 학교 탓이냐', '학교에서 뇌출혈 진단이라고 해야하냐', '그럴거면 왜 아이를 학교에 보내냐'
등등의 유족들 가슴에 비수를 꽂는 댓글을 남기시더군요,,,
유족측의 동의를 받아 사실관계를 좀 더 자세히 적은 내용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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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보도 되고 난 후 각종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마치 사실 처럼 전파되고 있어서 본 내용도 게시합니다.
아래 내용은 학교에서 작성해준 문서와 학교에 방문하여
선생님들께 직접 들은 내용, 휴대전화 및 CCTV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전 **초등학교 6학년 2반에 재학중이었던 고 *** 의 아버지 ***입니다.
지난 7월14일 중환자실에서 2주간 연명치료를 하다가 하늘로 떠난 저희 딸을 생각하면
아직도 꿈인 것 같고, 가슴이 찢어지지만.. 다시는 동일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조심히 글을 남깁니다.
(딸이 쓰러진 시점부터의 주요 사실)
10:20경 머리가 아파서 보건실에 다녀오겠다고 보고 후 보건실로 걸어서 이동
10:22 아이가 엄마에게 전화하여 머리가 아파서 보건실을 간다고 이야기 함
10:25경 보건실 도착
-보건교사: 아이가 멀쩡히 걸어들어왔고 열이37.1도 밖에 되지 않아 약은 주지 않고 침상에 누워 있으라고 함
-보건실에 동일시간대에 있던 6학년 친구들: 하얀색 알약을 줬고 물을 뜨러가던 딸 아이가 주저 앉는 것을 목격했고,
아이의 안색이 너무 좋지 않았음
10:28경 보건교사는 5학년 0반에 보건 수업이 있어서 보건실을 나가서 5학년 0반으로 이동,
5학년 0반 담임교사와 5학년 0반 교실에서 보건업무관련 인수인계(머리 아픈 아이가 1명 있으니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이야기 해 달라고 함)
*보건 수업으로 보건교사가 보건실 부재시 해당 학급(보건수업을 하는)의 담임교사가 보건교사 업무 대행토록 학교 계획에 명시
10:28~10:39사이 보건실 도착한 5학년0반 담임교사가 보건실 도착했을 때 침상에 아이가 없어 의아해하고 있는데
아이가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몸을 비틀고 울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함.
아이에게 "어떻게 해줄까?"라고 묻자, 아이가 교실로 가길 희망하여 담임교사에게 통보(전화) 후 보건실에서 내보냄.
잠시 후 보건실 바로 앞 화장실에서 쓰러져있던 아이를 청소도우미 아주머니께서 발견 후
보건실에 있던 5학년 0반 교사에게 인계하였고
5학년 0반 교사는 아이를 엘리베이터에 탑승시키고 다시 보건실로 복귀(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도 전에)
10:39~10:43경 보건실에 있던 5학년 0반 교사가 엘리베이터 쪽(10~15m이격)에서 울음소리가 들려
다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가 해당 층에 그대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담임교사에게 전화하여"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이야기 함.
4층 연구실에 있던 담임교사가 본인이 내려가보겠다고 이야기 한후 엘리베이터를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4층으로 이동하였고 문이 열리자 아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림.
10:43경 엘리베이터 하차 후 15m쯤 선생님 부축을 받고 이동하는 중에 아이가 다리가 풀려 주저 앉음.
담임교사는 딸에게 "선생님이 교실에가서 책가방이랑 소지품 챙겨올게. 힘들면 누워있어"라고 이야기하고
아이를 홀로두고 3층교실로 이동하면서 하이톡(어플)으로 아이 엄마에게 전화하여 아이가 집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였고,
아이엄마는 정문으로 아이를 내려 보내 달라고 함
10:47 아이 엄마가 학교 정문 도착했으나 아이가 없어서 인터폰 누르던 상황에 담임선생님 전화왔으나 못받았고
50분 경 하이톡 통화로 아이가 내려갈 수 없는 상태이니 올라와 달라는 전화를 받음
10:50경 아이엄마가 4층으로 올라가 쓰러져 있는 딸을 담임교사로 부터 인계 받음.
아이는 왼손으로 티셔츠를 잡아 뜯고 구토를 1회 하였고 동공이 풀린 상태이며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음.
아이엄마가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여 담임교사가 10:55경 119에 전화함.
이 쯤 아이가 방뇨증상을 보였고 옆에 있던 교담선생님 중 1명이 아이가 추울 수 있다고 하며 가디건을 주며 덮어주라고 함.
보건교사는 주무르고 아이를 바라보는 것 외에 조치사항 없음
11:10~11:15사이 119가 *근처 **초등학교로 잘못 출동했다가 다시 **초로 도착,
아이 상태를 확인 후 다시 들것을 들고 와서 구급차로 이동, 구급차에는 보건교사 탑승
11:40경 세종 충남대 병원으로 이동시작
12:13 세종 충남대병원 도착
12:30 경 아이엄마가 병원에 도착, 기도삽관 중인 처치 확인하고 보건교사의 상화헐명 들음.
*아이의 맥박, 혈압, 호흡 괜찮았는데 병원들어오면서 호흡이 떨어졌다고 함
*차후 재확인시(7.11오후) 구급대원이 의사에게 환자인계시 구급차 내에서 7회의 경련(발작)이 있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고
보건교사가 이야기 함.
13:00경 검사결과 뇌출혈 진단을 받았으며 13:40경 수술 진행하겠다고 확인, 14:00경 수술실 이동,
15:38경 회복실에서 중환자실로 이동한다는 문자 수신
이후 7.14 02:17까지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 사망
(선생님들의 조치 중 아쉽고, 의문이 드는 사항)
1. 보건교사
가. 보건실에서 주저 앉은 아이를 왜 보지 못했는지(함께 있던 아이들은 보았음)
나. 아픈 아이를 홀로 두고 보건실을 비우는 것이 적당한 조치였는지..
(대리임무를 수행하는 5학년 0반 담임선생님과 현장에서 인수인계 하였다면 어땠을지)
다. 담임교사의 전화를 받고 아이가 쓰려져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왜 119를 부르지 않았는지..
2. 담임선생님
가. 아이가 머리 아프다고 소리지르며 운다는 전화를 받고 보건실로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없었는지..
(해당시간은 영어 수업으로 담임교사는 수업을 하지 않고 연구실에 있는 상황이었음)
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딸 아이의 상태를 보고 왜 119를 부르지 않고, 아이를 복도에 혼자두고 엄마에게 전화하고,
가방 가지러 가는 등 조퇴시킬 준비만 했는지..
3. 5학년 0반 선생님(해당시간 보건교사 대리)
가. 화장실에 쓰러져 울고 있는 아이를 청소아주머니로부터 인계 받고 왜 보건교사(의료인)에게 연락하지 않았는지..
나. 화장실에서 구토하고 쓰러졌던 아이를 엘리베이터에 혼자 태우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도 전에 자리를 이탈하여 보건실로 가야만 했는지..
다. 울음소리를 듣고 다시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아이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걸 알았는데
왜 엘리베이터 문도 열어보지 않고 다시 보건실로 가서 담임교사에게 전화 했는지..
제가 이렇게 민원을 넣는다고 죽은 딸 아이가 살아나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사고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만약 아이가 조금만 빨리 119를 타고 의식이 있는 상태로 병원에 갔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 10초, 아니 5초면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3분~4분간 홀로 고통스러워했던 아이의 CCTV영상을 보며
엄마, 아빠는 오늘도 죄인이 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다시는 우리 딸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아이의 장례를 마치고.. 딸이 의식있을 때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고, 그때 함께 있었던 선생님들을 뵙기 위해..
아픈 마음을 안고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장례내내 함께 슬퍼해주고 미안해 하시던 교장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혹시 아이의 사고와 관련해서 충격을 받은 아이의 친구나 선생님들을 잘 보살펴 달라는 말씀을 드린 후 현장 상황 설명을 들었는데..
관련 교사 세분은..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만 하시더군요.
우리 아이가 뇌출혈인 것을 왜 알아내지 못했는지에 의문을 제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젊은 선생님들도 많이 놀라서 제대로 조치하기 어려웠을 것 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픈 아이를 대하는 관련 교사 세분의 행동은 올바른 선생님, 올바른 어른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딸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위로의 말 보다.. 잘못이 없음을 먼저 어필하는 선생님들께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다시는 우리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부서에서 정확한 확인 및 조치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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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저는 아래의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 학교에서의 조치는 적절하였는가?
- 학교현장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대응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였는지, 숙지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둘째.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응급환자를 받아줄 병원이 없었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 응급상황 발생 시 응급실에서 진료받는 것을 개인 운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넘어가야하는가,,,
최근 학교내에서 부당한 학부모의 요구로 인해 젊은 나이에 생을 달리하신 선생님께는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그러나 제 친구 딸아이에게 발생한 일에 대해 학교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조차
동일선상에서 진상 학부모 취급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 부부는 지금까지도 나라를 위해 헌신해온 경찰, 군인 부부입니다.
군인인 아이 아빠는,,, 아이와 병원 중환자실에 있던 그 2주가,,,
여태껏 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 중 가장 긴 시간이었다고 하더군요,,,
본인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해왔는데, 정작 제 아이는 제대로 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보냈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전문가도 아니고 의료전문가도 아닙니다.
다만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만약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그 장소가 학교라면, 적어도 선생님들의 보호하에 적절한 조치를 받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로 안심하고 학교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아이가 아프거나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생님 몰래 휴대폰으로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해야할지
스스로 판단해서 119를 부르라고 해야할지를 말입니다.
요즘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됩니다.
그런데 그 말이 이렇게 무서운 말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되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이 더는 발생되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각자도생의 방법을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서
정치권에서 나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며, 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