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는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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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방에서 근무중인 20년차 초등 교사입니다.
나이도 40대 후반을 넘어가고 있네요. 같은 교단에 서 있는 동료교사로 작금의 상황들이 정말 마음이 무겁고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저는 작년부터 학교에서 학교폭력책임교사를 맡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책임교사를 2년 이상 하는 교사는 5%도 채 되지 않지요. 작은 나이가 아니지만 그래도 배울게 있고 아이들과 학부모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 싶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학년부장과 담임교사, 인성부장, 아동학대, 학교폭력책임교사를 모두 맡고 있네요. 올해 1학기에만 우리학교에서 6건의 학교폭력이 있었습니다. 현재 소송중인 것도 있고요. 저에게는 정말이지 지옥과도 같은 1학기였습니다. 담임교사로 학급을 책임져야 하고, 학년부장으로 학년 선생님들을 챙겨야 하지만 3월 3일부터 터지기 시작하는 학교폭력으로 결국에는 저도 불면증과 우울증, 스트레스성 적응장애로 정신과 진단을 받게 되었네요. 남은 것은 번아웃된 마음과 회복되지 않는 몸과 마음이네요. 아내는 내년에는 1년 휴직하고 쉬는게 좋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이들도 중학생이다 보니 다른 걱정이네요.
저는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피해학생, 가해학생, 그리고 그 부모들과 통화할때는 모두 녹음을 합니다. 학교폭력을 담당하다 보면 정말 학부모의 밑바닥까지 다 보게됩니다. 피해자 학부모는 "왜 내 요구대로 되지 않느냐"고 항의하고, 가해자 학부모는 대부분 사태의 심각성이나 자기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와 통화하다보면 아빠라는 사람이 옆에서 제 욕을 하는 것도 듣고, 본인이 경찰간부인 것을 강조하면서 거의 사람을 취조하듯이 몰아세우는 경우도 있었지요. 저녁시간에 제가 통화가 안되면 가해자 부모들끼리 모여서 단체로 전화해서 서너시간 통화할때도 있었고... 한번 전화하면 기본 30분이니.... 학교폭력 사안이 공식적으로 접수되면 아무리 해결이 원만하게 잘 된다 하더라도 최소 2주에서 3주는 걸립니다. 교육청까지 올라가면 2달 가까이 걸리죠. 그러면 그 몇주동안은 거의 매일 전화옵니다. 학폭이 한번 터지면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과같은 생활이 반복됩니다. 학교나 책임교사에게는 수사권이나 강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죠.
그러면서 학생들의 인권은 갈수록 강조하고 있고 선생님은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자는 아이를 꺠울수도 없고, 벌을 줄 수도 없고, 얼차려를 줄 수도 없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습니다. 몇개의 지자체에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보면 정말 규정이 기가찹니다.
학생이 욕을 하거나 선생님에게 대든다고 해서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 학부모는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웃긴게 아동학대는 경찰단계에서 사건 종결을 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검찰까지는 올라갑니다. 그리고 아동학대는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아요. 교사가 혐의없음 등으로 나오더라도 무고죄로 상대방을 고소할 수 없습니다. 그냥 경찰, 시청, 검찰청, 교육청으로 질질 끌려다니며 사람을 녹초로 만들기 위함이죠...
이번에 이슈가 되었던 6학년 분노조절장애 학생과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100명당 한두명은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교내 상담을 통해 ADHD나 충동조절장애 등이 의심되니 병원진료를 해 보라고 안내를 하더라도 거부하는 경우 태반입니다. 학교에서 강제로 진료를 받게 하는 권한도 없습니다.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럼 그 피해는 오롯이 같은 반 아이들과 교사의 몫이되는 것이죠. 물론 ADHD나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기에 제일 괴롭겠지만요...
회원님들.. 이번에 있었던 6학년 학생의 폭력과 서이초 선생님 사건은 정말 빙산의 일각입니다. 제가 주변에 들어 들어 아는 것만 해도 우리 지역에 최근 몇년 안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스스로 생을 등진 교사가 3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교육청이나 교장, 교감은 쉬쉬하지요.
올해만 무사히 지나간다면 이제 제 인생에 더 이상 학교폭력 업무는 하지 않을겁니다만 가장 마음이 아픈것은 가해 학생들 부모와 수차례 상담을 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더라도 가해학생을 만나서 부모님에 대해 물어보면 '엄마가 걔(피해자)랑 놀지 말라고 했어요. 걔 옆에도 가지 말라고 했어요. 말도 하지 말라 했어요. 어떤 아이는 아빠가 별거아니래요.'..... 애가 뭘 보고 배울까요...
휴.... 자기 전에 그냥 넋두리 해 봅니다. 하루빨리 어느누구에게도 기울어짐 없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학교가 되었으면 하네요.
안녕히 주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