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 '이중고', 개인 투자자는 외면하고 오버행 이슈까지
8일 코스피 지수가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도 속에 1980선까지 밀렸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4일 2000선 밑으로 하락한 뒤 8거래일째 2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혔다.
국내 증시가 활력을 찾지 못하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은 증권주다. 이날 증권업종 지수는 전날 대비 2.49% 하락해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수익률(-0.67%)에 비해서도 크게 부진했다.
종목별로 대우증권 (12,150원 500 -4.0%)과 키움증권 (60,700원 2400 -3.8%), 현대증권 (8,900원 300 -3.3%)이 각각 3.95%, 3.80%, 3.26% 하락해 낙폭이 두드러졌고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1%대 약세를 기록했다. 증권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강추'하는 한국금융지주 (39,400원 500 -1.2%) 역시 1%대로 밀렸다.
'스마슈머' 늘어날 수록 괴롭다=증권사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주식매매수수료가 증시 불황 여파로 급감하면서 증권주들이 기를 못 펴고 있다. 주식거래가 급감한 배경에는 '스마슈머' 성향의 개인 투자자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스마슈머'는 '똑똑한 소비자'(Smart Consumer)라는 뜻의 신조어. 이민희 토러스 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현명하진 개인 투자자들은 단순한 추종매매를 자제하고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슈머는 단기간 지수 반등폭 보다는 최소 3개월 이상 연속적인 상승세를 확인해야 주식 거래를 재개할 것"이라며 "증권사 수익 개선을 이끌 개인투자자의 자금 이동은 앞으로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라고 봤다.
실제 개인 투자자의 주식매매회전율은 2002년 1000%에 육박했으나 지난 6월말 기준으로 400%로 축소됐고, 1개월 미만 단기투자자 비중도 10% 이내로 하락했다. 최근 거래대금 규모가 커졌으나 이는 대규모 매도세에 따른 것이지 개인의 매수로 인한 것은 아니란 분석이다.
스마슈머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개인의 금융상품자산 중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지난 2007년 34%를 차지했으나 6월말 현재 27%로 5년간 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채권비중은 7%에서 20%로 13%포인트나 확대됐다.
'설상가상' 오버행 이슈까지=개인이 주식시장에 대해 경계감을 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 내부적인 악재도 산재해 있다.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로 발생한 우리사주 오버행 이슈(물량부담)이 그 첫째다.
현재까지 우리사주 평균 수익률은 32.8% 수준으로 차익실현을 위한 보호예수 물량이 나올 걸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내년 초까지 주가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사주 지분율이 높은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순으로 부담이 크다.
주식형펀드, ELS(주가연계증권)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ETF(상장지수펀드)와 소매채권이 성장성이 있으나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으면서 증권사들이 신규 수익원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물론 이 와중에도 애널리스트들이 '추전'하는 증권주는 있기 마련.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산건전성 우려가 없는 북밸류(장부가) 이하의 증권주는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절대 수준이 싸거나 ROE(자기자본이익률) 대비 싼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구체적으로, 운용사 등 든든한 자회사를 거느린 한국금융지주 (39,400원 500 -1.2%)와, 소매채권·방카쉬랑스 등 상품판매 강점을 갖고 있는 삼성증권 (51,600원 900 -1.7%), 충성도 높은 개인 고객을 거느린 키움증권 (60,700원 2400 -3.8%) 등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