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각 지방 애주가들 사이에는 지역별 소주를 선호하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강원의 경월 그린, 대구의 금복주 참, 경남의 무학 화이트, 전남의 보해 잎새주, 전북의 하이트, 제주의 한라산 등 지역구 소주들은 전국구인 진로 참이슬을 제치고 지역 기업의 발전을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더욱 사랑을 받기도 한다.
소주판매업자에 대하여 강제로 자도소주를 구입토록하고 있는 주세법의 규정이 소주판매업자의 직업의 자유는 물론 소주제조업자의 경쟁 및 기업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사건이 있었다.
정부가 1970년대 초부터 전국에 400여개의 소주업체가 난립한 소주시장을 1도(道) 1사(社)의 원칙을 최종목표로 하여 통폐합정책을 추진한 결과 소주제조업자의 수는 1981년에 10개 업체로 통합·축소되었다. 아울러 특정업체의 독과점방지와 지방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1976년부터는 자도소주구입제도(1976. 6. 24. 국세청훈령 제534호)를 시행하였다가 일정한 경과기간을 거쳐 자도소주구입제도는 1991년말에 폐지되었으나 1995년 10월 1일부터 주세법 제38조의7 규정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주세법(1995. 12. 29. 법률 제5036호로 개정된 것) 제38조의7 제1항은 주류판매업자에 대하여 매월 희석식소주의 총구입액의 100분의 50 이상을 당해 주류판매업자의 판매장이 소재하는 시·도지역과 같은 지역에 소재하는 소주제조장으로부터 구입하도록 명령하는 내용 등을 규정하였고, 동법 제18조 제1항 제9호는 주류판매업자가 동법 제38조의7의 규정에 의한 구입명령을 위반한 때에는 관할 세무서장이 그 판매업을 정지처분하거나 그 면허를 취소토록 규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12월 26일 다음과 같이 6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주세법 제38조의7 및 제18조 제1항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96헌가18 전원재판부).
그 요지만을 살펴보면, 구입명령제도는 독과점규제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한 조치로 보기 어렵고, 지역경제의 육성은 기본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으로 고려하기 어려우며, 중소기업의 보호라는 공익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수단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소주판매업자의 직업의 자유는 물론 소주제조업자의 경쟁 및 기업의 자유 즉 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 판시하였다. 아울러 소주판매업자와 다른 상품의 판매업자를 서로 달리 취급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상품이동으로 말미암아 물류비 증가와 교통량의 체증이 발생하는 것은 소주뿐이 아니라 다른 모든 다른 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위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것은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결정과 다소 유사한 결론을 내린 바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 2005년 5월 16일 월요일, 소비자들이 다른 주에서 와인을 직접 공급받을 수 없도록 한 주법들에 대하여 위헌 판결을 내림으로써 주류 공급업자들의 소비자 직판 방식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한 버지니아 와인 생산업체는 뉴욕의 소비자들에 대한 와인 공급을 금지당하였는데, 뉴욕주 법에 의하면 뉴욕 주 내의 와인 공급업체들만 뉴욕 주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에게 와인을 공급할 수 있었고, 미시간 주를 포함한 다른 20개 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시간 주법과 뉴욕 주법은 타 주에서 자기 주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배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법규를 가지고 있었다. 미시간에서는 타주 와인업체에게 자기 주의 도매상에게만 직접 배송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도매상이 직접 자기 주 소비자들에게 직접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간접적 공급방식만을 허용하였다. 더군다나 자기 주 도매상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미시간 주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허가비용은 타주 공급업체의 경우 300달러, 자기 주 공급업체의 경우 50달러로서 6배의 차이를 두고 있었다. 한편 뉴욕의 경우 미시간 주와 다소 다른 점이 있었는데, 와인업체가 자기 주 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비용을 납부하고, 뉴욕 주 내에 사무실이 있어야 하는 등 제한이 있었다. 즉, 실질적으로 타주 와인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연방 제2항소법원(Swendenburg v. Engler 사건)은 이 뉴욕주 법에 대하여 합헌 판결을 한 데 반하여 제6항소법원(Heald v. Engler 사건)은 유사한 사안에서 미시간주 법에 대하여 위헌 판결을 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각 연방 항소법원에서 다른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자 연방 대법원이 통일된 법리를 결정하고자 상고를 받아들여 사건을 병합 심리하게 되었는데(Granholm v. Heald 사건), 5대 4의 첨예한 대립을 통해 다수 의견인 위헌론으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다.
미국 연방 헌법에는 통상 조항(commerce clause)과 주류 조항(liquor clause)이 있는데, 위헌론을 펼친 변호사들은 통상 조항을 근거로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조하였음에 반하여, 합헌론을 펼친 변호사들은 주류 조항을 근거로 주 정부의 전통적 권한을 강조하였다.
미국 연방 헌법 제21조는 각 주법을 위반하여 그 주에 주류를 배송하거나 이를 그 주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the Twenty-first Amendment prohibits “The transportation or importation into any State for delivery or use therein of intoxicating liquors in violation of local laws”). 이 조항은 주류 규제에 관한 한 각 주에게 광범위한 규제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되어 왔고, 연방정부도 이에 굳이 개입권을 행사하려 한 바가 별로 없었다.
연방대법원 또한 인디애나 주류회사 사건[Indianapolis Brewing Co. v. Liquor Control Comm’n, 305 U.S. 391, 394 (1939)]에서 “연방헌법 제21조는 각 주에게 주류 규제에 관한 한 통상조항에 의해 구속받지 않을 권리를 인가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적도 있었다(“The Twenty-first Amendment sanctions the right of a state to legislate concerning intoxicating liquors brought from without, unfettered by the Commerce Clause”).
반면, 미국 연방 헌법 제1관 제8조 제3항(Article I, Section 8, clause 3)은 연방정부(Congress)에게 여러 주 간의 통상 문제에 관한 규제권한(power to regulate commerce… among the several states)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주간 통상 조항(interstate commerce clause) 또는 이를 줄여서 통상 조항(Commerce clause)라 부르고 있다. 이 통상 조항이 미국 사법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 할 것인데, 주된 기능은 주간 통상에 실질적이고 경제적 영향(substantial economic effect on interstate commerce)을 미치는 주법에 대해 연방법원이 위헌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조항으로 작용함으로써 연방 의회의 권위를 주 의회보다 우위에 서게끔 하였다. 보통 어떤 주가 자기 주민의 경제활동에는 유리하게, 타 주의 주민의 경제활동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차별하는 경우에도 이 통상조항이 작용함으로써 각 주의 배타성을 연방의 힘으로 무효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주류 조항과 통상 조항간의 갈등은 ‘주 의회와 연방 의회의 권한 쟁의’로도 묘사될 수 있는데, 통상 조항의 우위를 암시한 연방 대법원 판결로서 바커스 주류 수입회사 사건[Bacchus Imports v. Dias, 468 U.S. 263 (1984)]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법은 하와이 주세법이었는데 관련 규정에서 하와이 내에서 생산된 주류에 대하여만 주세가 면제되도록 한 것(Hawaii excise tax exemption for certain locally produced alcoholic beverages)에 대하여 타주 도매상이 위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연방 대법원은 이 하와이 주법은 모든 면에서 경제적 보호주의(economic protectionism)에 해당된다고 하면서 연방 헌법 제21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경쟁을 저해함으로써 지역 주류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위 21조에 의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 하였다.
이번 연방 대법원 판결도 결국 주와 연방의 힘 대결에서 연방이 우위에 있음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서, 그 동안 전통적으로 각 주에게 위임하여 온 주류 규제권도 주간 통상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타 주 와인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자기 주 와인 생산업자들을 유리하게 취급하는 차별을 둠으로 인해 위 통상 조항을 위배한 것이라 판시한 것이다(We hold that the laws in both States discriminate against interstate commerce in violation of the Commerce Clause, Art. I, 8, cl. 3, and that the discrimination is neither authorized nor permitted by the Twenty-first Amendment).
이 판결에서 각 주간의 차별 이슈만 다루었고, 외국 업체에 대한 차별 이슈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밝혀진 바 없으나, 이번 미 연방 대법원 판결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 주류업자의 미국 소비자들에 대한 판매방식에 있어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아니한 직판 방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위 통상조항을 통해 연방정부가 부여받은 권한으로 연방헌법상 각 주간 통상(commerce among the several States)뿐만 아니라 외국과의 교역(foreing trade)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