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곳 카타르에서 지낼 날도 20일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조금 짧게 있게 되었네요.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니 조금 서운한 맘도 없지 않고... 사막이 무에 그리 서운하다고, 저도 참... ㅎㅎㅎ
몇 달간 내 집이거니 하고 지냈던 정이 있었던가 봅니다.
이제 10월 25일, 이곳 시간으로 약 10시 쯤 비행기를 타면 당분간은 카타르란 곳에 올 일은 아마 없을 듯 싶습니다.
뭐, 결국 근처의 어느 나라이던지 중동 사막이라는 곳으로 곧 다시 돌아올 팔자이기는 하지만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결정된 후 약 한 달간을 지내며 금요일마다 도하 시내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피곤하기도 하고, 몇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차량을 저 혼자 독점해서 하루를 사용하는 것도 조금 그렇고, 사막 도시가 다 그렇지 하는 생각에서도 그렇고... 아뭏든 도하 시내를 거의 나가지 않고 휴일마다 방에 누워서 노트북에 다운받은 영화를 보거나 새벽에 일어나느라 늘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시간을 보냈었지요.
그러나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생각하니 도하 시내에도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나가더라도 목요일마다 이어지는 회식 때문에 금요일 오전은 푹 자고, 점심 먹고 나서 조금 더 자고 (ㅡ.ㅡ;;) 머리 갂고 나서 조금 선선해진 오후 3시 ~4시 이후에 슬 슬 차를 몰고 나가서 쇼핑센터나 둘러 보고는 그곳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밤에 들어오는 일정입니다.
사실 중동 사람들도 뜨거운 대낮에는 거의 나다니지를 않고 저녁부터 밤이 이슥할 때까지 움직이니, 제가 딱히 특별하게 행동한 것은 아니었지요.
이제 중동식 생활 리듬마저 몸에 배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지난 두 주에 걸쳐 다녀온 곳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Villagio라는 쇼핑몰입니다. 주차장에서 찍은 것인데, 오른 쪽에 높은 탑이 지난 2006 도하 아시안 게임 때 타오르던 성화대입니다. 쇼핑몰은 아시안 게임 당시 부속 건물로 지어졌던 것입니다. 성화대 바로 오른 쪽 뒤에 메인 스타디엄이 있습니다. 왼쪽의 작은 탑이 있는 건물이 쇼핑몰입니다.
쇼핑몰 안에 있는 베느스식 곤돌라입니다. 중동에서 어떤 시설에 들어갔을 때 바닷물이 아닌 민물을 사용한 큰 시설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곳이 식당이건, 쇼핑몰이건 매우 고급 시설에 들어와 있다고 믿으시면 됩니다. 이곳은 특이하게 분수나 연못이 아닌 곤돌라 시설을 만들었더군요.
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곤돌라 탑승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쇼핑몰 정문에서 주차장을 바라본 광경입니다. 바로 앞에 매우 고급 차가 막 주인을 태우고 떠나는 광경입니다. 우리나라 S그룹 회장이 타는 차와 같은 차종이더군요. 독일제... ㅡ.ㅡ
일주일이 지난 후, 이번에는 지난 주와는 반대 편, 바닷가 부두로 나왔습니다. 시내의 금융가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 부둣가입니다. 몇 개의 부두 중 부교가 설치된 소형 어선용 부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낚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멀리 크루즈 선박 두 척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정박한 것이 보었습니다.
만(灣) 건너편으로 보이는 건물 사이로 시나브로 넘어가고 있는 햇빛을 잡아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잡았는지 '이크~~!'하는 소리와 함께 낚시를 끌어올리더군요. 이곳 물은 어찌나 맑은지 부두임에도 불구하고 물 속에서 노니는 각종 물고기가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발로 살짝 밟은 채 낚시 바늘을 빼내더군요.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잡히는 쥐치 비슷한 물고기입니다, 손바닥 만 한 넘이 올라왔네요. 우리나라 같으면 즉석에서 손칼과 고추장, 그리고 소주병이 선을 보였겠지마느 이곳에서는 그저 한껏 웃으며 커다란 쿨러에 집어 넣는 것이 다였습니다. 조금 아쉽더군요. ^^
났시를 하던 곳과 조금 떨어진 곳에 정박한 작은 어선에서 어구를 손질하고 있던 어부들입니다. 생김새로 봐서는 카타르인이 아니고 남쪽의 오만 쯤에서 들어온 사람들 같네요.
누군가의 낚시에 걸려 올라온 놈인 듯 합니다. 버려두고 갔더군요. 독사진 한 장 찍어주고 바다로 보내 주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스테이크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슾은 우리가 극동에서 왔음을 알아본 종업원이 권하는 대로 (이주) 매운 ( 그 사람의 표현 대로임...) 야채 슾을 주문했습니다. 나온 것은 치즈가 잔뜩 들어간 밍밍한 서양식 야채스프... 크래커가 따라 나오더군요.
요렇게 말입니다. 저 건더기가 다 치즈입니다.
드니어 메인디쉬가 나왔습니다. 이 상태가 '미디엄'입니다. 우리나라의 웨만한 곳에서 내놓는 '래어'보다도 덜 익혀 나왔습니다. 저는 '래어'를 시켰는데, '2도화상' 정도엿습니다. ㅡ.ㅡ;; 맛은 기가 막혔습니다만... (물에 그대로 넣고 끓이면 선지국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랫층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담배 한 대... 뒤에 아랍어로 쓰인 '스타벅스' 간판이 보이시나요? 원래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 곳인데, 이렇게 매장 바깥의 복도 쪽으로 놓인 자리에서는 현지인들은 거리낌 없이 피우더군요. 우리도..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이런 사실을 몰라서 차를 몰고 셰라톤 호텔까지 갔던 것이지요. 이 친구가 그 글에서 나온 '나는 영어 짧으니 알아서 내 것까지 깎으시오'라는 주문을 했던, 그리고 '내가 길이 헷갈려서 3바퀴 째 돌고 있는 중이요'라는 망언을 서슴없이 해 대던 바로 그 친구입니다. 아마 제가 이 사진으로 모자이크도 없이 얼굴을 공개한 줄은 꿈에도 모를 것입니다. 몇 번이나 제 사진을 직어준다는 것을 이런 위험 때문에 저는 거절했지요. ㅎㅎㅎ
스타벅스 커피 잔은 어느 나라나 다름 없었지요.
아마도 이번 금요일날도 저 사진에 보던 친구가 무작정 낮잠을 즐기고 있는 제 방의 문을 부서져라 두드릴 것입니다.
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하우스 보이를 시켜 비상키로 문을 따고 들어오고도 남을 친구이지요.
저의 카타르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는 몇 안되는 친구 중 하나이기에 일부러 그러는 것이지요.
기회가 되면 또 사진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아주 귀한 카타르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 사진도 기다립니다.
당분간 즐길 서울 생활이 꿀맛이겠습니다. 좋은 결과를 보신거 같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