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이산 책판박물관 대표
함양에서 되살아나는 천년 책판의 숨결
주간함양 기자 / news-hy@hanmail.net입력 : 2014년 10월 13일(월) 10:05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호국의 신념이 뭉쳐 만들어낸 초조대장경과 팔만대장경. 이 모두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쇄물이며 당시 시대를 앞서는 문화유산들이다.
우리의 천년의 혼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문화유산인 목판인쇄문화를 잇고 있는 이가 함양에 터를 잡았다. ‘이산 책판박물관’ 관장이자 목판서화가인 이산 안준영(57) 대표. 그는 지난 11일 남덕유산 아래에 수십년간 심혈을 기우려 만들고 수집한 책판을 전시하는 ‘이산 책판박물관’을 개관했다. 수장고와 복원실, 교육실, 전시실 등 우리나라 책판의 전형을 모두 볼 수 있는 이곳 책판박물관은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문화는 물론, 30여년 오직 책판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안준영 대표의 혼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인류가 태어난 이후부터 의사와 지식의 전달을 위해 체계적인 문자를 사용한 것이 책의 시작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해 근대에 이러기까지 인쇄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안준영 대표는 우리나라 대표 목판서화가다. 조금은 생소한 목판서화가는 목판에 글과 그림을 세기는 사람을 뜻한다. 인간이 인쇄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만들어지고 이후 팔만대장경과 다양한 경전, 서책을 통해 인쇄술의 꽃을 피운 우리나라에서 목판 인쇄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안준영 대표. 그는 “사라져가는 역사를 되살리고, 조상의 지혜를 계승하는 뜻 깊은 작업”이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언해본을 비롯해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최초의 문헌인 용비어천가 등 다양한 고목판을 복원했다. 최근에는 초조대장경을 복원하기 위해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복원한 고문서 목판이 1000여점이 넘는다.
그는 특히 고문헌 복원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초조대장경 복원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보다 164년이나 먼저 제작된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은 1011년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지난 2011년이 꼭 천년을 맞는 해였으며, 복원에 큰 뜻이 있었다. 그는 “초조대장경을 만들다보면 천여년 전 호국의 일념으로 뭉쳤던 당시 조상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그 당시의 절박함 속에 베여있던 장인 정신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 더욱 집중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목판 복원은 책으로는 전해지고 있으나 소실된 목판을 다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목판 복원 작업은 나무를 골라 글자를 새기고 이를 한지에 인쇄한 뒤 다시 책으로 만들어내기까지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이 책판 하나를 작업하는데 한 달 이상 걸리는 인내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책판을 만드는 일은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아들과 딸, 사위와 며느리 등 온 가족이 그와 함께 책판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사라져가는 역사를 되살리고 조상의 지혜를 계승하는 뜻 깊은 작업이지만 일반인의 관심은 많지 않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와 함양과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금은 젊었던 시절, 안의 영각사와 인연이 있어 잠깐 머무는 기회를 가졌었다. 이후 해인사 인근에서 목판을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고령 대가야박물관 전주 한옥마을 목판서화체험관 등에서 천년을 내려온 목판인쇄술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오랜 함양과의 인연으로 덕유산 자락에 자리 잡게 된 이산 책판박물관은 그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다. 그 동안의 그의 작업의 집대성은 물론 전파와 확산이라는 인쇄문화의 꽃을 함양에서 피워보고자 하는 의지도 나타난다.
그는 “함양의 정자문화, 덕유산과 화림동 등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작업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함양의 아름다운 자연이 그의 섬세한 손끝에서 살아나 천년 만년 후대에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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