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현지의 많은 눈으로 인해 충분한 사진 촬영이 되지 못해 2번에 걸쳐 같은 색상의 차량으로 시승/촬영을 진행 하였습니다. 덕분에 시승차 두 대가 외부 색상을 제외 하고는 옵션이나 사양 등이 상이한 관계로 시승기의 내용은 더욱 충실해 졌으나, 사진에서 보이는 차량의 사양/색상등이 일관적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부탁 드립니다.
글/사진 유승민 (글로벌 오토뉴스 미국 통신원)
‘SUV’ 라는 단어는 굳이 풀어 해석하지 않아도, 이제는 미국인들이 승용차의 형태를 벗어나고 트럭이 아닌 차들을 통틀어 부르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SUV 가 Sports Utility Vehicle의 약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SUV’라는 단어 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것은 비단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이미 일본과 한국에서는 보편화 되었지만 미국에서는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 (Pacifica)가 세그먼트버스터 (Segment buster) 를 외치며 처음 선보인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일명 크로스오버 카테고리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섰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포드의 프리스타일 (Freestyle) 이다. 프리스타일은 포드 파이브 헌드레드/머큐리 몬티고와 같이 ‘D3’ 라는 플랫폼에서 파생되었다. 덕분에 프리스타일은 이 차들과 드라이브 트레인을 비롯한 많은 부품을 공유하면서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공장에서 같이 조립되고 있다. 프리스타일은 사실 90년대 후반부터 유일한 중형 사이즈 스테이션웨건이었던 토러스/세이블 스테이션웨건의 발전 형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스가 된 D3 플랫폼의 기본 차체의 크기가 기존 토러스/세이블에 비해 상당히 커지면서 스테이션웨건의 뒤로 보는 유아용 3열 시트를 집어 넣기보다 앞을 보는 일반적인 수준의 사이즈를 넣어도 될 만큼의 크기가 되어버리자 아예 뒷좌석용 에어컨디션과 접어서 수납하는 형식의 3열 시트와 같은 미니밴/SUV 용의 사양들을 적용하면서 높이를 조금 더 키워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와 같이 SUV 와는 전혀 다른 CUV 적인 접근을 시도 했다는 것이 프리스타일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일 것 이다. 기아가 중소형 용차 플랫폼을 베이스로 만든 카렌스와 비슷한 접근이다. 미국에서는 CUV 대신에 프레임이 없는 유니바디(Unibody)의 SUV 들을 포함해 이런 종류의 차들을 스포츠 웨건 (Sports Wag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SUV 들이 스테이션웨건의 높이를 키운것과 비슷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식의 크로스오버 세그먼트에 대한 미국식의 해석이 담겨 있는 단어다. 재미 있는 점은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프리스타일과 퍼시피카가 분명히 다른 세그먼트라고 말하지만 포드는 퍼시피카를 프리스타일과 같은 세그먼트에 놓고 직접적인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구성의 같은 세그먼트 차량으로는 포드의 자회사인 마즈다가 판매하는 MPV 가 있었는데, MPV 는 여러 대 진화해 오면서 미니밴에 가까운 이미지를 구축하였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긴 힘들어져 버렸다. MPV 의 판매량이 적은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이다.
이번 시승은 서두에서 밝혔듯이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처음 진행한 시승차는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릴 대중적인 SE 그레이드의 (기본형) 전륜구동 방식 6 인승 구성이다. 두번째 진행한 시승차는 중간 그레이드인 SEL 의 AWD(All Wheel Drive) 방식 차량으로 7인승 구성을 가지고 있다. 시승은 2004년 12월 초와 2005년 2월 말에 걸쳐 진행 되었는데,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이어진 연휴와 디트로이트 모터쇼로 인해 포드 홍보실의 업무 공백과 더불어, 한국과는 달리 보통 1주일에서 열흘 단위로 장기간 진행되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시승차 진행 방식, 디트로이트 모터쇼 이후 이어진 타 차종 시승까지 겹쳐 지면서 프리스타일에 대한 추가 사진 촬영/시승이 몇 달간이나 늦춰 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승 진행 덕분에 본 시승기에서는 독자분 들께 프리스타일이 가진 독특한 6/7 인승 혼합 구성에 대한 내용과 포드가 소유 하고 있는 볼보에서 가져온 AWD 시스템이 기존 포드의 전통적인 구동방식이었던 전륜 구동과 얼마만큼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 있게 되었다.
포드의 프리스타일은 2004년 10월 경부터 본격적으로 딜러들에게 배송되기 시작했다. 보통 하나의 딜러가 한 모델당 8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포드의 경우 약 4~5만대 정도가 지금까지 생산/배송 된 것이다. 지난 2월 포드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초기에 약 40% 정도로 예상했던 AWD 차량의 판매량이, 실제로는 60%에 가까운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딜러들은 AWD 차량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고, 포드는 전륜구동 차량을 일정대수 이상 구입하지 않으면 AWD 차량을 주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아야만 했다. 볼보와 공유하는 이 AWD 용 트랜스퍼 케이스는 스웨덴에서 제작되는데, 이 제품의 생산이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하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내수 SUV/CUV 중 AWD 혹은 4륜 구동 차량의 판매 비율을 감안해 보면 미국내 CUV/SUV 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포드는 또한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프리스타일의 고객들은 이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를 소유하고 있던 고객들이 넘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즉 3열 시트의 존재와, 각종 사고와 관련된 소식으로 얼룩져 버린 프레임온바디 (Frame on Body) 방식의 익스플로러에 대한 실망 등이 프리스타일을 새로운 선택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스타일은 전통적인 (Traditional) 세그먼트만을 고집하던 포드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물론 레인저 픽업에 간단하게 2열 시트를 만들어 캡의 길이 만큼 실내 공간을 늘인 후 만들어낸 베스트 셀러 익스플로러도 픽업 베이스의 SUV 전성시대를 불러 일으켰다고 할만큼 새로운 시도였다. 그렇지만 프리스타일과 같이 전혀 새로운 세그먼트에 발을 담근 것은 포드 역사상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도전이다. 프리스타일의 이러한 인기는 포드로 하여금 주저하던 프리스타일의 머큐리 버전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가 올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발표된 머큐리 메타 원 컨셉이다. 이 메타 원 컨셉은 프리스타일의 머큐리 버전이라는 스포트 라이트 보다는 디젤 하이브리드라는 기술적 관점에서 주목 받았는데, 반대로 이는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와 새로 발표될 밀란/제퍼 하이브리드 이후 프리스타일/파이브헌드레드로 연결되는 D3 플랫폼에 대한 하이브리드 기술 적용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Exterior
정면부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평범한 ‘포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제는 트랜드가 되어 버린 그릴 일체형 범퍼와 , 투톤 컬러가 어울리도록 두 번 굴곡을 잡은 범퍼가 평범한 이미지에 엑센트를 주고 있다. 같은 플랫폼의 파이브헌드레드/몬티고가 웅장한 크기를 평범한 프런트 속에 숨겼던데 비해, 프리스타일의 전면부는 기본사양인 루프랙과 어울려 그야말로 아기곰 푸우를 연상시키는 편안함으로 승부하고 있다.
프리스타일의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루프라인이다. 흔히 듀얼 에어 (Dual Air) 라는 명칭으로 불리우는 후면 에어 덕트 (Rear Duct) 의 기본 적용으로 인해 2열 시트 중간 부분부터 살짝 높아진 라인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라인은 역시 포드가 소유하고 있는 랜드로버사의 디스커버리 시리즈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이제는 디스커버리 시리즈 특유의 라인이 돼버린 이러한 구조를 랜드로버가 가장 신형의 LR3에서 보일 듯 말 듯 숨기면서도 누구나 알아 차릴 수 있는 약간의 힌트만 남겨둔 데 반해 프리스타일의 루프 라인은 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차를 자세히 관찰했을 때에만 눈에 띄는 라인이다. A/B/C 필러의 바디라인의 연장선상에 있는 루프랙의 마운팅 포인트 디자인과 맞물려 이 특색 있는 루프라인은 정말로 알아채기 힘들다.
측면디자인에서는 휠 아치를 싸고 돌며 투톤컬러의 디자인 매칭을 도와주는 사이드 가니쉬 패널이 가장 눈에 띈다. 프리스타일은 현재 원톤 컬러를 생산하고 있지 않는데, 이는 이러한 디자인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한다. 사이드 가니쉬 부분은 강화 플라스틱 소재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차후 자주 일어나는 휠 아치 부분의 스크래치등의 손상을 수리하기 편리한 구조이다.
후면부의 디자인 또한 무난한 디자인인데, 트렁크 리드의 상단부에 위치한 브레이크 등과, 범퍼의 중단부가 아닌 하단부에 위치한 PDC(Parking Distance Control) 센서의 위치가 포인트이다. 다만 요즈음 SUV/CUV 의 추세라고 할 수 있는 분리형 리어 윈드실드가 적용되지 않아 작은 짐들을 실을 때 큰 트렁크 해치(Trunk Hatch)를 다 열어야 한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에서 프리스타일과 가장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카렌스와 비교해 보면 프리스타일은 그에 비해 상당히 큰 덩치를 하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시승기 사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주차장에서 다른 SUV 들과 비교 했을 때 프리스타일은 이스케이프/CR-V 보다는 조금 낮은 높이를 가지고 있고, 닷지 케러벤이나 기아 세도나 (한국명 카니발)과 거의 비슷한 높이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설명한 살짝 올라가는 루프라인을 감안한 비교인데, 이는 단순히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천장의 높이만을 높여서 만들어낸 변형차종/CUV 와는 또 다른 접근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경쟁모델인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가 둥그스름하면서도 상당히 독특한 디자인임을 감안하면 프리스타일의 디자인은 원래 파이브 헌드레드의 웨건형을 몇 가지 엑센트로 좀 더 크로스오버틱하게 다듬었다는 평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듯 하다. 결국 너무 급격한 디자인 시도 보다는 포드가 기존에 다듬어 온 익스플로러(Explorer)/익스페디션 (Expedition) SUV 의 이미지를 적당히 덧붙임으로써 여러 고객층에 가장 안정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Interior
프리스타일의 인테리어는 먼저 D3 플랫폼뿐만 아니라 미니밴 프리스타 (Freestar) 등과 공유하는 모듈화된 데쉬보드를 빼 놓을 수 없다. 데쉬보드 중앙에 위치한 사물함에서부터 HVAC (Heating, Ventilating, and Air-Conditioning) 모듈에 이르기 까지 자세히 보면 조금씩 디자인은 다르지만 동일한 크기의 ACC (Automatic Climate Control) 컨트롤러와 스위치가 달려 있는 등 전체적인 생김새는 동일하다. 포드는 이러한 통일성을 통해 상당한 원가 절감을 이루어 내었다. 역시 파이브 헌드레드에서도 언급했었던 데쉬보드와 도어 트림등의 재질도 완벽하게 동일 하다. 포드로서는 상당한 품질 향상을 이룬 샘이지만, 경쟁차종인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에 비하면 약간 떨어지는 품질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퍼시피카의 인테리어가 너무 고급스런 이미지를 지향한 나머지 막 쓰기에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드는 데 반해, 프리스타일은 대중적인 포드 차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큰 불평은 없을 것 이다.
프리스타일은 조수석의 에어백이 차 자체 디자인의 높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조수석 승객을 향해 튀어나오는 스타일이 아닌 윈드실드를 한번 때리고 조수석 승객을 향해 튀어나오는 더 큰 용량의 에어백을 채용함에 따라 데쉬보드의 디자인이 조금 달라 졌다. 파이브 헌드레드 보다는 미니밴인 프리스타(Freestar)와 흡사한 데쉬보드 디자인은, 에어백이 데쉬보드 윗쪽으로 옮겨감에 따라 비게 된 공간에 조수석용 손잡이를 설치 했다. 아마도 파이브 헌드레드/몬테고/프리스타로 이어지는 데쉬보드 디자인중에 가장 튀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조금 어색한 구성이긴 하지만 나중에 설명하게 될 시트를 완전히 접어 버리는 구성에서 이 손잡이는 긴 물건의 끝을 묶어 놓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데쉬보드의 중간 부분을 덮고 있는 부분은 포드측에서는 카본 파이버 룩을 의도 했지만, 전혀 그 질감을 살리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졌을 때 마치 고무와 비슷한 끈적한 감촉을 준다. 최상위 리미티드 버전에서만 이 부분에 우드그레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팔릴 프리스타일의 실내에서 가장 싸구려로 보이는 부분이다. 파이브 헌드레드처럼 4개의 각 도어에는 도어트림의 포켓에 어지간한 라지 혹은 수퍼사이즈 드링크를 삽입 할 수 있는 컵홀더가 내장 되어 있으며, 센터 콘솔에도 컵홀더가 설치 되어 있다.
흔히 미국차에 가장 필요한 옵션 중에 하나로 불리 우고 있는 Universal Garage Opener(범용적인 차고문 계패 장치)나 선루프가 빠져 있는 모델에서는 3열 시트까지 볼 수 있는 볼록 거울이 썬글라스 수납장 앞쪽에 달려 있다. 이 볼록 거울은 마치 학교 다닐 때 통학버스 중간에 장착되어 운전자가 아이들의 동태(?)를 감시할 때 쓰던 그 거울과 동일한 느낌이다. 놀라운 것은 룸미러의 바로 위에 장착된 이 수납식 볼록 거울을 통해 3열 시트까지 확인하는 것이 금방 편안한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룸미러를 볼 때 마다 힐끔 거리며 2열 혹은 3열 시트의 탑승자를 같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단지 ‘Soccer Mom’으로 불리우는 일반적인 미니밴 을 운전하는 가정 주부 뿐만이 아니라 여러 다른 환경에서의 운전자들이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2번에 걸친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이득을 본 부분은 지금 설명하게 될 시트의 구성이다. 프리스타일은 6인승과 7인승의 구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먼저 시승한 SE 그레이드는 6인승으로서 2열 시트가 Captain seat 로 불리 우는 독립형 시트로 되어 있으며 중간에는 마치 4인승 고급 승용차처럼 센터 콘솔이 장착되어 있는 구성이다. 아쉽게도, 3열 시트는 반으로 갈라져서 사용할 수 없는 벤치 시트가 장착이 되어 있다. 센터 콘솔 때문에 7인승에서 볼 수 있었던 조수석 측 도어 뒷편의 3열 시트용 컵홀더는 삭제 되었다. 실제로 3열 시트는 크라이슬러의 Stow&go 나 이번에 새로 발표된 기아의 세도나(한국명 카니발) 같이 완전히 접혀 들어가는 구성이 아니다. 등받이가 먼저 앞으로 젖혀지고 이렇게 만으로 접혀진 의자가 꺼꾸로 뒤집혀서 3열 시트 뒤에 움푹 파진 공간으로 수납이 된다. 하지만 3열 시트가 이 공간으로 완전히 접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약 15센티 정도가 튀어 나오게 되어 있는데, 사실 3열 시트의 아래에는 리어 엑슬이 위치하면서 시트가 살짝 올라와 있기 때문에 3열 시트가 접힌 후 평평한 공간을 만들 수가 없다. 결국 포드는 3열 시트의 아랫 쪽에 별도의 커버를 장착해 이 커버가 꺼꾸로 접혀 들어가는 3열 시트가 있던 자리를 덮어주면서 완전하게 평평하게 접힌 플로어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러한 3열 구조로 인해 2열 시트까지 접으면 미니밴과 비슷하게 완전하게 평평한 공간이 생성 된다. 심지어 프리스타일과 파이브헌드레드의 기능 중 하나인 조수석을 완전히 앞으로 젖혀 버리는 기능을 사용하면 3열 시트 뒤쪽부터 맨 앞의 데쉬보드까지 완벽하게 평평한 공간이 생성된다. 어지간한 서핑보드를 실내에 집어 넣는 데에 무리가 없을 만한 공간이다. 다만 6인승에서는 2열의 센터 콘솔이 불쑥 튀어 나온다. 2열 센터콘솔은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만약 2열 센터 콘솔을 설치하지 않으면 이 공간은 완전히 비게 된다. 7인 승의 경우는 완전하게 평평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크라이슬러의 Stow&go 같이 완벽하게 하단으로 수납되는 것이 아니라서,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공간은 높이로 인해 한정되어 버렸다. 대표적인 경쟁 모델인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가 이러한 평평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그냥 2열/3열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고, 3열 시트 뒤쪽의 공간을 플라스틱 커버로 덮어 버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다.
또 하나 시트 디자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사브(Saab)의 고유 디자인으로 여겨져 왔던 두꺼운 스펀지를 살짝 구부려 놓은듯한 형태의 헤드레스트가 2열 시트에 적용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디자인된 헤드레스트의 장점은 헤드레스트 자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접어 넣었을 때 공간을 많이 차지 않는 다는 점인데, 이러한 디자인덕택에 7인승 프리스타일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 평평한 수납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인승 구성에서의 2열 시트는 1열 시트 수준의 안락감을 제공한다. 7인승에서의 2열 시트는 일반적인 벤치시트이지만 등받이 각도가 약 15도 정도 조절 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완전하게 45도 혹은 그 이상 눕혀져서 3열 시트 승객이 없을 때 2열 시트 승객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다만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완전히 젖히고 2열 시트를 살짝 눕힌 후 2열 시트의 조수석 측에 앉아 다리를 쭉 뻗어 1열의 조수석 위로 올렸을 때는 굳이 시트를 완전히 눕히지 못하더라도 항공기 비즈니스클래스 시트 수준의 편안함을 제공했다. 6/7 인승 공히 2열 시트는 두 부분으로 되어 등받이를 접어 3열 시트와 높이가 똑 같은 평평한 공간을 제공하거나, 혹은 한번 더 접혀 올라가, 3열 시트로의 승/하차가 용이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3열 시트는 사실 필자가 글의 서두에서 밝혔던, 기존의 토러스나 혹은 캠리등의 스테이션 웨건의 뒤쪽을 바라보는 3열 시트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비슷한 급의 3열 시트가 그렇듯이 성인탑승자에게 편안한 수준의 공간을 제공하지 못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신장 150 센티미터 정도의 사람이 편안하게 3열 시트에 앉을 수 있는 정도가 마지노선인 듯 하다.
2열 시트의 상부에 위치한 후면 좌석용 HVAC 컨트롤러는 프리스타일의 성격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흔히 미국에서는 Dual air 라고 불리우는 이 후면 좌석용 HVAC 시스템은 Extended 버전의 (혹은 Long Wheel Base 버전의) 미니밴과 SUV 등에서 중고차 판매 시에 상당한 가격 차이를 만들어 낸다. 물론 많은 미니밴과 SUV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용도만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3열 시트가 존재하는 차량들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80% 이상은 가족용 차량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이 시작 된다. 다시 말하면 굳이 미니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청와대 경호용등으로 인식되고 있는 GM 이나 포드의 Full size SUV. 즉 포드 익스커젼(Excursion)이나 셰비 서버번(Suburban) 혹은 그보다 한 사이즈 작은 셰비 트레일 블레이저 익스텐디드(Trailblazer Ext.)등의 차량이, 아이들을 여러 명 가진 가족이나 여러 가족이 한 차량으로 이동하는,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차량의 개념으로 사용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평소에는 가족 중에 어머니가 몰고 다니다가 장거리 여행 시에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그야말로 Family Car의 개념으로 이러한 3열 시트나 LWB혹은 익스텐디드 차량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3열 시트의 차량으로서의 프리스타일이 후면 좌석용 HVAC를 설치 했다는 것은, 이 차량을 미니밴과 대형 SUV 사이에서 적당한 크기와 가격/구성의 Family Car로 인정 받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포드의 의지는 3열시트 좌측에 위치한 파워 아웃렛에서도 드러난다. 이 위치의 아웃렛은 흔히 가족들이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12V를 이용한 전기 냉장고나 온장고를 사용 가능하게 만들고, RV(Recreational Vehicle)의 개념으로서 외부에서 12V 파워 인버터를 이용 충분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 이 후면 HVAC 시스템의 구성과 인슬라이딩 방식의 선루프 장착, 그리고 이미 설명한 특이한 루프라인의 조합은 2열시트와 3열시트에 충분한 헤드룸을 제공한다. 1열 시트보다 상대적으로 높이 앉아야 하는 3열 시트도 이러한 HVAC 과 루프 구성 덕분에 1/2열 시트 못 지 않은 헤드룸을 가지게 되었다. 2열 시트도 실제 사람이 타게 되는 중간 부분쯤부터 이러한 헤드룸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실제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2열 시트에서 가장 큰 헤드룸을 구현했다.
Powertrain & Impression
먼저 처음 시승했던 전륜구동과 CVT의 조합은 의외의 놀라움이었다. 이미 글의 중간과 파이브 헌드레드 시승기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듀라텍 엔진과 AWD 그리고 CVT의 조합에서는 듀라텍 엔진의 저출력으로 인한 아쉬움이 남았던 데 반해, 듀라텍 엔진과 전륜구동 그리고 CVT 의 조합은 4명의 성인이 많은 짐과 함께 이동 할 때에도 적당한 파워를 제공해 준다. 특히 CVT로서의 리스폰스가 AWD 모델보다 빠른 편이다. CVT의 구조적인 특성상 RPM과 가속 혹은 감속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RPM이 떨어지는데 속도는 올라가고 있는 이 CVT만의 현상이, 전륜 구동 모델에서는 상당히 줄어든 편이다. 결국 전륜 모델과 비교해 보면 AWD 시스템의 늘어난 무게와 구조적 특성이 CVT와 AWD 구성의 차량에서 운전자의 요구에 대한 반응성을 떨어트렸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전륜구동 차량의 경우 AWD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격한 차선 변경이나 코너링에서 조금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서스펜션 상의 셋팅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륜 구동 모델이 후에 시승한 AWD 모델보다 조금 더 롤링이 심한 편이다. 핸들링의 경우도 프레임 베이스의 익스플로러는 말할 필요도 없고, 포드의 SUV로서 운전하기 편안한 차로 잘 알려져 있는 유니바디 구조의 이스케이프(Escape)보다도 더욱 안정적인 수준이다. 승용차와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인지 핸들링 특성도 미니밴보다는 승용차에 가까운 편이다. 그렇지만 코너링시에 무게 중심이 약간 높게 느껴지는 것은 파이브헌드레드/몬테고에 비해 높은 천장과 후석 HVAC 시스템등에 기인한 것이다.
이미 파이브 헌드레드 시승기에서 밝혔던 것처럼 같은 파워 트레인으로 조금 더 무거운 차체를 끌어야 하는 프리스타일도 엔진을 제외한 파워 트레인의 수준은 훌륭하다. 3.0 듀라텍 엔진이 힘차다고 느낄 만큼의 가속력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파이브 헌드레드보다 무거운 차체가 AWD 모델에서의 CVT의 반응을 조금 더 빠르게 만들어 주고 있다. 전륜구동과 AWD 의 서스펜션은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데, 전륜구동 차량이 약간의 롤링을 가지고 있었다면, AWD의 서스펜션은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딱 적정한 수준의 무게 중심을 제공한다. 로드 노이즈는 AWD 모델이 조금 더 심한 편이지만 둘 다 적당한 수준에서 억제 되어 있다. 후석 HVAC를 작동시켰을 때는 아무리 조금 틀어도 아이들링 시에 후석에서 들리는 바람소리가 약간은 거슬린다. 엔진이나 구동계에서 오는 주행 소음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4도어 세단들 보다는 풍절음이 조금 더 들려 오는 편이다.
전륜구동과 AWD 구동계의 프리스타일을 각각 시승해 보고 나서 단지 4륜 구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나 혹은 4륜구동에 대한 단순한 필요성 부족으로 전륜구동과 AWD를 각각 선택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 단지 AWD 가 눈길이나 빗길에서 조금더 안전하니까, 혹은 단순하게 4륜구동이 필요 없어서 구동방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전체적인 발란스를 보고 차를 선택해야 하는 거라고 말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은 전륜구동형 차량이다. 개인적으로 타고 다니는 차도 전륜구동이고,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타보았던 많은 차들이 전륜구동이다 보니 4륜구동의 듬직함과 낮은 무게중심 그리고 약간은 늦는 것 같은 가속감 보다는, 오히려 제어 가능한 만큼의 약간 롤링이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잽싼 몸놀림을 보여주는 전륜구동형이 필자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프리스타일을 필자의 주변 여러 명에게 보여주고 시승시켜 주었을 때에 나오는 반응은 달랐다. 눈이 많이 오는 미시간에서는 아무래도 4륜구동의 듬직함이 필요하기 때문에 꼭 AWD를 사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어차피 가속감 같은 것은 필요 없고 듬직한 느낌을 주는 차가 좋다면서 AWD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스타일은 프레임온바디 (Frame on body) 구조를 가지는 무겁고 기름 많이 먹는 SUV의 단점을 커버하면서 일반 승용차가 가질 수 없는 실용성과 편안함을 가지고 있다. 익스플로러와 이스케이프의 오너들이 왜 이차를 많이 찾게 되는지, 또 SUV의 거대한 크기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무난한 선택으로 프리스타일을 왜 찾게 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기회 였다. 비단 국내에서는 조세 정책과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사장되어가고 있는 세그먼트이지만, 앞 시트를 엎어 버리고 2열 조수석 시트에서 쭉 발을 뻗어 편하게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하는 연예인들이나 나이 어린 아이들이 많이 있는 가족들이 사용하기에는 최적이 아닐까 한다. 물론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에도 프리스타일은 손색이 없다. 비록 포드사의 미니밴모델인 프리스타(Freestar)와 이름이 비슷해서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기도 하지만, ‘자유형’ 이라는 뜻을 가진 차명처럼 어떻게 이용해도 손색이 없는 차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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