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꽃구경 와,
이 꽃이 지기 전에,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우리들의 우정이 식기 전에,
내 마음 변하기 전에,
입장료와 간식은 내가 부담할게“
단체 톡에 설득력 있게 안 오면 오래도록 후회할거라고 올렸다.
어느 날, 고석정 사우나에서 나와,
커피를 한잔하고 멀리 보이는,
울긋불긋 곱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길로 발길을 옮겼다.
혼자라서 조금은 쓸쓸하지만,
한적한 꽃길을 따라 걷는 재미는 환상이었다.
석양이 질 무렵 선선한 바람이 친구가 되고,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과 동행하면서,
오색 노을이 배경이 되니 바로 이곳이 낙원임을 느끼게 했다.
며칠 전 헤어진 동창생들 생각이 났다.
작년에도 철원으로 꽃구경 하러 온다고 약속은 해놓고,
비가 너무 와 취소하고, 꽃은 비를 견디지 못하고
모두 져 버리고 말았다.
혼자서 보기엔 너무나 아까워 다녀 간 지 보름도 안 됐는데,
또 급하게 문자를 보냈다.
나는 토요일이면 올 동창들의 간식을 준비하며 마음이 바빴다.
멀리 이곳까지 오는 친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 할 수 있는,
철원의 예쁜 추억을 그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도토리묵을 쑤고 야채와 과일, 음료 다과 떡 약간의 주류도 준비했다.
동두천, 파주, 광릉, 송우리, 의정부에서 달려와 읍사무소에 모였다.
우리는 두부전골 집에 들어가 들기름에 두부를 지지고,
얼큰한 전골로 배를 채우며,
시골 음식에 푹 빠진 그들은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이름 모를 꽃들이 만발하게 핀 고석정 꽃밭으로 안내했다
주말이라 각처에서 구경 온 사람들이 많아,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교통이 혼잡하였다.
친구들은 꽃 속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담느라 분주했다.
그들은 젊은 날로 돌아간 듯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폰에 담고 있고
이름 모들 꽃들은, 서로가 시새움이라도 하듯 활짝 웃으며,
친구들을 반기고 있었다.
넓고도 긴 꽃길이 한눈에 보이는 원두막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도 너무 좋았다.
친구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다니려니 힘이든 듯 싶었다.
생각 같아선 노동당사 앞 모노레일도 소개하고,
지난번 중간까지 갔다 돌아선 주상절리 길도 완주하고,
삼부연 폭포 야간 경관,
조명이 아름다운 산책길도 보여주고 싶었다
휴식이 필요한 우리들은,
군탄공원에 자리를 하고 싸온 음식을 풀었다.
볼을 스치는 싱그러운 공기와 바람이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언제나 만나도 시원하고 상큼하다.
친구들은 바람도 사람도 경치도 좋은 철원으로 이사 오고 싶단다.
싸온 음식을 먹으며 늦깎이 학생들은 마냥 즐겁다.
세월이 좋아서 방송통신 중학교를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난 우리들,
늦은 나이에 그 옛날 못 다한 공부하느라 힘들었는데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활짝 피웠다.
우리들은 모처럼 목청을 다하여 공원이 울리도록
“우리들의 우정을 위하여” 건배를 하며
철원의 만남은 또 한 페이지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어느 듯 석양이 지려는 듯 어둠은 서서히 다가오고,
늦깍이 학생 일 곱 명은 집합장소에서,
다음에 또 만날것을 약속하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