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 붐을 위한 제언
한국은 개발 연대 초기인 1970년대 경제개발자금 확보를 위해 이탈리아의 경험을 본받아 해외 건설 전략을 선택하였다. 제1차 중동 붐은 우리나라가 1970~80년대에 중동의 산유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건설시장에 한국의 건설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경제개발자금을 조달하여 한국경제의 압축 성장을 뒷받침해 준 경험을 말한다. 석유 시대의 중심에 있던 중동의 건설시장은 오일쇼크 이후에도 이란・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 리비아의 대수로 건설 사업, UAE의 원전 사업 등 대형 사업이 줄지어 이어졌고, 지금까지도 한국 해외 건설의 주요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1차 중동 건설 붐은 공급 측과 수요 측의 여건이 잘 어우러져 성공한 것이다. 공급 측인 중동 산유국은 풍부한 오일 머니, 경제개발의 열망과 시급한 물적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절대 인력의 부족 등을 들 수 있고, 수요 측인 한국에서는 풍부한 양질의 건설인력 공급, 안정적 석유 수입, 경제개발자금의 조달, 경제성장 동력의 유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중동이나 한국이나 많이 달라진 상황이므로 50년 전의 이야기가 되풀이될 수는 없다. 석유 시대는 역사 속으로 저물어 가고 이미 탈석유시대, 기후환경의 위기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중동 경제도 종전의 석유 중심의 산업구조가 이제는 다변화되었고 선진화되었다. 산유국들은 바레인의 금융 산업, 두바이의 관광산업을 비롯한 UAE의 지역 허브화, 리비아의 대수로 사업을 보면서 산업구조가 튼실하게 조정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탈석유 시대의 전략으로 네옴시티와 같은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중동의 발주사업도 다양해졌고, 건설 프로젝트도 복합적이고 첨단화되고 있다. 제2의 중동 붐의 상징으로 우리의 기대를 부풀게 하는 네옴시티(새로운 미래) 프로젝트는 약 1조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여 새로운 미래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체로 친환경 직선 도시 ‘더 라인’, 산악 관광지 ‘트로제나’, 부유식 산업도시 ‘옥사곤’의 건설로 나눠진다.
제1차 중동 붐을 만끽하며 주역으로 참여한 한국의 해외 건설 사업은 2027년까지 수주고 연 5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세계 건설 시장 점유율 4위를 넘보고 있다. 수주 공정도 과거 인프라 구조와 석유화학 플랜트 위주에서 벗어나 원전 사업, 스마트시티와 그린에너지, 스마트팜 등 K-건설은 중동에서의 수주 분야가 심화・확대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K-방산, 조선 수주의 전설이 된 K-조선처럼 수주 공정도 고도화되었다.
제2의 중동 붐의 총아인 네옴시티와 같은 초대형 건설 사업에 공격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일관 공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은 물론 선도적 리더로서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건설 분야뿐만 아니라 K-방산, K-조선, K-콘텐츠와 연관사업, K-팝, K-컬처 콘텐츠, K-푸드 같은 산업 분야가 제2의 중동 붐과 제휴하기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의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협력과 신속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신앙신보, 20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