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둥지 영정봉사팀(10명)이 원장님과 함께 오전 9시 30분에 안산을 떠나 춘천시 동내면 ‘사암 1리 마을회관’에 도착했을 땐 이른 봄볕에 잔설이 녹고 있었다.
도심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주위로는 농경지, 과수원, 대룡산 등 경관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송종성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고 춘천에서 제일 맛있다는 닭갈비(학곡리 막국수 닭갈비)로 융숭한 대접까지 받았다.
‘어르신 영정사진’ 촬영을 위해 다시 마을회관에 도착한 영정봉사팀은 화장과 머리 손질, 조명, 촬영, 등록 등의 업무가 나누어 진행됐는데 카메라, 조명, 조명 지지대, 카메라 지지대, 화장품 상자, 뒷 배경막 등 장비 운반도 만만치 않아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바로 은빛둥지가 추구하는 노노 봉사에 앞장선 신노인의 실체인 것이다.
곱게 단장하신 할머님, 오랜만에 넥타이에 양복을 꺼내 입으신 듯 상기된 모습의 할아버님, 한 분, 한 분 정성껏 화장과 옷매무새를 고쳐드리고 사진을 찍는다.
웃음을 유도하는 “김치 이이~~~~~!” 소리가 마을 회관에 울려 퍼지며 모두들 함박웃음이 차오른다.
영정촬영을 마치신 몇몇 분들과 인터뷰도 했다.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 어려운 걸음을 하신 정은례 어르신은 “시누이 남편이 여기까지 데려다줬어.”라며 영정 사진은 처음 찍어 본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신다.
71세의 정순자 할머니는 “멋쩍어서 혼났다."라며 쑥스러워 하셨고
83세의 김연진 할아버님은 “세월이 꿈같이 지나갔어요. 갈 때가 점점 가까워지는구나.”하는 생각이 드신다며 쓸쓸하게 웃으신다.
75세의 남궁호 할머니께서는 “이런 봉사활동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라며 두 손을 꼭 잡으신다.
송종호 이장님께 영정봉사 현장을 직접 보신 느낌을 물었다.
이장님은 “처음 의뢰를 받고는 제대로 이루어질까 반신반의했는데 너무나 친절하게 성의를 가지고 봉사를 해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식순을 갖고 이벤트를 하고 싶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낸다.
오늘 행사의 뜻밖에 이벤트는 바로 우리 원장님의 누님이신 라정자님과의 만남이었다. 원장님의 부탁으로 누님께서 이장님과 연결해주셔서 영정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원래 양양에 사시던 누님은 남편이 돌아가신 후에도 그곳에서 혼자 계셨는데 딸 부부가 가까운 곳에 예쁜 집을 지어 모셔왔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 감동받았다.
분홍 한복을 입으시고 마을회관에 나오신 모습은 ‘품격! 우아!’ 그 자체였다.
이화여자고등학교 1학년 때 6.25가 났고 여자의과대학에 입학한 누님은 대한 증권거래소에 취직하셨는데 직장에 다니면서 야간에 수도여자사범대 영어과를 졸업하셨다고 한다.
유학을 망설이다 결혼을 하셨고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퇴임하셨다는 누님께 왜 우리 원장님은 농대를 가셨는지 궁금했던 질문을 했더니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 농학자이며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유달영 박사의 영향을 받아 농대에 갔어요.”라고 오랜 궁금증을 풀어주셨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40명의 어르신들이 영정촬영이 끝났고 라정자 누님의 그림 같은 집을 둘러보고 오늘 참석하신 모든 분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돌아오는 길엔 춘천시에 위치한 인공섬 ‘중도’에 들렀다.
2014년 7월 29일 레고랜드 사업 부지 중도에서 고인돌을 비롯한 청동기시대 공동묘지와 2000년 전 조성된 마을 유적 등 선사시대 유적이 대규모로 발견된 곳이다.
문화재 보존 대책 마련과 시행사 잡음 등으로 레고랜드 공사는 진척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지만 의암호를 가로지르는 멋진 중도 다리 위에서 아름다운 저녁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 영정봉사팀 신노인들의 모습 뒤로 노을이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