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이 있습니다.
저는 파마는 물론 염색도 안하고 오직 몇 달만에 한 번씩 컷트만 하는,
미용실 수입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그리 반갑지 않는 손님축에 듭니다.
타고난 곱슬머리라 파마를 안해도 그런대로 웨이브가 져 견딜만 하기 때문입니다.
머리숱이 적을뿐 아니라 굵기도 명주실같이 가늘어 힘이 없어 보이는 것이 불만입니다.
옛날에,해결책이라며 파마를 해보라는 권유에,파마를 했더니 아프리카에서 방금 도착한
뽀글뽀글한 머리의 아줌마가 되어 상당히 당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 후로는 한 번도 파마를 하지 않았습니다.
단골 미용실에서는 언제나 같은 스타일로 머리를 잘라줍니다.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숏컷트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안 어울려요"
더 이상 말도 못붙이게 단정적으로 하는 말에 두 번 다시 말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 번에는 단골 미용실을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읽은 책 반납하고 새 책을 빌려오는 길에 아담한 미용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안을 드려다보니 중년의 주인인듯한 미용사가 혼자 손님 머리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많이 기다려야 하나요?"
"아뇨,다 끝났습니다"
중학생은 지금 머리 손질하는 아줌마를 따라온 아들인가 봅니다.
어디 중요한 자리에라도 가려는지 곱게 단장한 그 아줌마는 머리도 갈색으로 염색하고
옷도 화려한 외출복입니다.
주인 아줌마는 나긋나긋하게 그 손님의 비위에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말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아드님은 엄마가 멋쟁이고 젊으셔서 너무 좋겠어요"
"처음 오셨을 땐 미스인줄 알았는데 저만한 아들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계속 넘치게 하는 말이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니 역겹지는 않습니다.
서비스업이고 더구나 예민한 여성을 상대로 영업하자면, 마음에 없는 말도 해야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머,머리카락이 너무나 건강해요"
제 머리를 만지며 하는 첫 발언입니다.
"머리숱도 적고 곱슬이라 불만입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저의 댓구에,
"아녜요,이 연세에 염색도 안하시고 이렇게 머리결이 건강하시다는 건 복받으신 거예요"
저는 머리에 대한 심한 컴플렉스를 갖고있어, 항상 무시 당하는 제 머리카락이,
오늘은 칭찬을 넘치게 받으니 머리카락이 놀라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기분이 좋아 잠시 비행기를 탄듯 하다가,
'뭐? 이 연세에? 그럼 내 나이를 얼마로 본 거야? 70대로?...'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려 하는데,평소부터 잘 아는듯한 부인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파마를 안하신 머리예요.얼마나 자연스럽고 보기 좋아요"
제 머리를 능숙한 손놀림으로 자르고 매만지면서 그 부인에게 동의를 구합니다.
이렇게 말하는데야 어찌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주인의 현란한 말솜씨와 숙련된 기술에 마음을 뺏기기 쉽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해보고 싶었던 숏컷트를 주문했고, 너무 짧으면 남자같아 보기 싫으니,
짧지 않게 하겠다는 말에 머리를 맡겼습니다.
"마음에 드셨습니까?"
상냥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예'라고 답했습니다.
적당하게 짧아 집에서 헤어드라이어로 쉽게 손질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첫댓글 그 미용실 주인말이 맞지요.....염색도 안하셔도 되니 머리결이 좋으시잖아요.... 진짜 복받으신 거지요.....
뭐, 복이 따로 있나요...
복 받았다고 생각하고 살아야죠
약간 숏카트하면 옥덕아우는 50대로 보일걸...하기야 염색을 안하니 염색값, 파마값 한번 모아 적금 부어보면 ...
어떨까
아유,언니는...50대라니요였더니,얼굴이 까맣게 탔다고들 해요.
'당뇨'라는 말에 열심히 걸어 체중을
그만큼,피곤해 보이고 나이 들어 보인대요.
건강해야 젊어 뵈죠.
머리가 좀 짧아졌다니 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네요.
파마 한 번 할려면 하루 날 잡아야 하는데 평생 파마않해도 되는
사람은 얼마나 편할까.
파마 안하니 시간과 비용절감은 좋은데,단정하지 못한 머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습니다.
짧게 자르니 가뜩이나 숱이 적은데 착 가라앉아 더 볼품이 없어요.
숏컷한 옥덕님의 머리 보고 싶네.파마 값도 안들고 지겨운 시간도 벌고 염색도 아직이라니 머리결이 건강할 수 밖에...참 부럽기만 하네~~
지난 해부터 하얀 머리카락이 나오기 시작하더니,지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았는데,
그 동안 머리카락 때문에 불만이 많았지만,그나마 염색 안하는 걸로 위안을
이젠 그 것마저도 아니게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