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초나라의 회왕에게 아름다운 첩이 생겼다. 나이어린 첩은 날렵한 몸매는 물론 애교도 많았고, 순수하기도 하여 왕의 사랑을 독차지 하였다. 이에 질투를 느낀 왕비 정서는 첩을 제거할 각가지 방도를 찾게 되었다.
정서는 그 책략으로 먼저 첩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어 관심과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 다음, 첩에게 말하길 “제왕께서는 말할 때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였다. 그 다음부터 첩은 왕과 말하다 웃을 때면 늘 손으로 입을 가리는 모습을 하였다.
영문을 모르는 왕은 그런 모습을 더욱 좋아하였는데 그런 왕에게 정서는 “첩이 제왕님의 냄새를 몹시 싫어하여 말할 때 손으로 입을 가리는 것입니다.”라고 거짓 고자질 하였다. 이에 왕은 격노하여 첩을 궁에서 내쫒아 버렸다.
‘권모술수’에 관한 고사의 한 토막이다. ‘권모술수’란 목적달성을 위하여 인정이나 도덕을 가리지 않고 권세, 모략, 중상 등을 쓰는 술책을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말들은 그런 것이 통하는 시대나 지역적 상황과 맞물려간다.
이런 상황과 관련된 한 일화가 있다. 공자가 노나라의 폭정과 혼란을 피하여 제나라로 가던 중이었다. 세 개의 허술한 무덤 앞에서 한 여인이 슬피 우는 것을 보고 사연을 물었더니 시아버지, 남편, 아들을 모두 호랑이가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이에 공자가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여인은 “다른 곳에 가면 무거운 세금에 그나마도 살수 없으니 차라리 여기가 낫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공자가 한숨을 쉬며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구나.(苛政猛於虎)”라고 하였다.
‘선진사회’의 의미는 많은 뜻을 담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안정되었으며, 법과 제도를 통한 사회질서가 확립되었으며,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의 사회상황을 말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로 칭해지는 정부나 국민 모두가 인간존중의 이념과 가치관이 전체적 정서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을 말한다. 아무리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한들, 국민정서가 따르지 못하면 결코 선진사회가 될 수 없으며, 설혹 다수 국민의 정서가 인간존중의 가치관이 되어 있을지라도 경제적으로 어렵고 법과 사회제도가 열악하면 마찬가지이다. 이런 선진사회의 정서는 목적이나 결과 못지않게 ‘바른 절차와 수단, 방법’을 중요시 한다. 형법학에 증거에 관한 이론으로 ‘독수독과(毒樹毒果)’가 있다. 아무리 그 증거가 범죄의 직접증거가 될지라도 증거를 수집하는 절차가 규정에 어긋났다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후진사회, 나아가 폭정이나 군부통치와 같은 나라에 이를수록 ‘권모술수’가 판을 치고 ‘수단과 방법’은 ‘바람직한 특정한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이란 취지를 벗어나 버린다. 누구나 고립무원의 경지에 홀로 서있을 수 없다. 항상 ‘다중’이라는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생존해가야 한다. 일시적 수단을 통해 이룬 성취가 영속적 혜택을 누려갈 수 없다. 바른 성취의 과정에는 수없이 흘린 땀과 고통의 긴 시간, 이를 통해 얻어진 실력, 능력, 주변사람들의 신뢰, 진정한 마음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의 손길이 모아져 이루게 된다.

그래서 오늘의 ‘자신’은 그런 요소의 ‘집합체’인 것이다. ‘나쁜 모습’은 못된 행동의 대가이며, ‘잘된 모습’은 좋은 방향으로 노력한 결과이다. 그래서 못된 노력(수단과 방법)으로 되어진 나쁜 결과에 ‘종말’이라고 비판하며 잘하여 이룬 성취에 ‘성공’이라는 축하의 말을 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이든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있는지를 늘 살펴야 하며 늘 올바른 방법과 수단을 통하여 이루겠다는 마음자세가 습관처럼 몸에 익혀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가 잠을 이루기 전에 울고 보채듯이 하고 있다. ‘수단, 방법이 어찌됐건 목적만 달성하면!’이라는 잘못된 가치관과 습관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의 행태가 모든 게 제도화 되고 투명해지는 현실에서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업적(?)이 알러지 환자의 종기처럼 솟아나고 있다. ‘도덕’을 찾으려니 ‘인재’가 없고 ‘인재’를 찾았더니 ‘인성’이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든 것이다. 관행처럼 되어진 일들이 이제 ‘여론’의 도마 위에서 난도질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여 ‘체크’되는 사람들이다.
선진사회의 ‘지름길’은 하나다. ‘가장 인간적인, 가장 원칙적인, 가장 헌신적인’ 이념이 보편적 가치관으로 자리 잡아 ‘순리와 더불어’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때 가능한 것이다. 나는 때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보며 웃음이 나온다. ‘도박장’에 왜 가느냐? 왜 마약을 하느냐? 왜 범죄를 하느냐? 등과 같은 질문이다. 그 종말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나쁜 행태가 자꾸 드러나는 사회는 그러한 행태가 통하기 때문이다.
범죄를 하는 사람들이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먼저 범행의 가능성․용이성, 범죄로 인하여 얻어질 가치와 그로 인하여 받을 벌을 비교하여 수익(?)이 있는 가이며, 다음으로 발각․체포가능성이다. 한 가지라도 맞지 않다면 하지 않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범행 가능의 환경이다. 권모술수도 마찬가지이다. 지도층에 이를수록 권모술수가 통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옳지 않은 수단과 방법, 절차가 통하지 않는 환경’, 바퀴벌레가 들어가지도, 살지도 못할 주방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순리와 원칙에도 예외가 있다. 그것은 ‘정말 선량하고 지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일에는 변칙이 되더라도 사회가 용인 할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정치란 어려운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다.’라고....홍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