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알프스를 다녀오다.
경남 마루금 사람들이 용기 있게 추진하는 해외 산행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3회 모두 참여한 사람과 처음가는 사람 합하여 31명이 출발하게되었다.
모두 들뜬 기분으로 공항 출국장을 빠져나가 나고야행 비행기에 올랐다.
1시간30분 후 바다중간에 인공섬을 지어만든 新나고야 국제공항에 내려앉았다. 규모는 우리 인천공항 절반도 안되어 보인다. 께끗하고 조용하다. 일본의 사회분위기인가?
숙소인 다테야마 산장으로 가기 위해 관광버스를 탔다. 모두들 놀라는 기색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낡은 뻐스다. 십수년이 넘은 듯 보였다. 나고야의 기온은 우리와 비슷했으나 에어컨을 작동해도 차내 온도가 30도를 내려가지 못하고 찜통이다. 경제대국 일본이...
차를 달려 일본중앙고속도로를 달린다 .우리나라 경부고속도 인셈. 도로가 조용하다. 의문스럽다. 우리나라의 금요일오후6-7시에 경부고속도로를 연상하면 인구1억2천만 일본인은 다 어디갔노 !
한참 후 차는 휴게소에 들어갔다. 우리 시골 국도변 휴게소 정도크기에 내국인 10여명 정도가 보인다. 황망한 일본이다. 국민이 살기가 정말 힘드는 사회인 것 같다.(사진참조)
4시간을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멀리 어둠에 그어진 북알프스의 높은 마루금 이 까마득히 높게 선명하다. 내일 저곳에 올라야 하는가?!?!!
공항에 마중 나온 다테야마 산장 주인은 '노진강'씨로 우리고장 의령사람이었다. 어렵게 현지에서 뿌리를 내려 현재는 몇 곳을 출강도 나가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능청스럽게 야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하고 산과 역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것 같았다. 우리일행은 짧은 시간이야기를 듣고 또 나누며 좀 의미있는 감을 받고 배웠다.
살침에 대한 정론은 물론 북알프스 최초 등반자 등...
산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우리나라 펜션과 흡사했다. 좁은 공간을 잘 이용하여 많은 사람이 숙박할 수 있게 개조 되어있었다. 하루밤을 잘 보냈다.
아침다섯시 모두 일어나 북알프스의 관문 가미코지로 향했다. 어제저녁 타고 온 낡은 버스는 밤사이 병이나 눕고 말았다. 새로 대체된 차도 만만치 않았다. 의자와 의자 사이가 무릎이 바로 들어가지 않을 정도.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 달려 고산지 입구란 안내판을 지나며 산을 향해 오르는 길은 정말 좁았다. 버스가 서로 지나가려면 그중 넓은 곳을 찾아 한대가 기다려야했다. 일본의 국립공원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이곳이 수십년 된 터널엔 물이 흐르고 너무 좁아 불안했다. 이렇게 도로사정이 나빠서야 자연보호다, 환경파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일본이란 나라가 국민들의 편의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았다.
환경 보호를 위해 천연가스 차로 옮겨 타고 가미코지에 도착했다. 해발1535m. 여기서부터 북알프스의 등산이 시작된다.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림으로 보던 알프스 그곳이었다. 유럽에 있어야할 알프스 뭉게구름과 초원과 바위봉우리가 서로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이루었다. 잘 정리된 보도를 따라 산행이 시작되었다. 냇가에 흐르는 물은 옥수였다. 어제까지 많은 비가 내려 숲속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울창한 침엽수 숲 사이사이 흐르는 물에 노니는 물고기. 우리나라 산천어와 닮은 일본명 암어란다. 우리 강 같으면 투망으로 단번에.... (??!!!)
잘 만들어진 보도를 따라 관광객이 많이 오간다.
우리를 3일간 안내할 현지 가이드는 미남이며 키가 크고 듬직한 삼천포 출신 '조대제' 란 사람이었다. 바로 동생같이 친근감을 느낄수 있었다. 매주 3000고지를 밟는다는 그는 구리빛 얼굴에 순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일행을 자기 방식에 맞춰 리드하는 모습이 베테랑으로 보였다. 평평한 길을 따라 4시간을 걷고서야 요코오 산장에 도착했다.
이곳까지 거리가 11km이며 해발1650m정도니까 평지를11km 걸은 셈이다. 좌우 측으로 펼쳐진 북알프스 고봉준령이 병풍처럼 둘러쳐저있고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 봉과 이은 능선사이 계곡엔 흰눈이 군데군데 쌓여있다. 녹색과의 조화... 뭉게구름과의 연출이 볼 때마다 절경을 이룬다.
이곳산장에서 일본식 우동을 한그릇 먹었다. 한 그릇이 8000원이다.
일행은 기념사진을 찍고 본격적인 오름산행을 출발했다. 좌측으로 펼쳐진 병풍바위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벼랑바위들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개울물 좁은길로 들어선 우리일행은 스쳐 지나는 일본인과 인사를 나누기에 바쁘다. 서투른 일본말인사. 그냥 우리말인사. 그러나 받는 일본인은 겸손하고 진실하게 인사를 받았다.
우리가 오늘저녁 머물 곳 카라사와휘테 산장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잠시 쉬는 사이 길옆 바위틈으로 솟아 나오는 물을 먹었다. 무척 차갑다. 위에서 눈이 녹아 내려오는 물이라서 그렇단다...
천천히 꾸준히 옮겨 놓는 발걸음 저 위에 아담한 산장이 보인다. 높은 산 중턱에 쏘옥 들어앉은 카라사와 산장 바로 밑은 오색텐트가 아름답게 무리지어 있다. 2350m고지 이곳까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일본인들 집단 텐트촌에도 쓰레기 하나 없다. 온종일 걸으며 담배꽁초는 물론 쓰레기는 볼수가 없었다. 대단하다...
나와 일부 사람들이 고산증세가 나타났다.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산장 바로 밑은 오래 전에 자그마한 연못이었단다. 이곳에 눈이 쌓여 매년 다 녹기 전에 또 눈이 덮여 지금도 큰 덩치의 눈 얼음덩이가 있다. 일행은 눈을 밟으며 서로 사진을 남겼다.
산장에 도착했다. 시야가 확 트여 전망이 아주 좋은 위치였다. 한방에 10명씩 작은방은 5명 어께가 넓은 사람은 서로 닿을 정도. 그래도 이 높은 곳에서 이게 어디냐 일인당 숙박료는 2식 도시락 하나 하여 우리돈 10만원 일행은 여장을 풀고 모두 옥외 베란다에 나와 앉았다. "맥주 한잔해야지" 500cc맥주한잔이 8000원 30잔이다. 주방에 일하는 사람이 혼자다. 한참만에 30잔을 뽑았다. 다들 큰소리로 건배라고 외치고 싶지만 가이드의 만류로 잔만 살짝 받으며 "건배!!". '시원하다, 맛있다,' 이런 이야기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 순간이 있기까지 얼마나 기다렸으며 이곳까지 오며 땀은 또 얼마나 흘렸던가.
일행 중 마음이 넉넉한 분이 한번 쏜단다. 고맙기 그지없다. 뜻을 감사히 받아들여 15잔을 추가했다. 박수...!!!
내일 올라야할 3190m 고지를 무사히 오르기 위해 술은 금물이라고 가이드가 당부를 했다. 그래서 맛보기만 하기로 하고 끝을 맺었다. 좋은 밤이다.
도시에선 초저녁이지만 산장의 밤은 일찍 왔다. 어두워지자 너나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갑자기 소란스럽다 오후부터 시작한 비가 많이 내린다. 가이드의 말로는 내일날씨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가 무척 신경 쓰인다. 밤사이 많이 내리고 내일은 부디 그쳐주소서...
새벽4시 우리 일행은 일찍 일어났다. 4시40분 에 식당 앞에 줄을 서라는 가이드 지시를 너무 잘들어 30분도 되기 전에 우리 일행만 나란히 줄지어 섰다. 말 잘 듣는다 . 하하하!!!
정상을 향해 출발! 너덜을 한발 한발, 약간의 보슬비가 내린다. 산을 오르기엔 딱이다. 다행이다 . 멀어지는 산장 언제 다시 그곳에서 머물수 있을까? 조금 오르자 이제부터는 네발을 사용한다고 가이드가 주지시킨다. 가파른 오르막길 무너질 듯 아슬아슬....
가이드는 처음 출발 할 때부터 산행 중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소리 지르지 마라' (일본사람들은 낙석으로 위험시에만 소리 지른단다.)
'돌 바위를 잡을 때 주의하라' (언제 빠질지 모르니까.)
'빨리 걷지 마라' (고소증의 원인이다.) 등 등...
배낭에 메어 달린 고도계는 3000m에 가까워진다. 정상 바로 밑에 위치한 오쿠호다카다케 산장 100년 전 한 부부가 일생동안 이곳에 살면서 북알프스 등산길을 만들었단다. 지금은 그 후손들이 산장을 운영하며 돈을 마구마구....(조상의 은덕으로...) 구름에 둘러 쌓여 시시각각 변하는 운무와의 소용돌이, 바람소리가 굉음에 가깝다.
바로 앞에 올라야할 최고봉의 분위기가 두렵게 느껴진다. 잠시 휴식 후 가이드의 엄한 주의사항을 듣고 출발!!!
고봉의 바람은 대단하다. 몸이 휘청거린다. 수직으로 놓여진 철제사다리. 기온은 영상7도. 바람이 차갑다. 뿌연 안개에 덮인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 정상! 앙상한 바위 봉에 모형 같은 신전이 지어져 있다. 특이하다. 우리 산들은 정상에 표지석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본인들은 이 신전을 참배하려 여기까지 오른단다.
좌우를 둘러봐도 구름뿐이다. 어렵게 사진을 촬영하고 모두 모이기를 기다려 단체 촬영을 했다. 아쉽다. 안타깝다. 어렵게 여기까지 올라 왔는데 시야가 없다.. 잠깐 머무는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부턴 하산이다. 깎아지른 절벽.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부담스럽다. 아쉬운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 빗물에 젖은 수직 낭떠러지 하산길. 모두들 말이 없다. 한참을 내려 왔건만 고도계는 아직도 3000m 이상이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린다. 점심도시락을 먹기위해 도시락을 열자 비는 더 많이 내린다. 회원 한 사람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빗물에 말아먹듯이 꾸역꾸역 먹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할까?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죄스럽다.
오늘이 일본의 큰 명절이란다. 비를 맞으며 일본인 등산객이 올라오고 있다. 길이 좁아 서로 기다리며 양보를 해야한다. 언제 하산할꼬 '산신령님 우리모두 무사히 집에 보내주소서' 절규인지 절대자에의 경외심인지 절로 터져나온다. 고도 1000m를 내려선다는 것이 정말 쉽지않은 일이었다. 쇠사다리 쇠사슬 끈을 수없이 매달리며 많은 고통과 인내를 소비하고 2시경 2180m위치한 다케사와 산장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길옆에서 안내하며 무사히 하산 한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일행 중 류원덕씨는 마산 집에서 PET맥주 한병과 같은병에 소주를 한병넣어 지고 3일을 다니다 이곳에서 푼다. '정말 대단하다' 감탄하며 나눠먹고 목을 축인다. 여기서부터는 고속도로형 하산길이란다. 하얀 껍질에 파란 잎이 조화로운 자작나무 숲을 지나 내려서니 높이 치솟은 전나무 숲이 울창하다 고목은 생명을 다해 곳곳에 누워있다 자연의 섭리에 잘 순응하는가 보다. 드디어 가미코지 산책로에 도착했다. 빗물과 땀과 피로와....
이것이 해외 원정산행의 참맛인가보다 서로를 확인하고 격려하며 '정말 고생 많았소!'
다함께 한판의 사진을 남기며 돌아갈 버스가 기다리는 가미코지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