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의 장편소설
因 緣
<제1편 세상 문>
⑰ 양지호라는 사람-12
그러한 꼬락서니를 언제까지 바라보아야 하는지, 자신 스스로도 자괴감마저 밀려들어 비참하고 가엾은 자각지심이 들었다.
더욱이 앞으로는 경산과 직장도 같이 다녀야할 뿐 아니라, 두현 접주와 인연을 맺어주는 문제를 미루어 본다면, 남편의 그러한 행패는 이제껏 그녀가 쌓아올린 모두를 허물어뜨리는 꼴이 될 터이니 추호도 그냥 어물쩍하게 넘겨서는 아니 되었다.
게다가 경산은 그러한 남편의 행패를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터이고, 그러면 필시 어디론가 흔적 없이 떠나갈 게 틀림없었다. 이러한 평지풍파가 어디 있을까싶었다.
조금 전에 두현 접주가 흘리던 말마따나 인연이 끼치어야한다는 말이 선뜻 가슴을 찔렀다.
참으로 믿는 도끼에 발을 찍힌다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이렇다고 생각하니 정숙은 큰일이 났다는 생각밖에 더는 없었다. 경산이야 이곳을 떠나면 그만이겠지만, 날마다 보는 공장장에게 사람 하나를 쓰게 해달라고 비대발괄하여 철석같이 약속하였다. 그런데 두현 접주의 일이나, 공장의 일이 다 거짓으로 끝이 난다는 생각이 앞질렀다.
어쩌면 이미 실없는 거짓으로 모두가 허탈하게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모두가 다 경산의 마음 한켠에 달리어있기는 하였으나, 아까 목격한대로 인사불성이 되어서 숫제 목을 치마끈으로 동여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서슬은 마음이 선뜻 돌아설 기미가 숫제 보이지 않았다.
주검처럼 누어있는 남편의 얼굴은 보기에도 몸서리치게 일그러지어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이제는 상처부위가 여기저기 밤톨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와 한정 없이 부어오르기 시작하는 거였다.
차마 눈뜨고서 보기에는 너무나 처참해서 정숙은 얼굴을 찌푸리고 망연자실 바라보기만 하였다. 게다가 터지고 깨어진 입술은 윤곽조차 알아볼 수 없었고, 부어오른 입 언저리에서는 아직도 진한 선지피가 끈끈히 흘러나왔다.
정숙은 이불솜과 옷가지를 넣어둔 궤짝을 열어젖히고, 헌 솜뭉치를 움켜내다가 흘러나오는 핏물을 조심조심 닦아내었다. 그러나 그럴 적마다 남편은 아픔을 느끼는지 이를 악물고 신음하면서 외마디소리를 쳐대었다.
“아구구- 아이구구-.”
그러면서 연신 그르렁그르렁 거친 숨소리를 흘리어내더니, 어느 순간 기진맥진이 되어 혼미 속으로 빠지어들어 가쁜 숨소리를 연신 흘리었다.
정숙은 남편이 혼미 속으로 가물어치고 가까스로 거친 숨소리를 가라앉히자 경산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던 경산은 지금쯤 어찌되었는지 궁금할 뿐 아니라, 정희에게 업힌 세룡이도 데리어다가 젖을 빨려야 하였다. 여간해서 입을 떼지 않으려는 경산이지만, 어떻게든지 이야기를 들어야 하였다.
이렇게 생각한 정숙은 부리나케 문을 젖히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경산의 집을 들어섰을 때에는 사위가 조용하여 적막감마저 들었다. 아까 마당에 모여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 참 닫힌 방문 앞으로 다가가 미닫이문을 밀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누어있는 경산의 머리맡에 세룡이를 업은 정희가 시무룩이 풀이 죽어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가 힐끗 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는 거였다.
“정희야! 어머님 잠드셨니?”
“......!”
정숙이 이렇게 묻는데도 정희는 얼굴을 잠시 돌리기는 하였으나 입을 떼지 않고 고개만 어렴풋이 끄덕이었다.
모르기는 하였지만, 정희는 세룡이 아빠와 경산이 이 지경이 된 일을 처음부터 다 지켜보았을 터이었다. 그리고 남편이 어머니를 이렇게 만들어놓았다는 원망이 속에 응어리지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
첫댓글 계속 정숙씨만 바쁩니다 ㅎ
힘찬 월요일 출발입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
지난 주말은 아버님 생신을 맞아 시인 생가를 방문하는 등
보람차고 뿌듯한 일정 보내시느라 수고를 많이 하셨습니다.
더위에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백마강님 오늘은 연재를 안하셨네요?!
멀리 출장을 가셨나요?
아침밥 먹듯이 습관처럼 들어왔는데...
편챦으신건 아니지요?
걱정을 끼쳐드려서 미안합니다.
지난밤 오늘 올릴 원고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코 내일은 글을 못 올리는구나? 그러면 내일은 종일 스토리나 뜯어고치고 모레 올리겠노라고 취침했지요. 그렇지만 새벽 3시반 정상기상만 하면 교정은 할 수 있는데 그만 늦잠을 자게 되어 부랴부랴 청양 가기도 바쁘게 되었답니다.
어느 구름낀 날 아침 왜 오늘은 해가 뜨지 않는지 걱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걱정 근심이 되는 것 이게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