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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우선 해야겠군요.
저는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삼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곤충 좇아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곤충 생태사진을 찍게 되고, 지금도 그에 관련된 렌즈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재주가 부족해서인지 사진은 나름 열심히 찍는데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은 별로 없어서 올린 사진은 별로 없습니다.
뭘 해서 먹고 사냐구요? 저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인터넷에서 접사 촬영으로 많이 알려진 닭님의 책을 출판했죠.
닭님의 '접사, 제대로 들이대기'가 제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곤충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날마다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는 꿈을 꾸며 살고 있으니 이런 책을 내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요.
곤충 사진은 참으로 매력 있는 분야입니다.
평생을 이것에만 모두 바친다 해도 10분의 1도 찍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소재가 기다리고 있으니 참으로 매력 있는 일 아닙니까?
더구나 우리 생태계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데에 일조한다는 뿌듯함까지 있으니 참 신나는 일입니다.
재미도 있고 보람까지 있는 일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사실 지나고 나니(물론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렌즈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 나름 보람도 있는 일이기는 하더군요.
이 렌즈로 이런 사진을 찍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작기를 쓰는 이유는 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입니다.
최소한 제가 겪은 만큼의 시행착오는 더 이상 없길 바라면서 본격적으로 렌즈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곤충과 같이 작은 사물을 접사촬영하면서 흔히 좌절감을 맛보는 경우는 사진의 피사계심도 때문입니다.
조리개를 조이다보면 렌즈의 최대 조리개값까지 조이고 찍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래서 회절 현상을 심심치 않게 겪고는 하지요.
그렇게 찍어도 배경은 웬일인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뿌옇게 배경이 사라진 채 공중에 떠있는 벌레 한마리...
곤충이 살아가는 환경과 함께 초접사 사진을 찍는 방법은 없을까요?
어떨 땐 내가 가지고 있는 마크로렌즈의 조리개가 한 400쯤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초접사한 곤충과 멀리 있는 산 능선이 배경으로 모두 살아 있는 사진...
어안으로 찍으면 된다고 하시겠지만 어안으로는 심도는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지만 확대 배율이 너무 떨어져 그걸 접사라 해야 할지...
애매한 사진이 나오게 되지요. 물론 겁나게 들이대더라도 말입니다.
어안과 같은 화각에, 그보다 더 조일 수 있는 심도에, 1대1 배율이 넘는 렌즈 어디 없을까요?
거기에 렌즈의 구경이 아주 작아서 곤충에게 몰래 다가가기 좋은 놈으로 말이지요.
이런 궁금증 때문에 오늘 소개할 렌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스트로보를 개조해 괴물처럼 생긴 트윈 스트로보는 만들어 봤어도 렌즈에 도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느 날인가 벌하늘소님이 안내해준 링크를 따라갔다가 사진을 보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의 어느 사이트였는데 제가 생각하던 그런 사진이 떠억 하니 올라와 있더군요.
곤충의 눈 렌즈라고 하는 것으로 찍은 사진인데, 피사체인 곤충이 사진 전체를 뒤덮도록 찍었더군요.
곤충 한 마리를 사진에 꽉 채운 게 아니라요, 마치 사진을 보는 내가 곤충처럼 몸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하는 사진이더군요.
우선 사진을 한 장 볼까요?
제가 본 일본의 그 사진을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허락없이 퍼올 수 없어서 제가 찍은 사진으로 올립니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미를 촬영한 것입니다.
사진의 느낌으로야 꼭 어안으로 찍은 것 같지만, 기존의 어떤 어안렌즈로도 이정도 확대율로는 찍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접사 튜브 몇 개에 50밀리 렌즈 리버스 해서 찍으면 이것보다도 더 확대된 사진을 찍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만 그리하면 배경도, 개미의 몸 전체도 심도 안에 넣을 수 없습니다.
개미를 공중에 붕 띄워 놓은 사진이 되지요. 확대율도 이 사진보다 더 높이고 심도도 더 깊게 찍으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
차근차근 렌즈의 원리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접사 배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피사체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렌즈여야 합니다.
초점 범위를 조절하는 장치를 만들 때 가까운 곳에 초점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를 하면 가능한 일일 것 같습니다.
둘째,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피사계심도가 얕아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촛점거리가 짧은 렌즈로 만들면 될 것 같습니다.
촛점거리가 짧은 렌즈들일수록 같은 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찍을 때 피사계심도가 깊습니다.
조리개링을 붙여서 엄청나게 조일 수 있도록 만들면 더 도움이 되겠지요.
셋째,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를 쓸 경우 피사체가 작게 찍힙니다.
더구나 slr용 렌즈 중에서 극단적으로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라고 해봤자 8밀리미터 정도가 고작입니다.
기존 렌즈는 아예 잊고 다시 설계를 해야 합니다.
이 정도가 렌즈를 만들어야겠다고 맘먹을 당시 제가 가지고 있던 렌즈에 대한 상식이었죠.
다행히도 당시 벌하늘소님이 '어 로목'이라 번역되는 시스템을 일본으로부터 구해서 곤충 사진을 찍고 계셨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니콘 AF35-80 렌즈 앞에 어댑터를 붙이고 그 앞에 그 이상한 렌즈를 붙이고 찍으시는데 신통방통하게도 묘한 사진이 나오는 겁니다.
마치 사진을 보고 있는 내가 곤충처럼 몸이 작아진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말입니다.
벌하늘소님의 그 시스템과 시스템이 만들어낸 묘한 사진입니다.
감광면이 매우 작은 똑딱이로 찍으면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것도 같습니다만 이미 DSLR에 길들여진 내가 극악의 바디 성능을 견디며 곤충 사진을 찍게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DSLR바디에서 저런 사진을 구현해보자...
그때부터 정보를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어 로목'시스템부터 살펴보았지요.
앞쪽에 붙이는 렌즈를 카메라쪽에서 들여다보니 꼭 망원경을 대물렌즈 쪽에서 바라보는 듯한 상이 보이더군요.
뒤집어서 보니 망원경처럼 확대된 상이 보입니다. 아하 이것은 망원경이 틀림없습니다.
크기나 상이 거꾸로 뒤집히지 않는 것을 보니 갈릴레오식 망원경이 틀림없습니다.
망원경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대물렌즈에 볼록렌즈를 쓰고 접안렌즈에 오목렌즈를 사용해서 만든 갈릴레오식. 이 망원경은 시야각이 좁은 대신에 정립상이 형성되고, 따라서 별도의 장치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형의 시스템을 만들기가 쉽습니다.
또 한 가지는 대물렌즈와 접안렌즈에 볼록렌즈를 사용해서 만드는 케플러식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도립상으로 상이 보이므로 상하좌우를 바꿔주는 시스템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는 오목 반사경을 사용하는 뉴튼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경통을 매우 짧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제작 비용도 비교적 싼 편이므로 같은 구경일 경우 다른 방식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벌하늘소님이 구해서 가지고 계신 렌즈는 이중 갈릴레오식 망원경을 뒤집어놓은 형태로 만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때부터 갈릴레오식 망원경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헤매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답이 나오질 않더군요.
판매하는 상품을 뜯어서 가지고 있는 마크로렌즈에 붙여서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하는 맘이 생기기는 했지만 자작인의 정신에 입각해서 이건 잘 용납이 되질 않습니다.
자작했다고 남들에게 자랑하려면 좀더 뭔가 글럴싸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나봅니다.
외눈 망원경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으시면 한번 실험해보셔도 좋습니다.
80~90mm 정도의 초점거리를 가지고 있는 렌즈 앞에 망원경을 거꾸로 붙여서 대충 거리를 조절하다보면 상이 형성되는 것이 보일 겁니다.
물론 심한 비네팅 때문에 접사튜브나 텔레컨버터를 몇 개 추가로 붙여야 할 것입니다만...
이런 형태로 말입니다.
실행도 안 해보고 좌절...
그러던 중 언젠가 사무실에 자장면 배달이 왔더군요.
띵똥~ 하길래 무심코 초인종 위에 달린 외시경을 들여다 봤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외시경 렌즈가 갈릴레오식 망원경을 뒤집어놓은 형태인 겁니다.
오옷.............. 빙고!
찾았습니다.
일본 사진가들이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던 렌즈가 바로 외시경 렌즈였던 겁니다.
도어스코프라고 하더군요. 이 용어조차도 너무나 생소해서 외시경이라는 단어를 찾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검색 끝에 외시경 렌즈를 파는 곳을 알아내 주문을 넣었지요.
혹시 실험하다 실패할 것에 대비해 종류별로 몇 개씩 10개나 주문을 넣었습니다.
여차하면 이 렌즈를 뜯어서 재조합해서 사용하면 될 것 같았거든요. 잠이 다 안 오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5일 만에 렌즈가 도착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산 외시경 렌즈를 아무리 렌즈 앞에 들이대 보아도 상이 잡히질 않는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그러다 외시경렌즈를 필드렌즈에서 아주 멀리 띄워놓고 보니 간신히 도립상이 보입니다.
그러나 좌절...
도저히 실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멀리 설치를 해야만 가능하고 상도 너무 작아서 비네팅 때문에 도저히 쓸 수가 없는 겁니다.
크롭해서 쓸 수는 있겠지만 크롭해서 100만 화소도 안 될 것 같은 사진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이런 시스템이 됩니다.
사용이 불가능하네요.
여기서 잠깐 흐름을 끊고 다른 이야기...
대물렌즈의 구경이 작은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지요.
이 두 렌즈는 화각이 같습니다. 들이댈 수 있는 거리도 같습니다.
그러면 둘 중 어느 쪽이 곤충을 크게 찍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렌즈 앞을 꽉차게 찍을 수 있는 오른쪽 렌즈겠지요.
기존의 slr용 어안렌즈는 이와 같은 원리 때문에 곤충을 크게 찍을 수 없습니다. 렌즈가 아주 작아야 크게 찍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작은 핀홀렌즈 같은 걸로 찍으면 개미도 화면에서 넘치게 찍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 외시경 렌즈처럼 기존의 어안렌즈보다 구경이 작은 렌즈에 집착하는 이유입니다.
어쨌든 국내에서 구한 외시경 렌즈는 실험에 실패했습니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이 일본에서 판매하는 외시경 렌즈를 구해서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요....
이것 역시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습니다.
바디 사오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 아마추어들이 만들어 쓰는 렌즈까지 일본에서 들여와야 한다는 사실에 좀 맘이 상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대물렌즈 구경이 작고 화각이 넓으면서 초점거리가 매우 짧은 렌즈 어디 없나요?
가지고 있는 핸드폰 카메라의 렌즈를 떼어내어 실험해보고 싶은데 헐... 114 눌러 물어보니 아직 의무사용기간이 석 달이나 남았답니다.
마누라가 도끼눈을 뜨고 나를 볼 게 틀림없습니다.
여기서 다시 잠깐...
무언가 실험해서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인류를 구제할 역사적 사명쯤으로 여겨지는 일이 있는데 아직 총각이신 분이 있다면 그건 경하드릴 일입니다.
외시경을 대체할 만한 렌즈를 찾아야 했습니다.
예전에 드나들던 사이트를 찾아보았습니다.
애플릿으로 인터넷상에서 렌즈 굴절율을 실험할 수 있는 사이트인데 아래에 링크를 달아놓습니다.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구축해 나가야 하는 인프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http://physica.gsnu.ac.kr/physedu/wavelight/wlmain.html
이 싸이트에서 정립상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실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쓰는 카메라는 대부분 촬상면에 도립상이 형성되도록 만들어집니다.
그걸 DSLR에서는 소프트웨어로 180도 뒤집어서 제대로 보이게 출력합니다. 뽀샵에서 180도 사진을 뒤집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형태로 상이 형성되지요.
자 이제 각각의 렌즈를 대체할, 구하기 쉽고 화질 좋은 렌즈를 찾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이 넘게 렌즈 관련 회사와 각종 렌즈 판매 사이트를 뒤졌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CCTV용 보드렌즈였습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왼쪽부터 1.76 밀리미터인가 하는 보드렌즈입니다.
두번째가 핀홀렌즈입니다. 세번째는 모델로 활용한 라이타, 네 번 째가 CCTV용 줌렌즈입니다.
벌하늘소님과 당장 달려가 줌렌즈 두 개와 보드렌즈 몇 개를 사왔습니다.
사오자마자 렌즈 분리한 카메라를 세워 놓고 그 앞에 보드렌즈를 대 보았습니다.
그런데 감감무소식... 도대체 상이 나오질 않습니다.
기왕 사온 렌즈 외시경처럼 버릴 수도 없도 해서 보드렌즈에 대해 공부해보기로 했습니다.
CCTV용 렌즈에는 DSLR처럼 회사별로 마운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C 마운트와 CS 마운트 두 종류가 있더군요.
우리가 사온 렌즈를 보니 C마운트와 CS 마운트가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 렌즈의 촬상면은 렌즈 끝으로부터 10mm 정도 후방이랍니다.
이 렌즈를 내 카메라에 바로 붙일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텐데 아무리 해도 DSLR은 렌즈 마운트 면부터 촬상면까지의 거리가 너무 멉니다.
더구나 이 렌즈는 1/3인치 또는 1/4인치 CCD용 렌즈라서 초점거리를 늘인다고 하더라도 비네팅 때문에 쓸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위에서 나온 그림처럼 보드렌즈를 통해 일차로 맺힌 상을 확대해서 촬상면에 다시 상이 맺히도록 할 수만 있다만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확대렌즈로 뭐가 좋을까요.
우선 있는 대로 렌즈를 주섬주섬 꺼내보았습니다.
그간 이러저러해서 가지고 있는 렌즈들이 제법 많습니다.
천체망원경용 아이피스도 동원되었습니다. 50mm F1.8, 마크로, 줌렌즈도 당근... 현미경 대물렌즈와 접안렌즈도 모두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고 했던가요? 접안렌즈 두 개와 보드렌즈 한 개를 가지고 어찌어찌 확대하면 될 것 같더니 영 되질 않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왼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는 보드렌즈를 잡고, 왼손 새끼손가락과 손바닥 사이엔 현미경 대물렌즈를 끼우고, 오른손으론 접안렌즈를 잡고 렌즈의 간격을 조금씩 조절해가면서 뷰파인더를 들여다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거뭇거뭇한 그림자만 보일 뿐 고대하는 상을 볼 수 없습니다.
하도 안 돼서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손을 보면 어뚱한 방항으로 렌즈가 향해 있습니다. 이런 쉣.....
손이 두 개만 더 있었어도 한 일 주일은 빨리 설계를 마칠 수 있었을 겁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보일러 할아버지가 부럽습니다. 사람은 왜 팔이 네 개로 진화하지 않은 걸까요? 곤충은 여벌로 두 개나 더 가지고 있고, 거미는 거기에 두 개나 더 가지고 있고....
그때였습니다. 희미하게 상이 잡힙니다. 허걱... ‘상이다... 상... 셔... 셔터.. 누가 셔터 좀 눌러줘.’
누가 들었으면 제 첫사랑 이름이 상희인줄 알았겠습니다.
아닙니다.
여보, 마누라 싸랑해^^
처음 상이 잡히고 찍은 사진입니다.
화질도 형편없고, 빛이 새어 들어와 콘트라스트도 엉망입니다.
그래도 이 사진을 컴터에서 처음 보니 등에 소름이 쫙 돋습니다. 뭔가 될 것만 같습니다.
그 사이 벌하늘소님은 AF28-80렌즈의 가장 앞쪽 렌즈를 떼어내고 거기에 아답터를 붙여 핀홀렌즈를 테스트하고 계셨더군요.
벌하늘소님이 테스트하신 사진입니다.
이 게시판의 125번 글이 벌하늘소님이 테스트하신 사진입니다.
비네팅과 도립상 때문에 좌절하고 계셨더군요.
그래도 뭔가 되가는 것 같습니다.
상을 한 번 봤으니 두 번, 세 번 째 상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는 정립상을 만드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도립상으로 먼저 상을 만들어 실험을 충분히 하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도립상은 보드렌즈와 확대렌즈 하나씩만을 사용해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적당히 거리를 조절하면 비네팅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시스템 구성도입니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렌즈와 바디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면 상이 확대되거나 축소됩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상이 확대되어 화각이 좁아지고, 가까워지면 상이 축소되면서 화각이 넓어집니다. 이 부분은 비네팅이 생기지 않을 만큼 거리를 조절하면 됩니다.
그리고 보드렌즈와 파란색 렌즈 사이를 조절하는 것으로 초점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의 사이가 멀어지면 가까운 곳에 초점을 잡고, 가까워지면 먼 곳에 초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시스템으로 임시 경통을 구성해서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도립상 시스템 앞에 줌렌즈를 달아서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이 게시판의 148번과 149번 글이 줌렌즈 테스트 사진입니다.
여기서 사용한 줌렌즈란 CCTV용 카메라 렌즈중 줌렌즈를 말합니다. 초점거리가 1.6~3.4mm이고 조리개값이 F1.4~무한대인 렌즈입니다.
이정도면 실제 사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만족스런 화질도 나와줍니다.
1200만 화소가 넘는 카메라를 쓰고 있지만 책을 만들 때나 인터넷에 올릴 때 우리가 사용하는 화소수는 매우 작습니다.
1200만 화소가 넘는 카메라로 찍어 책에 인쇄용으로 쓰더라도 이정도 화질이면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테스트해서 그렇지 닭님이나 버그헌터님 같은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찍으면 훨씬 좋은 사진도 나올 것만 같습니다.
서둘러 설계도를 그렸습니다.
지금은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각... 저녘도 못먹고 사무실에 앉아 세 시간 가까이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화아... 감동이 저절로 밀려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저장 버튼을 누르니 프로그램이 그냥 꺼져버립니다. 코x xxx 미워이 씨....
아침에 다시 뚜닥뚜닥 그린 설계도입니다.
1차 설계도입니다.
뭔가 그럴싸해 보이지 않습니까?
이 시스템 앞에 구해놓은 CS 마운트 줌렌즈를 붙이면 가장 고민이 되었던 조리개 조절 문제도 해결 됩니다.
줌렌즈 자체에 조리개링이 붙어 있어서 무한대의 조리개로 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올해엔 이 렌즈를 주력으로 써도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보셨겠지만, 당구를 처음 배우던 시절 교실에 앉아 있으면 앞쪽에 앉아 있는 급우들의 뒤통수가 꼭 당구공으로 보였습니다.
무언가 심하게 빠져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그런데 점심시간 짬을 내 당구장에 가 있으면 이번엔 당구공이 렌즈로 보입니다.
헐... 이 당구공에 초점을 잡으면 저쪽 당구공이 심도 안에 들어올까?
몇 주 동안 당구비 꽤나 물렸습니다.
곤충동호인협회 사이트에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올려 놓았는데 웬걸... 벌하늘소님이 딴지를 거십니다.
줌렌즈를 붙여 찍은 정도의 사진은 똑딱이로도 구현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지요.
사실 제가 사용한 줌렌즈는 구경이 보통의 똑딱이 렌즈의 구경과 비슷해서 확대율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거든요.
다시 고민 모드로 돌입했습니다.
구해놓은 보드렌즈나 핀홀렌즈를 위 시스템에 붙일 경우에는 확대율은 만족할 만 했지만 색수차와 심도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조리개를 중간에 넣는 것을 고민해보았습니다.
조리개를 조일 경우 색수차도 어느 정도 사라지고, 심도도 더 확보될 수 있을 테니까요.
도립상으로 상이 맺히는 문제는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도립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무척 어려울 줄 알았는데 하루 들고나가 촬영을 해보니 생각보다 도립상 촬영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정립상 시스템으로 만들어 찍은 사진의 화질이 매우 떨어져서 이쪽은 아예 포기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정립상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조리개를 위 시스템의 어디에 넣어야 할까요?
가지고 있는 카메라 렌즈를 살펴보니 렌즈와 렌즈 사이 중간 어디쯤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드렌즈와 확대 렌즈 사이에 조리개링을 넣어서 위치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림의 하늘색과 회색 사이 어디쯤에 넣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우선 조리개링을 넣지 않고 찍은 사진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회색부분에 검정색 절연테이프에 구멍을 뚫은 후 붙이고 찍어보았습니다.
심도가 확연히 깊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네팅이 심하게 생기네요.
어딘가 조리개링의 위치를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디가 정답일까요? 하늘색 어댑터와 회색 어댑터 사이의 거리는 25mm쯤 됩니다.
지금부터가 매우 귀찮은 노가다입니다.
우선 종이를 동그랗게 말아서 작은 경통을 만듭니다. 그 경통을 2mm부터 24mm밀리미터까지의 높이로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하나 하나 보드렌즈 뒤에 붙여가며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비네팅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비네팅이 사라진 사진이 찍히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서는 심도가 다시 원래 상태가 됩니다.
아무래도 여기가 아닌개벼...
필드렌즈를 리버스해서 쓸 수 있도록 렌즈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시스템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위 시스템의 회색부분에 끼워질 렌즈로 24mm정도의 초점거리를 가진 필드렌즈를 리버스해서 붙이면 수동으로 조리개 조절이 가능해질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50mm F1.8 렌즈를 리버스해서 조리개를 조이고 찍어보니 심도가 충분히 나옵니다.
이 사용기를 읽으시는 분들은 이런 시스템으로 만들어 사용하셔도 됩니다.
이 사진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필드렌즈를 붙이면 렌즈 자체가 너무 굵어져서 사용하기가 나쁠 것 같습니다.
경통이 가늘게 뻗어 있으면 곤충에게 들이대기가 훨씬 쉬워질 수 있고, 땅바닥에 붙어 있는 곤충도 찍기가 쉬울 텐데 리버스 시스템으로는 그것이 잘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너무 뒤퉁스러운 시스템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다시 조리개링의 위치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찾아낸 곳이 바로 확대렌즈 바로 뒤쪽에 조리개링을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경통을 다시 만들어 찍어보니 비네팅도 심도도 충분히 좋아집니다. 그래서 다시 그린 최종 설계도입니다.
그림의 빨간색 부분이 조리개링입니다.
경통을 깍을 때 조리개 링을 적당한 것으로 몇 개 깎으면 링을 교환해가며 심도를 조절할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사진도 어느 정도는 만족할 만하게 나옵니다. 이제 경통만 깎으면 제 주력 렌즈가 이것으로 바뀔것 같습니다.
하늘색 부분에 보드렌즈를 끼우고 녹색 경통 부분을 회전시켜서 초점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회색 부분에는 구해놓은 확대렌즈를 끼웁니다.
빨간색 경통은 교환식 조리개링입니다.
그리고 노란색 경통을 검은색 경통에 더 집어넣으면 화상이 축소되고, 빼내면 화상이 확대됩니다.
마지막으로 검은색 경통을 내 바디에 맞는 리버스링에 끼워서 바디에 결합하면 팬포커스 초접사 촬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제 한 달간의 신나는 여정을 마치려고 합니다.
공제가 진행된 후에는 이 시스템으로 찍은 사진을 종종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곤충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을 즐기는 분들한테 이 시스템이 좀더 즐거운 촬영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빌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개인적인 용도로 이 시스템을 활용하시는 것을 환영합니다만,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예제 사진을 더 많이 넣고 싶기는 한데 제 재주가 부족해서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주신 벌하늘소님과 반디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아직 정확히 테스트해보지 못한 부분이 두가지 있습니다. 확대렌즈로 사용한 25밀리 cs마운트 렌즈와 같은 걸로 또하나 구해서 정립상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을 테스트 해봐야 하고요, 기존에 사용한 것보다 화각이 더 넓은 보드렌즈를 시험해보아야 합니다. 렌즈가 도착하는대로 시험해보고 최종 설계도를 확정한 다음 공동제작에 관련한 공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퇴근땜에 내일... 넘 재밌어요 대단 신기...
이틀에 걸쳐 보았습니다.. 대단한 정열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포디렌즈 공동제작시 무조건 신청 예약합니다 *^ ^*
조회수 13,454... 글 조회수에 어리둥절해집니다.
3.28. 09:31 현재 조회수 18,420 회 !! ^^
3. 28. 17:08 현재 조회수 19,814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