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월경산-봉화산-치재-복성이재-새맥이재-사치재
무더웠던 여름은 어느덧 저만치로 비껴나고 조석 간에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기축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간의 종주는 멀기만 하고 마음이 조급해지고 나와의 굳은 약속이 느슨해짐을 느낀다.
생업과 산악회 그리고 휴일날의 관혼상제 여러개의 모임으로 통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한 구간을 종주할 요량으로 황석산 번개 산행때 한마음 상조회 회장님과 새싹이봄님께 운을 띠우니 흔쾌히 동행을 허락하신다.
이번에 종주할 구간은 경상남도 함양군 백전면 중재마을에 위치한 중재에서 시작하여 전라북도 남원시 동면 유정리 사치마을에 위치한 사치재까지 도상거리 19.4km 접속거리 1.8km 총거리 21.2km 다.
이구간은 바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육산으로서 최고봉인 봉화산의 해발이 920m며 가장 낮은 봉우리는 복성이재에서 북성이뒷재를 넘는 601봉이고 등로가 완만하고 조망이 좋아 편하고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는 구간이다.
특히 봉화산의 억새와 치재에서 복성이재까지의 철쭉은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근처에 흥부마을 등 볼거리가 많아 산행 후에 관광도 괜찬을 듯 하다.
식수는 중재마을과 복성이재 그리고 사치재 88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구할 수가 있으며 산행중에는 식수를 구하기가 어려워 충분한 식수를 가지고 산행에 임해야한다.
길찼기는 어려운데 가 없으나 갈림길이 많아 몇 군데 조심을 해야 되는데 월경산에서 반듯이 삼거리로 되돌아 와야 되며 광대치 에서 표지기를 확인하고 진행하고 봉화산 임도를 각별이 조심을 하여야한다.
특히 조심해야 될 곳은 님진시 새맥이재를 너머 697봉을 가지전에 묘에서 90도 왼쪽으로 꺾어서 내려가야 된다.
무심코 진행하면 대간에서 이탈하게 되는 곳이다.
이번구간의 식생은 중재에서 944봉을 넘어 도계 마루금 삼거리까지는 소나무가 거의 없는 잡목의 구간이고 봉화산에 가까워지면 큰 나무가 없는 억새 초원지대이며 치재를 시작으로 광활한 철쭉 지대가 펼쳐지고 복성이재를 넘어서면 소나무가 지대가 보이기 시작하고 새맥이재에서 697봉 사이에는 멋들어진 소나무 터널이 여러곳 나타난다.
산행채비는 등로가 육산이라 편하긴 하나 등로에 가시가 달린 잡목이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아서 진행을 더디게 함으로 여름이라도 반듯이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산행을 하여야 한다.
2009년 10월 5일 03시 산매니아님과 새싹이봄님을 대동하고 청원 나들목을 시작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대진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덕유산 휴게소에 들러 우동으로 간단이 아침을 먹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니 연휴 끝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가없다.
서상 나들목을 빠져나와 해발 800m 원통재를 넘어서 백전면 중재 마을 도착하니 시간은 05시 20분을 가르치고 배낭을 짊어지고 산행준비를 마치고는 중재를 향한다.
하늘엔 만삭의 보름달이 등로를 밝혀주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다보니 백운 산장이 구면인 나를 반겨주고 봄님은 고즈넉한 너와집의 산장을 카메라에 담는다.
농로를 따라서 10여분을 진행하니 농로는 끝이 나고 백두대간 중재의 안내판이 보초를 서고 있고 백운산 방향으로는 주인 없는 밴 취가 외롭게 앉아있다.
이정표를 끌어안고 증명사진을 남기고는 힘차게 봉황산을 향하여 첫발을 내딛는다.
달을 친구삼고 산천초목을 친구삼고 새소리를 풍악삼아 룰루랄라 올라가니 봄님은 청화산의 후유증인지 쳐지기 시작하고 산매니아님이 옆에 계시니 맘 놓고 진행을 한다.
부드러운 산길에 낙엽마저 싸였으니 길은 푹신하고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발길이 가볍다.
지형도에 없는 갈림길이 필자의 진행을 막아서고 후미를 기다려 갈림길의 진행방향을 알려주고 또다시 대간 길을 따라간다.
약초재배지의 철조망이 휴전선의 그것처럼 써늘하게 늘어져있고 선답자들이 항의라도 하듯이 백두대간 표지기를 많이도 붙혀 놓았다.
월경산 삼거리를 지나 944봉을 넘어서니 등로엔 산밤나무가 가득하고 산에 온 건지 놀려 온 건지 정신없이 밤을 줍고 보니 이건 밤이아니구 굴밤 같다 크기가 황석산 산행때 주운 밤이랑 너무도 차이가 난다.
줍기를 포기하고 경상남도 의 끝 도계 삼거리에 도착하니 민둥산의 봉화산이 가까이로 조망되고 능선상의 조망처엔 함양의 여러 명산들과 백운산 영취산 금남호남정맥 장안산이 조망되고 남쪽으로 고남산을 넘어서서 지리산의 주봉들이 나열하듯 조망된다.
내 키보다 크게 자란 억새의 군락지를 황홀경에 빠져서 술 취한 듯 걷다보니 우리는 어느덧 봉화산 정상에 서있다.
정상석은 자연미는 덜하지만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정상석이라 그런지 감회가 새롭고 멋지게 보이다.
정상석 옆으로는 태양열로 동작되는 산불감시용 카메라와 방송용 스피커가 우뚝하게 서있는데 산정의 철 구조물이 을씨년스럽고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봉화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사방팔방 막힘이 없는데 남쪽의 조망은 고남산은 아주가까이로 조망되고 만복대를 시작으로 바래봉부터 지라산의 모든 주봉들이 빠짐없이 조망되고 합천 쪽을 바라보니 가야산의 의상봉이 뾰쪽하게 조망되며 북쪽으로 머리 돌려 함양을 바라보니 지난번에 올랐던 백두대간 백운산이 뚜렷하게 조망되고 남덕유에서 뻗어 내린 금원산과 황석산 기백산이 파노라마를 그리면서 원단으로 조망된다.
대간의 마루금을 넘어서서 장수쪽을 바라보니 푸른 물결 출렁이는 동화호가 시원하게 조망되고 논곡리 방향의 황금들녘이 풍요의 계절임을 느끼게 하여준다.
봉화산 정상을 내려서서 치재에 이르니 우측으로 철쭉터널이 있어 기념으로 증명사신을 봄님께 부탁하여 찍고는 바로 봉화산 철쭉 밭으로 들어선다.
철쭉 밭은 광활하고 넓어서 5월이 되면 천상의 화원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철쭉 밭을 통과하여 정수리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복성이재가 코앞이라 여기서 조망을 즐기면서 중식을 하기 로하고 11시30분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봇짐을 풀어서 밥상을 차린다.
산매니아님께서 찌개를 끓이시고 봄님과 나는 밥상에 성찬을 나열한다.
한가위 명절 끝이라 그런지 육전과 고기가 있고 푸른 채소가 가득하니 또 정성껏 끓여낸 찌개가 있으니 임금의 수라상도 이만은 못하리라.
맛좋은 밥과 찬에 정상주가 더해지니 산우의정은 넘쳐흘러 동화 호를 가득 채우고 산천초목이 아름다우니 신선됨이 이것을 이름이리라.
어제 청화산을 산행하신 봄님의 건강이 걱정되어 복성이재에서 탈출을 권유하니 봄님의 얼굴엔 서운한빛이 역역하나 혹이라도 대간종주에 누가될까하여 탈출을 허락하신다.
봇짐을 둘러매고 바쁜 길을 재촉하니 등로엔 보리수가 가득하고 붉게 익은 보리 동을 하나 따서 먹어보니 참으로 달고 맛이 좋아 한 가지를 꺾어 봄님께 권해본다.
7분여를 내려가니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과 전라북도 남원시 아영면을 경계하는 복성이재에 도착하고 봄님 부부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는 나 홀로 사치재를 향하여 대간을 이어간다.
10여분을 오르니 601봉이 나오고 살짝 내려서니 흥부마을로 가는 복성이 뒷재에 이르고 곧이어 성곽이 무너진 야막성터에 도착하고 성곽을 조금 돌아 781봉에 도착하니 식생은 소나무 군락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헬기장을 지나 30여분을 내달리니 새맥이재에 당도한다.
수많은 산꾼들의 표지기가 나풀거리고 1시간정도를 남진하면 사치재에 이른다고 어느 자상한 산 꾼이 적어놓았다.
다리쉼도할 겸 배낭을 벗어놓고 물 한모금 마시면서 하늘을 쳐다보니 참으로 맑고 푸르며 흰 구름들이 천태만상의 얼굴로 만추의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새맥이재를 출발하여 대간 길을 따라가니 대간은 갑자기 90도회전하여 좌측으로 꺾이어 이어지고 불이 나서 초원만 펼쳐진 697봉을 넘어서니 88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굉음이 들리고 지리산휴계소의 높은 탑과 휴게소의 차들이 내려다보인다.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조심 내려가니 88고속도로와 굴다리가 있는 지점에 도착하고 고속도를 따라 휴게소에 도착하니 산메니아님과
봄님이 차를 회수하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의 산행은 내가 대간종주를 시작한 후로 실로 오랜만에 동지들과 함께하여 너무도 즐거운 산행이 되었으며 봉화산의 억새와 철쭉 그리고 남원의 황금들녘 또 백두대간의 종착역 지리산의 주봉들을 감상한 것은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듯싶다.
비록 완주의 기쁨을 맛보지는 못했지만 새벽 3시에 청주를 출발하여 9시간의 긴 여정과 14km 의 대간 길을 훌륭히 소화시킨 봄님 부부의 산에 대한 열정에 갈채를 보내드리고 싶다.
다음 구간은 틀림없이 완주하리라 믿으며 오늘산행의 험한 등로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신 봉화산의 산신께 지복으로 감사드리면서 오늘의 즐산과 안산을 함께 산행한 두 분과 함께 축하하는 바 이다.
2009년 10월 5일
청우산사랑 산이좋아
첫댓글 탈줄하지않고 끝까지 함께 했더라면 더 없이 기뻤을터인데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함께 할수있어서 넘넘 감사하고 뿌듯 했답니다~늘 건강과 안산을 기원합니다^^
갈대밭에서의 한 컷이 산행의 모든것을 말해 주는듯 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