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송년 모임들이 많아졌다. 친구들 몇몇이 함께 하는 모임에 나도 참석하게 됐다. 그런데 친구들이 내가 무슨 방송연예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착각한 듯 이런 저런 질문들을 퍼부어 댔다. ‘백지영 비디오’로 시작해서 별별 얘기들을 다 물어왔다. 어떤 얘기는 나도 금시초문인 경우도 있었다.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대충 응대하는데 한 친구가 엄청난 비난을 내게 퍼부어댔다. “야, 요즘 방송은 어떻게 10대들만 대상으로 만드냐, 라디오고 TV고 뭐 볼게 있어야지. 또 우리 같은 세대는 음악도 듣지 말라는 거냐. 방송하는 사람들이 왜 그러냐?”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였지만 이날 따라 무척 화가 치밀어 바로 대꾸했다. “그렇게 얘기하는 너는 방송에 한번이라도 참여해서 의견을 표시한 적이 있냐? 최근에 음반을 한 장이라도 산 적이 있냐?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에 입장권을 사서 구경한 적 있냐?”
나의 이 속사포 같은 질문에 그 친구는 멋적어 하면서 “아니” 하고 대답했다. 그 순간 나는 ‘결정타’를 날렸다. “그럼 불평하지마.”
우리 대중문화가 10대를 중심으로 왜곡돼 가는 데는 어른들의 잘못도 크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있다는 간단한 진리를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어느 PD가 아무도 보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겠는가. 정신병자가 아닌 다음에야 어떤 음반제작자가 팔리지 않는 음반을 만들겠는가.
그러니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할 일이다. 비단 대중문화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문에 걸쳐 능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래도 개선이 안되면 그때 불평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