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가로스 테니스(Roland Garros Ten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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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 시스템 : 펜티엄 II 233Mhz/RAM 32MB/다이렉트X7.0a
- 권장 시스템 : 펜티엄 II 350Mhz/RAM 64MB/HDD
300MB/3D 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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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스포츠의 게임화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축구, 농구, 야구 등 많은 인기 종목이 게임화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기 스포츠가 게임화되면 해당 스포츠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제작사가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게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세계의 3대 스포츠
제전으로 불리는 월드컵, 올림픽, F1은 모두 게임으로 발매되고 있으며 미국에서 인기 있는 NBA, MLB, NFL, NHL, WWF 등도 게임으로
만들어져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외에도 골프나 권투도 게임으로 많은 인기를 얻는 스포츠다. 이쯤
되면 대부분의 인기 스포츠는 모두 게임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게임의 지명도에 비해서 상당히 게임화에 인색한 종목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테니스다. 테니스는 세계적으로 프로 스포츠로서의 인기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직접 즐기는 생활 체육 중에
하나로 매우 익숙한 종목이다.
테니스는 실생활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으며 종목 자체의 인기도 높고 선수도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게임으로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임도 없고 게임화가 된 예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콘솔 쪽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스매쉬 코트와 드림캐스트의 버추얼 테니스가 있기는 하지만 PC에는 그동안 이렇다 할 게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롤랑 가로스 테니스(이하 롤랑 가로스)는 과연 그간 테니스 게임에 목말라 있던 게이머에게 과연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테니스는 세계 4대 메이저 대회가 있다. 1월의 호주 오픈, 5월의 프랑스 오픈, 6월의 윔블던 그리고 8월의 US 오픈. 이 네 개의 메이저 대회를 한 해에 모두 석권하는 것을 그랜드슬램이라 하며 그랜드슬램은
모든 테니스 선수의 꿈이다. 롤랑 가로스 테니스는 이 중에서 프랑스
오픈을 게임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게임 안에는 나머지 3개의 메이저 대회도 포함하고 있다.
프랑스 오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게임 제작사가 프랑스의 크리오 인터랙티브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의 제목인 롤랑 가로스는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클럽의 이름이다. 이들 메이저 대회를 게임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테니스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상당히 가슴 떨리는 일일 것이다. 필자도 테니스의 팬으로서 상당한 설렘을 가지고 게임을 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전에는 스포츠 게임을 두 가지로 분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실에
가깝게 만들려고 한 게임 즉 시뮬레이션 적인 요소를 강조한 게임과
게임적인 상상력을 강조한 게임 즉 아케이드에 가까운 게임으로 나누어서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하드웨어와 게임 제작 기술의 발달로 사실적이면서도 아케이드적인 게임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이 사실적으로 변모한 것인지 시뮬레이션 게임의 아케이드적 요소가 강화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스포츠라는 장르의 발전과 함께 그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가까운 예로 피파 시리즈의
경우 이전에는 실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개인기의 효용성이 굉장히
높았지만 2001서는 그러한 요소를 많이 배제시키며 현실성을 추구했다. 결국 이제 스포츠게임의 완성도는 현실적이면서도 얼마나 게임
고유의 재미를 살리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스포츠 게임의 경우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시각적인 부분이 게임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에 많은 제작사는 보다
사실적인 그래픽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게임의 그래픽을 보면 매우 섬세한 모델링으로 실제 선수의 모습을 잘 재현해 얼굴까지 알아 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롤랑 가로스는 그
정도의 정교함은 보여주지 못한다. 제작사에서는 바닥에 공이 바운드된 자국이 생기는 것이 매우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그건 이미 과거의 이야기고 지금은 그 정도는 기본으로 구현해야 하는 시대다.
해외와 국내간의 발매 시간차가 9개월에 달하기 때문에 지금의 게임과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눈길을 끌 만한 그래픽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또한 모션 캡처를 이용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선수의 동작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최근 스포츠 게임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이야∼이거 진짜 같다'라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비주얼 적인 면에서 그나마 가장 잘 됐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경기장의 전체적인 모습이
실제와 매우 유사하게 꾸며져 있는 점이다. 종이장 관중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전체적인 모습은 세계의 유수한 클럽을 매우 잘 재현해 놓았다.
그래픽은 조금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반해 사운드는
매우 훌륭하다. 테니스 중계를 많이 본 게이머라면 잘 알겠지만 실제
테니스 경기장에서 들려오는 바로 그 사운드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
스코어가 변할 때마다 들려오는 그 느끼한 경기장 심판의 목소리, 힘차게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들리는 선수의 기합소리, 멋진 플레이가
나왔을 때 울려 퍼지는 관중의 함성은 테니스 경기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준다. 경기 내내 함성과 음악 소리가 끊이지 않는 농구나
축구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왜 이리 사운드가 썰렁할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원래 테니스 경기장은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중에는
최대한 조용히 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가끔 스포츠 게임 중에는 게임을 재미있게 한다는 명목 아래, 이것저것을 다 실현하려고 인터페이스를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기술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래서야 미처 게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질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면에서 롤랑 가로스는 누구나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방향키와 두 개의 키만 더 사용하면 모든 플레이가 가능하다. 상대가 친 공이 자신의 코트로 넘어오고 그것을 받아치기 위해서 백 스트로크를 하면서 공이 떨어질 착지점을 방향키를 이용해 지정해 주면 된다. 따라서 상대가 강하게 공을 치면 그만큼 받아칠 시간이 줄어들어 자신이 원하는 코스에 공을 치기가 어렵게 된다. 처음에는 이러한 조작법이 상당히 낯설어 보이겠지만 트레이닝 모드를 한
번 정도 거치고 나면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롤랑 가로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바로 테니스 백과사전(Encyclopedia)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 초부터 90년대 후반까지 프랑스 오픈에서 활약한 스타가 총망라돼 있는데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스타는 모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80년대를 빛낸 보리스 베커, 짐 쿠리어부터 90년대의 마이클 창, 안드레 아가시 등 남자 스타와 안나 쿠르니코바, 마르티나 힝기스 등 여성 스타 모두를 만날 수 있다.
또한 테니스에 관한 퀴즈도 마련됐 있어 퀴즈를 풀며 즐겁게 테니스에 관한 여러 가지 상식을 알 수 있다. 검색 자체도 매우 편리하고 꽤나 많은 사진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니스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좋은 자료집의 구실도 해 줄 것이다.
롤랑 가로스의 난이도는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조작법만 확실하게 익힌다면 컴퓨터와의 대전은 매우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몇몇 플레이에 대해서
잘 대응하지 못하는 허점을 가지고 있어 게임을 하다보면 조금 답답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 복식 게임을 할 때는 답답함을 넘어서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롤랑 가로스에는 숨겨진 요소가 마련돼 있어서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하면 새로운 선수를 얻게 되거나 새로운 라켓을 얻을 수도 있다. 사실
이것은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실상 게임을 하다보면 별로 그런 느낌을 받지 못 한다.
우승을 해서 얻게 되는 선수가 쿠르니코바, 힝기스, 샘프라스 같은 실제의 유명스타가 아니라 별 개성도 느낄 수 없는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롤랑 가로스 테니스가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플레이만 지원하지 않아도 요즘의 추세로 볼 때 매우 실망스러운 일인데 IPX조차도 지원하지 않는다. 복식 경기로 최대 4인까지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결국 4인이 함께 플레이를 하려면 한 게이머가 키보드를 이용한다고 해도 세 개의 조이패드가 필요하다.
스포츠 게임의 특징 중 하나라면 어느 정도의 성공만 거두면 그 게임은 곧 시리즈화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제작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판매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가 기존의 게임을 약간만 수정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데이터를 반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그동안 이
시리즈가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이머가 몰랐겠지만 롤랑 가로스
테니스 2000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고 제작사에서는 새로운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벌써 시리즈가 세 번째라는 것은 이 게임의 인기를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몇몇 두드러지는 단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PC로 나온 테니스 게임 중에서는 상당히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하다. 할 만한 테니스 게임을 기다려온 게이머라면 그 갈증을 어느 정도는 풀어 줄 수 있겠지만 완전히 해소시켜 주기에는 아직 부족할 것이다. 아마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쯤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