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이 빚어낸 기암의 모습
한탄강 트레일은 얼음 트레킹과 마찬가지로 태봉대교에서 시작한다. 짧은 계단을 내려서서 화장실과 나무의자 등 휴게시설이 있는 아담한 공원을 지나면 이내 한탄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비릿한 민물 냄새가 맡아질 정도로 바짝 다가선 한탄강은 계절을 거스른 듯 옥빛으로 반짝인다. 강변으로 내려선 뒤에도 길의 흔적은 또렷하다. 본래 있던 길이 아니어서 거친 면이 없지 않지만, 턱 진 곳엔 모래주머니를 쌓아 높이를 맞추고, 진행 방향을 알리는 시그널 리본도 촘촘히 달아놓아 길 잃을 염려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거침없이 흘러가던 강물이 잠시 숨을 고르는 곳에 부교가 설치됐다. 강물이 얼었다면 굳이 건널 필요가 없었겠지만, 얼음의 'ㅇ'자도 찾아볼 수 없는 지금은 도리가 없다. 사실 6km에 이르는 한탄강 트레일 구간 중 이곳을 지날 때 아쉬움이 가장 컸다. 왜 안 그렇겠는가. 눈앞에 보이는, 부챗살처럼 퍼지는 주상절리를 품고 크게 휘어 돌아가는 저곳이 그 유명한 송대소인데. 투명한 얼음 바닥 위에 우뚝 솟은 송대소의 주상절리는 한탄강, 아니 철원의 겨울을 대표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이지 않은가. 송대소는 실 한 꾸러미가 모자랄 정도로 수심이 깊기 때문에 얼음 트레킹 시에는 주상절리 쪽으로 다가서는 것을 삼가고 지정된 코스로만 지나야 한다.
2023-03-01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