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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목)
드디어 날이 밝았다. 이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던가! 우리 부부는 전날 밤에 짐을 다 챙겨놓았기 때문에 아침에 부산떨지 않아도 되었다. 교회로 가는 차 안에서 먹을 빵을 준비한 후, 휘파람을 불며 자유로도 내달렸다. 낮에는 더워지겠지만,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은 선선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생각보다 자유로에 차가 너무 많은 거였다. ‘어? 웬 일이야? 우리가 수련회 간다니까 다들 따라 나서는 거야? 왜 이렇게 차가 많아?’
생각해 보니, 이날이 주일이 아니라 평일이었다. 아침에 차를 몰고 교회에 가는 날은 주일 밖에 없었는데 들뜬 기분에 교회로 가다보니, 목요일을 주일로 착각한 거였다. 주일 같으면 이때 집에서 출발해도 교회 도착이 8시 15분 정도 되는데 내비게이션을 보니 교회 도착 시간이 8시 40분으로 나온다. 이거 큰일 났다. 모든 일에 정확한 대장 집사님이니 분명 버스도 정확한 시간에 출발할 텐데, 그러면 우리는 완전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거다.
하는 수 없었다. 4차선으로 룰루랄라 달리던 여유는 한강에 던져버려야 했다. 그때부터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던 실력을 발휘했다. 90km 제한 속도지만, 그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조건 출발 시간 내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빨리 달린다 해도 도로에 차가 늘어나는 이상 나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 날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하는 수없이 남총무와 노집사님에게 문자를 보내 우리가 약간 늦을 것 같으니 대단히 죄송하지만, 아주 아주 쬐~꼼만(!) 기다려 주십사 부탁을 하고는 아내 정신을 옆에 두고 그야말로 정신없이(!) 달렸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월드컵 경기장 부근부터 차가 밀린다. 내비를 보니, 내비는 계속 강변북로로 가라고 나오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비보다는 내 직감을 믿어야 한다. 그게 내 신조다. 그래 자유로에서 마포구청 쪽으로 빠져나와 연대 방향으로 갔다. 이게 목사의 직감일까? 다행히 내 예상은 적중하여 도로는 한산했다. 오랜만에 직감이 통한 것을 뿌듯하게 여기며 연대 앞을 지나 광화문, 조선호텔 앞을 거쳐 신세계를 끼고 교회로 향하니 시계 바늘은 8시 2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ㅋㅋㅋ
대장 집사님이 우리를 보시고는 “목사님! 좀 늦는다고 하더니 일찍 도착하셨네”라며 반겨주셨다. 로비에서는 벌써 몇 몇 대원들이 도착하여 환담을 나누고 있었고, 남자들은 교회 마당의 담 공사 인부들을 보며 왜 담 공사를 하는지 서로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앞의 ‘못된(!) 고양이’와 우리 교회 간의 영토 분쟁(!)이 있었다. 그래서 영토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 담을 새로 쌓는 거란다.
하여간, 출발 시간을 20분이나 넘긴 후에(이럴 줄 알았으면 자유로에서 서두르지 않아도 된 건데... 쩝) 대원들을 태운 교회 버스는 철원으로 향했다. 부지런한 임원들은 아침을 건너뛴 대원들을 위해 빵과 물, 주스를 제공했는데 나는 이미 차에서 빵을 먹은 상태라 받아만 두었다. 어? 맞다! 그때 내가 받아둔 빵은 어떻게 되었지? 난 분명히 먹지 않고 두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빵의 행방이 묘연하다. 도대체 누가 내 ‘사랑하는’ 빵과 주스를 훔쳐간 겨~~~? 내 빵 돌리도! ㅠㅠ
철원으로 가는 길은 생각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중간에 잠시 휴식시간이 있어 휴게소에 들러 냉커피를 사는 대원도 있었고, 나처럼 회장님(!)을 만난 대원들도 있었다.
오랜만에 동행한 박병길 집사님은 휴게소에 들른 장면을 찍어 예루살렘 단체 카톡에 올림으로써 2015년도 철원 수양회의 첫 사진을 전송하였다.
사실 몇몇 분들이 수련회에 참석하고 싶지만, 여러 사정과 형편 때문에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며, 실시간으로 수련회 소식과 사진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잠시 잊었다가 박 집사님이 실시간 중계의 첫 테이프를 끊어주심으로 그때부터 발동이 걸려 우다다닥! 많은 사진을 올리게 되었다. 혹시 회사에서 근무하는 데 자꾸 예루살렘 카톡방의 알림이 울려 방해가 되었다면 이런 사정이 있었음을 감안하시어 부디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시기를...
철원으로 가면서 맞은편에 앉은 최화숙 집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거기서 들은 얘기 한 토막!
여러분도 알다시피, 현빈이가 축구를 한다. 그런데 축구도 예능 못지않게 많은 돈이 든단다. 예를 들면, 축구화의 경우 잔디용, 맨땅용, 인조잔디용, 이런 용, 저런 용... 뭐 운동장의 상태에 따라 축구화가 다르다고 했다. 난 이제까지 축구화 하나면 다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 거다. 그래! 이래서 사람은 늘 배워야 하는기라!
하여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버스는 무사히 철원에 도착했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는 벌써 텐트 5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텐트가 있는 수양회...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텐트는 선발대(남명관, 김광석 집사님)가 전날에 미리 도착해 비지땀을 흘려가며 설치한 거란다. 사실 선발대가 텐트를 설치했다기에, 그냥 던져 놓으면 저절로 설치되는 ‘원터치 텐트’인줄 알았는데... 하여간 선발대의 수고가 컸다.
수양관에 도착하니 그때가 오전 11시 10분. 식당에 가방을 놓고 잠시 숨을 고른 다음, 30분에 도착예배를 드렸다. 이때 참석 인원이 18명이었다.
대장 집사님의 목소리가 작아 마이크를 사용했는데 무선마이크의 성능이 떨어져서 잡음이 많았다. 기도는 김덕규 장로님이 하셨고, 내가 간단히 도착예배 설교를 했다. 설교 내용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교문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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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6일(예루살렘 찬양대 철원수련회 도착예배)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마가복음 6:30-31 (사도들이 예수께 모여 자기들이 행한 것과 가르친 것을 낱낱이 고하니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
지난주일 이후 “예수를 나의 구주 삼고”라는 찬송이 계속해서 입에 맴돌고 있습니다.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와 ‘예수를 나의 구주 삼고’의 차이에 관해서는 까페에 올렸으니 여러분이 잘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다른 교단에 있어 본 적이 없어 정확하지 않지만, 예전에 다른 교단에서는 이 찬송을 “예수를 내가 주로 믿어”라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여간, 우리는 찬양을 할 때, 별 생각 없이 부를 때가 있지만, 글자 하나로 의견이 분분한 찬송이 있었습니다. 그게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모든 교회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회가 소속된 장로교 합동측 교단과 고려측 교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단이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이라고 불렀습니다.
‘하게’와 ‘하려’의 차이, 더 정확히 말하면, ‘게’와 ‘려’의 차이는 글자 하나 차이지만, 여기에는 굉장한 신학적 차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내 주를 가까이 하는 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냐, ‘내가 내 힘으로 하는 일’이냐의 차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수 교단은 하나님 쪽에 무게를 두어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라고 불렀고, 다른 교단에서는 인간에 무게를 두어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이라고 불렀던 겁니다. 글자 하나가 신학의 색깔을 결정한 거지요.
이런 단어의 차이는 ‘수련회’와 ‘수양회’에서도 드러납니다. 제가 있던 교회는 보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양회’라는 말을 쓰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수련회’라고 했습니다. ‘수양회’는 ‘쉬는 분위기’고 ‘수련회’는 ‘훈련의 분위기’를 주기 때문이라는 게 담임목사님의 견해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습관적으로 ‘수양회’보다는 ‘수련회’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전단지를 보니 “성도교회 예루살렘찬양대 2015년 여름수양회”라고 되어 있네요. 저는 보수적이지만, 이것도 상당히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친히 제자들에게 쉬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본문 30절에 보니,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명령을 따라 정말 열심히 전도하고 나서 예수님께 돌아와 사역보고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자들은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31절입니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예수님은 제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으셨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예루살렘 수련회>라고 했는데 올해는 <예루살렘 수양회>라고 제목이 바뀐 걸 보면, 이건 분명히 하나님께서 총무인 남명관 집사님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찬양하느라 수고 많이 했으니 이제 잠깐 쉬라고 특별 배려를 하신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남 집사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 대장 집사님을 통해 들었다시피, 이번 수양회는 널찍널찍하게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코고는 소리와 그 외에도 차마 제 입으로 말할 수 없는 여러 소음과 공해로 신경이 예민한 분들은 잠자기가 꽤 불편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로 올해는 ‘수련’이 아닌, ‘수양’을 하게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이번 수양회는 2박 3일간 프로그램이나, 시간표가 그리 빡빡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잘 먹고, 잘 쉬기를 바랍니다. 특히 두 강사 목사님을 통해 영의 양식도 풍성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는 잘 쉬면서 고갈된 영성을 잘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영의 양식뿐만이 아니라 여러 권사님, 집사님들의 손길을 통해 다양한 육의 양식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식사시간이 오면 이런 저런 핑계로 거르지 마시고 든든히 잘 섭취하여 수양회가 끝나고 돌아가서 우리의 사역을 시작할 때, 더 힘차고, 기쁘고, 즐겁게 그리고 열과 성의를 다하여 주의 일을 잘 감당하기를 소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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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설교를 마치자마자, 대장 집사님은 ‘수련회’를 ‘수양회’로 바꾼 장본인은 바로 자신이라며 ‘수양’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로 몸과 마음을 한 단계 up-grade시킨다는 뜻이기에 일부러 수련회라고 되어 있는 초안을 보고 수양회로 고치셨단다. 아, 이런 깊은 뜻이!
참!
이번 수양회는 여느 때와는 다르게 찬송을 많이 불렀다. 예전에는 주로 복음성가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찬송가 위주였다. 우리가 부른 찬송가는 273장(나 주를 멀리 떠났다) / 321장(날 대속하신 예수께).
도착 예배를 마치고나서 드디어 맛있는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점심식사는 성도의 대장금 지순복 집사님의 정성스런 손길에서 나왔고... 이건 안 봐도 비디오!
오른쪽 상단(혹은 위에서 두 번째) 사진을 보니...
홍집사님: "어? 김 장로님은 왜 여기서 식사하셔?"
김장로님: "왜? 난 먹으면 안 돼?"
이런 상황처럼 보이네요. ㅋㅋㅋ
도착 예배를 마친 후에 안보교육 및 땅굴 방문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나는 갑작스레(!) 개인적인 일이 생겨 아내와 함께 남총무의 차를 빌려 타고 철원 시내로 향해야 했다. 그런데 시내에서의 일이 빨리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자꾸만 늦어졌다. 시계를 보니 벌써 1시 20분... 대원들은 1시 30분에 숙소에서 출발한다고 했는데 이 상태로는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한가지 남은 방법은 출발 시간을 늦추는 일. 그래서 이돈영 집사님에게 전화를 하여 혹시 숙소에서 우리를 기다렸다가 출발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더니, 땅굴 답사가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늦게 출발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땅굴은 포기해야 할 듯싶었다. 그런데 끝마무리에 이 집사님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목사님! 지금 일보시는 데서 숙소로 오시지 말고 곧장 고석정으로 가세요. 그게 더 편하실 거예요. 거기로 가시면 넓은 주차장이 있으니까 거기에 차 대고 기다리세요. 그러면 우리도 거기로 갈 거니까 거기서 만나지요.”
우왓! 그렇지!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데... 하마터면 손발뿐만이 아니라, 온 몸이 고생할 뻔 했다.
이래서 땅굴을 포기하려던 참에 다시금 희망을 갖고 일을 다 마친 후에 고석정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안내센터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교회 버스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첫댓글 목사님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매년 책자에는 수양회로 되었답니다. ^^ 매년이요~~~
앗, 그래요? ㅠㅠ 난, 진정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