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
별에서 온 그대/혜완 장향규
집식구가 무좀으로 오래 고생 하더라니
자기관리 못한다고 지청구를 해댔는데
어느샌가 내 엄지에 분가해서 살고있네
개인위생 신발소독 소용없는 일일레라
포자로 펄펄나니 무슨 수로 막을소냐
마늘즙에 식초물에 쑥뜸에다 봉선화물
민간요법 무효하여 피부과에 갔더니만
일주일에 한번씩 레이저로 지져내고
자주자주 씻은 후에 발톱약을 발랐는데
엄지하나 낫겠다고 한번 치료 십만원에
열번을 하고나니 숙지근해 지는지라
얼씨구나 이 기회에 씨 말리자 하였더니
난데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질근질
혈액검사 소변검사 아무 이상 없다하지
원인을 알아야지 제 치료를 할것인데
내과에다 피부과로 이리저리 병원쇼핑
알러지약 처방할 뿐 뾰족한수 없다하네
알고보니 진균씨가 몸속에서 넉장거리
곰팡이균 칸디다가 뿜어내는 독소 때문
내복약은 치명적인 간에 손상 위장장애
부작용을 어찌할꼬 며칠동안 고민하다
도대체 무좀균이 무엇이라 이러는가
시베리아 샤먼 전설 28수별 저 너머에
묘성 플레아데스 성단의 좀생이들이
옛고향인 지구별이 그리워서 돌아왔네
이제보니 그대들은 별에서 온 귀한 손님
진화론을 믿는다면 옛날갓적 우리 조상
별안간에 큰 깨달음 짧은 생각 바꾸어서
너도 살고 나도 살고 타협하여 공존하자
약을 먹지 않을테니 가렵지만 않을 정도
발진 나지 않을만큼 살아주면 안되겠니
좌정하여 심안으로 몸속으로 들어가서
소장대장 주름잡는 좀생이를 만났더니
'몸주께서 광선으로 우리들을 몰살직전
황급하게 몸을 피해 기사회생 하였는데
발톱하나 차지하고 살아가던 우리들을
아금바리 아작내어 멸종에 이르게 하니
이 정도로 하는 것도 다행으로 생각하소'
'협상이란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것이거늘
어찌 그대 입장에서 혼자 말만 하고 있소
내 몸주인 바로 나니 내 살자면 할 수없이
생화학적 최후 선택 할 수밖에 없잖겠소
월세전세 못낼 망정 집주인을 망하게 할
심산이면 그대들도 끝장이라 생각하오
가려움증 그 고통이 어떤지는 모르리다
이리 긁적 저리 긁적 자긋자긋 잠 못자고
붉은색의 발진들이 여기 울툭 저기 불툭
아가씨가 과부 심정 모르듯이 말을 마오
만물영장 사람들도 가족계획 세우는데
그대들의 증식 속도 슬로우로 낮춰주오
우리들이 고등생물 인줄 알고 살았더니
사실은 그대들이 더 진화 하였구료
하기 싫은 공부 안해 외국어도 안 배우지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씻고 닦고 운동하지
그대들은 인간에게 빌붙어서 살 뿐더러
우리들의 생각까지 지배하고 있지 않소
또 한가지 사람 몸에 붙어사는 생명체가
현미경에 확대하면 두피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 미생물들 여차하면 발호하여
건강문제 일으키니 바늘 끝의 공간에도
팔만사천 우주공간 있다는 것 모르시오?
이러한 즉 인간들도 타생명에 기여하니
그들과도 균형 맞춰 살아가고 있소이다
한쪽에서 번성하면 다른쪽은 쇠퇴하니
조화롭게 개체조절 평화롭게 지냅시다'
'대주말을 듣고 보니 미안하단 마음 드오
억하심정 유분수지 틀린 말씀 아니외다
부족회의 소집하여 우리 거취 정하리다
어쨋거나 그 동안에 결례가 컸소이다'
약을 끊고 조바심하며 며칠을 기다리니
과연 며칠 지나도록 도지지는 않는지라
다시 한번 좌정하여 명상으로 들어가서
대장 안을 살펴보니 다양한 세균, 곰팡이
효모,바이러스,남조류도 보이는구나
지금까지 미생물이 인간에게 해롭고
위험하고 불결하다 혼자 생각 하였는데
해 끼치는 종류는 극히 일부라고 하니
대부분의 미생물은 중간자적 역할로서
실생활에 유용하단 학설이 우세하네
기생충을 박멸한 후 알러지가 창궐하니
속된 말로 개똥도 쓰일 곳이 있는 법
마지막에 이리저리 좀생이들 찾아보니
우리 몸에 각종 암과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 잡는다고 동분서주 열심이니
민폐만 끼친다고 면박줘서 미안하네
먼별에서 오신 그대들이여 아무쪼록
내 안에서 세세생생 번영하길 바라며
진균씨 우리 같이 사이좋게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