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소유하지 못했던 궁핍함과 그에 따른 열등감. 그리고 소극적인 태도로 점철되어 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비슷한 형편이었지만, 형제들이 많았던 나의 가족들은 더욱 가난했다. 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찍
부터 언니 노릇을 했던 나는 먹을 것이 있으면 늘 욕심부리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늘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
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자전거'를 타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 우리집에 세를 든 가족들이 있었다. 그 중에 내 나이 또래
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아이의 얼굴과 이름은 전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금방 이사를 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오직 그 아이의 자전거만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가을 무렵 그 아이한테 자전거가 생겼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자전거를 타보고 싶었다.
생각끝에 그 아이가 타지 않는 저녁시간에 그 자전거를 빌렸다. 나는 얼른 자전거를 골목으로 옮겼다. 아무도 없는 골
목은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해 보였다. 처음 타보는지라 자전거를 잘 탈리가 없었다. 계속 전봇대에 부딪혔다. 여기저
기 멍이 든 것 같았다.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또 언제 타게 될지 모르는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금새 골목은 어둑
어둑해지고 신나게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타고 나니 기다리는 가족
들 생각이 났다. 계속 타고 싶었지만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고등학교 3학년 때쯤, 교회의 중.고등부 학생들이 서울의 여의도광장으로 놀러갔었다. 그 때는 드넓은 여의도광장이
자전거를 타는 광장이었다. 초등학교 이후, 두 번째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저녁이 아닌 밝은 대낮에 자전거를 대여
해서 타는 것은 아주 기쁜 일이었다. 미숙한 실력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넘어졌지만 말이다.
어제 생애 세 번째로 인천대공원에서 자전거를 탔다. 남동생이 대여해온 자전거를 신나게 탔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있
어서 계속 정지를 했지만, 몇 바퀴 타고 나니 무수히 많은 사람들 틈을 조금은 헤치며 지나가게 되었다. 속도를 내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오랫동안 동경하던 자전거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처음 자전거를 탔을 때의 나이 또래의 아들을 두었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자전거를 신나게 타던 나의 동심이 살아있다.
그 순수함이 나를 기쁘게 한다.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의지한채, 내달리는 것은 너무 기쁜 일이다. 그동
안 잊고 있었던 자전거 친구를 반갑게 매만지면서 결심을 해본다. '앞으로 너를 잊지않고 달리겠다!'고...나의 어린 시
절의 꿈이었던 자전거. 하마터면 기억 건너편에 머무를뻔 했다. 아직도 이렇게 꿈이 남아있는데 말이다. 어제 대공원에
서의 모임을 주선하신 카페지기님께 감사를 드린다. 또한 누구보다 자전거와 함께 달리기를 좋아하시는 카페지기님으로
인해 자전거를 다시 타게 된 것도 감사 드린다.
첫댓글 에스더님께서 빨리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자전거와 에스더님, 매치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자동차보다는 아날로그적인 자전거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자전거를 타실줄 아는군요 다행입니다. 주위에 못타는 사람들만 많아서~~
타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탈 수 있어요.^^
'닉 부이치치'는 파도도 타는걸요.
헵시반님도 함께 자전거 모임을 갖게 되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