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모씨는 경남 김해에 사는 48세의 여자이다. 그녀는 2010. 8. 8. 일요일 피서를 하기 위해 남편과 두 명의 자녀 그리고 여섯 명의 이웃들과 함께 경남 미량에 있는 얼음골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 오후 서너 시경 그녀는 일행들과 함께 계곡물에 들어가 다슬기를 잡다가 물 밑 이끼 낀 돌을 밟아 미끄러지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였다. 사고 당시에는 허리와 엉덩이에 가벼운 통증이 있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다음날 허리와 다리가 조금 뻐근하였으나 놀러갔다 온 후유증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5일이 지나도 그 증상이 가라앉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녀는 검사를 한번 받아보고자 2010. 8. 14. 김해시 삼정동에 있는 감청수병원을 방문하여 CT촬영을 해보았다. 검사결과는 요추 염좌와 요추 추간판탈출증이었다. 그녀는 같은 병원에서 3주간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하였다. 그러나 역시 호전이 없어 2010. 9. 28. 같은 병원에 재입원하여 9. 29. 후궁절제술 및 디스크제거술이라는 수술을 받고 4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녀는 수술을 받고 6개월이 지나 장해등급 6급의 장해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수술확인서와 후유장해진단서를 S생명보험회사에 제출하고 재해수술비와 재해장해급여금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S생명은 재해가 아니고 예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퇴행성 기왕증 병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염 모씨는 S생명의 보험금 지급 거절이 적법한 것인지 우리 사무실로 물어 왔고, 우리는 그녀가 팩스로 보내 준 보험증권과 보험약관을 검토해보았다. 그녀가 6년 전에 가입한 보험계약은 S생명의 무배당 S리빙케어 종신형 보험계약이었다. 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니까 재해로 인하여 제6급 장해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재해장해급여금으로 15,000,000원, 재해로 인하여 수술을 받았을 때에는 수술비로 1,000,000원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물놀이 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였고, 그로 인하여 요추 추간판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이를 치료하고자 후궁절제술과 디스크제거술을 받았고, 제6급장해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S새영은 그녀에게 16,000,000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우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S생명의 행위가 횡포라고 판단하여 소를 제기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수중에 목돈이 없어 변호사 선임비용이 부담된다고 말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소장이나 준비서면 등 서면작성만 대행해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서면만 작성해주고 변론기일 때는 변호사 대신 그녀가 직접 법정에 출석하여 변론을 하는 방법으로 소제기를 하라고 하였다.
재판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재판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다. 2005. 4. 1.자로 모든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약관의 장해등급분류표가 통합 개정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개정 전․후의 장해등급분류표를 모두 서증으로 제출하였다. 개정된 장해등급분류표의 장해판정기준에는 생명보험이든 손해보험이든 관계없이 모든 보험에 있어 척추체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사고 기여도와 퇴행성 기왕증 병변 기여도를 파악하여 기왕증 기여도만큼은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염 모씨의 보험계약처럼 2005. 4. 1. 개정 이전에 이미 체결된 생명보험의 보험약관에는 척추체 장해보험금을 지급할 때 퇴행성 기왕증 병변 기여도만큼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이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이 사건 보험사고의 발생원인은 물놀이 갔다 미끄러져 발생한 것이므로 재해가 명백하고, 이번 사고 발생 전에 그녀에게는 척추와 관련하여 기왕증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그녀의 과거 5년 치 요양급여내역에 관하여 사실조회도 신청하였다. 그리고 같이 놀러갔던 이웃 두 명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그녀가 물놀이 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는 사실도 입증하였다.
그녀는 1심에서 전부 승소하여 청구한 보험금 16,000,000원 전액과 보험사고 발생일로부터 지급일까지의 지연이자도 지급받았다. S생명은 1심 선고 결과에 승복하고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재판이 확정된 후 그녀는 패소자인 S생명에게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까지 하여 소송비용도 모두 받아 내었다.
보험회사의 보험금 부지급‥‥‥ 절대로 겁내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보험금 청구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재해가 아니고 질병이기 때문에 재해수술비와 재해장해급여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S생명의 보험금 부지급 결정 통보를 받고 그녀가 만약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였다면 1,600만원이라는 돈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돈은 고스란히 S생명의 주주들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사항 한 가지가 있다. 보험사고 발생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어떠한 보험일지라도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때문에 당연히 탈 수 있었을 보험금일지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단돈 1원도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위 사례처럼 사고를 당하여 피보험자가 척추 즉, 등뼈(경추, 흉추, 요추)를 다치면 보험회사들 열에 아홉은 이건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라 퇴행성 기왕증 병변으로 인한 것이라고 박박 우겨댄다. 그 근거로 보험회사의 직원은 보험회사의 자문의사가 작성해준 의료소견서를 들이 내민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영락없이 사고 기여도는 조금(20% 내외)밖에 안 되고, 퇴행성 기왕증 병변 기여도는 엄청 높게(80% 내외) 기재되어 있다.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의사가 제멋대로 기재한 것이다. 보험회사 직원은 그 의료소견서의 기재내용을 근거로 사고 기여도가 20%밖에 안 되므로 이는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재해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질병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일부 보험계약자들은 보험회사의 자문의사도 대한민국 정부가 부여한 의사면허가 있는 의사일진데 설마 거짓의 내용으로 의료소견서를 써 주었겠느냐 생각하고 보험금 수령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바보 같은 사람들이다.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치료한 적이 없는 의사가 진단서 등을 교부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하지만 보험회사 직원들은 의료소견서는 진단서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 자문의사의 소속병원, 의사면허번호, 성명 등은 보험계약자에게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자문의사들은 의료소견서에 깨알 같은 글씨로 반드시 단서를 달아 놓는다. 그 내용인즉슨 “이 소견서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치료하지 않고 환자의 진료기록과 검사결과지만을 검토한 후 작성한 것이어서 추후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나면 그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추후 환자에게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보험회사 자문의사들은 보험회사로부터 의료자문 한 건당 얼마씩의 자문료를 지급받고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지급하지 않아도 될 의학적인 빌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보험회사 자문의사들은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한 의료소견서를 작성해줄 리 만무지만, 설사 작성해주었다 하더라도 그런 소견서는 즉시 찢어버리지 보험계약자에게 보여주는 바보 같은 보험회사 직원은 없다. 보험회사의 자문의사가 작성한 의료소견서는 이처럼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보험계약자들은 그 내용을 절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보험회사와의 주요 다툼 내용이 의학적인 것일 때는 목청 높혀 싸울 일이 아니라 가까운 손해사정사나 보험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한 후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