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4일 현대차는 울산공장 등 일부 공장의 라인을 멈추었고, 7일부터는 모든 공장의 가동을 닷새간 중단시켰습니다. 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차, GM코리아 공장도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첫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 내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부품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량의 각종 장치·부품에 전력을 공급하고 신호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배선 뭉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차량의 신경망’인 셈인데, 각종 차종에 맞게 전선들을 조합해야 하고 차체의 모양에 맞게 일일이 꼬아 묶고 구부려야 하기에 아직까지 수작업이 필요한 부품입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 등 국내 부품 업체로부터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아 왔습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수작업이 많이 필요한 공정 특성상 원가를 줄이기 위해 인건비가 낮고 거리가 가까운 중국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공급해온 것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와이어링 하니스 수입 규모는 19억 7000만달러에 달하며 이중 87%가 중국에서 수입됩니다. 이는 핵심 부품이 중국 공급 망에 지나치게 편중된 상태이며, 국내 완성차 업체가 리스크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같이 특정 국가에서 수급 이슈가 발생할 경우, 소재·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현대·기아차의 직서열 생산방식(JIS·Just In Sequence)으로 재고 부족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직서열 생산방식은 도요타가 처음 시작한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을 변형시킨 것으로, 완성차와 협력사가 생산 현황을 공유하며 능동적으로 생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완성차 입장에서는 각 부품을 필요한 순서대로 협력사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고, 재고관리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 한 대당 50∼100kg으로 무겁고 부피도 커 재고를 많이 쌓아두기 어려운 부품입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급이 어려운 부품도 아니어서 재고 물량을 많이 두지 않는데, 코로나 19 이후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공급에 제동이 걸리면서 현대·기아차 공장이 일제히 멈춰서게 된 것입니다.
결국 공장의 중국 이전, 재고 최소화 등 비용을 아끼기 위한 전략이 이번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자동차 생산 공장 전체의 가동을 중단하게 만드는 위기로 작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사례와 같이 코로나 19의 팬데믹화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공급원의 탈중국과 맞물려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남방지역이 글로벌 가치사슬 확장에서 새로운 개척지로 등장한 것입니다. 이는 특정 지역 편중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대체 공급망 후보군을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가치 사슬의 확장에 따른 위험이 인지되면서 자국 내 조달 및 생산기반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국내 산업생태계 구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유턴기업 유치지원확대 방안에 이어 후속조치에 착수하였습니다. 우선 증설 유턴기업에까지 법인세 감면 혜택을 확대하고, 기존 해외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외국인근로자를 국내에서 지정 채용할 수 있도록 E-9 비자를 예외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유턴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하고 공정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공장 구축지원 사업’ 을 우선 지원하고 지원 수준을 확대하였습니다. 아울러 유턴기업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기술 R&D 사업’에서도 우대가점을 부여하였습니다. 이는 코로나 안정화 이후 우리 제조업의 경쟁우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종식될 것이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도 극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재해, 전쟁과 테러, 국가 간 분쟁, 새로운 바이러스 출몰과 같은 공급망 불확실성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또 다가올지 모릅니다. 때문에 위기 대응을 위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기업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리스크에 대비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보유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공급망을 분산해야 합니다. 즉 지금처럼 효율성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과 리스크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공급망 내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위험을 인지하여 기업에 적합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세운다면, 수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20914233834802
www.asiae.co.kr/article/2020020910301393914
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679612
http://www.ikoreanspirit.com/news/articleView.html?idxno=57955
첫댓글 유익한 내용과 좋은 지적이구나~
중간시험 평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