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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가계 무릉원 풍경구(張家界 武陵源 風景區) 무릉원(武陵源)은 가장 높은 봉우리가 1,334m이고, 풍경구(風景區)의 면적이 264㎢에 달하며 크게 장가계시(張家界市)의 장가계 국가삼림공원(國家森林公園), 삭계욕 풍경구, 천자산(天子山)풍경구 등 세 개의 풍경구로 나뉜다. 이들은 모두 인접해 있어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전체를 다 보려면 최소한 4-5일 정도가 소요된다. 장가계는 지각운동이 시작되면서 해저가 육지로 솟아올라 침식과 자연붕괴가 반복되고 바람과 기온의 영향으로 지형이 서서히 바뀌면서 깊은 협곡(峽谷)과 기이한 봉우리, 천연의 맑은 계곡물 등이 생겨 지금의 장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1,2월 기온이 5도를 넘고 7,8월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는 연평균 16도의 온화한 기온으로 4월에서 10월까지가 장가계를 관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깎아내리듯 웅장한 절벽과 구름이 어우러져 마치 천상(天上)의 모습을 지닌 천자산(天子山)을 들 수 있다. 해발 1,300m의 천자산 아래로는 일찍이 중국의 시인 이태백(李太白)과 도연명(陶淵明)이 칭송하였던 천하절경 무릉도원(武陵桃源)이 펼쳐진다. 천자산 입구에서 15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면 천자산(임금 천자의 산이란 뜻)의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또한 협곡을 댐으로 막아 만든 인공호수 보봉호, 석회암 동굴 황룡동굴에서는 동굴 내 흐르는 지하수에 보트를 타고 동굴관람을 할 수 있다 - 이상 포털사이트에서 펀글 |
○ 이어서 버스를 타고 무릉원(武陵源)이라는 간판이 붙은 9층짜리 입구건물에 도착한다. 그리고는 입장카드라는 우리의 신용카드 같은 것을 발급해준다. 이따위가 왜 필요할까. 산속에서 실종하여 못나오면 수색용이라는 말도 있다. 실제로 줄서서 입장하면서 전자인식기에 엄지손가락 지문을 채취한다.
카드의 앞면에는 운무(雲霧)가 휘감은 우뚝 솟은 기암(奇巖)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고 그 옆에 세로로 한자의 간체자(簡体字)로
世界自然遺産 武陵源 (세계자연유산 무릉원)
世界地質公園 張家界 (세계지질공원 장가계)
國家森林公園 張家界 (국가삼림공원 장가계)
맨 아래는 가로로 ‘전개표(全价票): ¥245’라 적힌 걸로 보아 입장료란 뜻이라면 245위안(44,000원 정도)이다.
카드의 뒷면에는 유람객 유의사항이 간체자와 영어로 병기되어 있다. 영어를 번역하면
⑴ 이 카드는 구입당일과 익일에만 유효하며, 타인에게 양도금지
⑵ 지문을 찍어야 입장이 유효함
⑶ (카드의)반품이나 (입장료의)반환 불가
⑷ 전 구간 흡연금지
⑸ 불편신고 전화번호, 매표소 번호, 구조신고 전화번호 등이 적혀있고 여백의 오른쪽엔 무릉원구(武陵源區)의 깨알보다 작은 글씨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장가계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다.
그리고는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한없이 올라간다. 인공호수인 삭계호(索溪湖)옆의 인접한 세 개의 터널을 지나니 멋진 산수화가 펼쳐진다. 그 다음은 그 유명한 십리화랑(十里畵廊)이다. 십리화랑은 ‘장가계 국가삼림공원’ 지역에 속한다.
이곳은 기이한 봉우리와 암석이 한 폭의 산수화에 비유되는 곳으로 십리(4㎞)에 이르는 구간이 흡사 미술관의 그림을 전람해 놓은 것 같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열차와 같은 복선 모노레일(맨 앞에 운전자가 있는 전기 동력의 열차)을 타고 오르내리면서 바라본 산세는 한 폭의 그림들을 전시장(갤러리 : Gallery)에 줄줄이 걸어놓은 것 같다. 이곳에는 레일 옆에 만들어 놓은, 난간이 있는 목재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감상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 중에 기억나는 것은 맨 위쪽의 ‘세 자매(三 姉妹)’ 바위가 있다. 키 큰 거대한 바위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는데 맨 앞쪽은 아기를 업은 큰 언니, 역시 아기를 업은 둘째언니, 세 번째는 임신한 자매의 모습이란다. 내려 올 때 찍은 사진 중에 채약노인(採藥老人 : 약초 캐는 노인) 바위가 있다. 머리에 모자 같은 관을 쓰고 약초 잎을 등에 진 듯한 모습이다. 그 외에도 이름을 붙인 경치들이 많은데 대개가 실제의 모습에 가이드의 말처럼 약70%의 상상으로 붙여진 이름들이다. 어디나 그렇지만 관광지의 독특한 풍경에는 사람들의 상상력이 보태져 이름이 붙기 마련이다.
○ 십리화랑을 보고나서 잠시 버스로 이동하여 천사산(天子山) 케이블카에 도착한다. 천자(天子)란 ‘하늘의 자식’이란 뜻으로 고대 중국의 왕을 일컫는다. 만백성의 위에 군림하기 위해 그런 이름을 붙였는데 그도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전횡을 일삼는 신격화된 전제군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명칭이다.
오후1시19분에 케이블카 아래쪽 탑승건물에 도착하고 1시40분에 천자산 케이블카 위쪽 종점에 도착한다. 아래쪽 탑승건물의 정면에 ‘천자산삭도(天子山索道)’라고 한자로 적혀있다. 케이블카로 올라가면서 가까이서 본 경치들은 십리화랑보다 더 실감이 난다. 아름답고 기묘한 산세다. 깎아 지르는 듯한 산세가 절세의 장관이다.
○ 이어서 어필봉(御筆峰)지역으로 이동한다.
○ 장가계 천자산 장가계는 중국 호남성(湖南省) 서북부에 위치한 중국 최초의 삼림공원으로 국내외에서 보기 드문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이한 형상의 봉우리와 용암동굴은 물론 원시상태에 가까운 아열대 경치와 생물생태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약4억 년 전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육지로 솟아올라 오랜 시간 침식과 자연붕괴 등을 겪으며 현재와 같은 깊은 협곡과 기이한 봉우리, 물 맑은 계곡 등의 자연절경을 만들어낸 곳이라고 한다. - 이상 포털사이트에서 펀글 |
어필봉(御筆峰)은 ‘임금이 사용하는 붓’이라는 뜻으로 바위의 모양들이 흡사 붓을 줄 세워놓은 것처럼 생긴 지역이다. 광대한 지역에 붓처럼 생긴 길쭉길쭉한 바위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그 끝에는 작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흡사 붓 같다. 아름다운 경치다.
아까 십리화랑을 보고 떠날 때 경치사진을 판매하는 상인이 버스에 뛰어올라 왔을 때, 구부려지는 셀로판지의 A4 한 장 반 크기의 입체사진에도 보이는 광경이다. 여기서 A4 넉 장 크기의 원가계 입체사진도 구입하다.
○ 하룡공원(賀龍公園) 중국 모택동 시절의 10대 원수 중의 한 명인 하룡(賀龍)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공원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룡동상이며, 그 외에도 병기관(兵器館), 하룡 전시관 등이 있다. 동상의 높이는 6.5m이고, 무게가 9톤으로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동상이다. 또한 공원 입구에 있는 "하룡공원"이라는 네 글자는 1995년 3월에 강택민 총서기가 직접 쓴 것이다. 근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동상 중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한다. - 이상 포털사이트에서 펀글 |
하룡장군은 이곳 장가계 출신으로 모택동 시절의 10대 원수 중 제5위를 점하였지만 모택동 사후 강청(江靑) 등 이른바 4인방(四人幇)에 의해 권력투쟁에서 패배하여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불운한 장군이다.
○ 다음은 버스로 이동한 것 같은데 ‘무릉원구(武陵源區) 공안(경찰)분국 원가계파출소(袁家界派出所)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경구(景區)경무실(景務室)’이라는 긴 이름이 붙은 대형 지주간판이 보이는 산 정상인 듯 한 산상(山上) 주차장으로 왔다. 아마 해발1,400미터 높이쯤 되나보다. 다른 데는 없는 대형 지주간판이 서 있는 걸로 보아 무릉원에서도 이곳이 가장 중요한 곳임을 알 수 있다. 수천 개의 봉우리가 바다를 이루는 소위 서해석림(西海石林)지대의 입구에 온 것이다
여기에도 토산품 판매점이 50여 곳 길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가건물 안에서다. 점포의 판매품목에 커피(Coffee)를 가비(咖비)라 적어놓은 점포도 있다. 역시 토산품들인데 별로 사고 싶은 생각이 없다.
포목과 공예품이 주를 이룬다.
○ 이곳을 통과하면 원가계(袁家界)로 들어간다.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도 최고의 경승지(景勝地)로 보이는 곳이다. 입구의 넓은 주차장에 수많은 버스와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점포지붕의 처마는 하늘로 들려져 있다. 비가 많은 곳이라서 습기를 빠르게 배출하려면 처마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2002년 상해와 소주에 갔을 때 본 건물구조와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 이제 본격적인 무릉원(武陵源)이다. 행정구역 명칭은 장가계시 무릉원풍경구(武陵源風景區)이다.
(무릉원이니 무릉원구니 무릉원풍경구니 하는 말이 나오는데 같은 곳을 이르는 것 같지만 필자는 이들을 뚜렷이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토산품판매점들의 한가운데를 지나 조금 들어가면 역시 토산품을 파는 휴게소가 나오고 또 조금 더 들어가면 1.5평 크기 정도의 마지막 기념품점이 나온다. 바로 여기서부터 천하절경이 시작된다. 기념품 바로 뒤쪽에 거대한 절벽이 멀찍이 보이는데 수직으로 2백 미터는 됨직하다.
평지에서 2백 미터는 별 거 아니다. 그러나 수직으로 세워놓았을 때는 어마어마한 높이다. 왜냐하면 시각적으로 볼 때 수직은 수평에 비해 굉장한 위태로움을 느끼게 한다. 추락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을 갖고 있다.
거대한 절벽은 눈 앞 겨우 몇 백 미터 앞이고 절벽 하부에는 벽에서 흘러나온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여기가 이곳 풍경의 시작점이다. 벼랑과 다름없는, 두 사람이 겨우 비켜갈 좁은 길을 죽 걸어가며 주변의 굉장한 풍경들을 구경하고 셔터를 눌러대는데 정신이 없다.
가이드의 재촉에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미처 사진을 다 찍지 못할 수도 있다. 시작점에서 약5백 미터쯤 걸었을까. 드디어 그 유명한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가 있고 미혼대(迷魂臺)가 있는 곳이 나온다.
천하제일교에 앞서 사랑의 자물쇠가 눈에 띤다. 연인들이 이곳의 난간에 자물쇠를 채우고는 열쇠를 벼랑 아래로 던져버려 그들의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도록 맹세를 하는 장소다. 중국 황산(黃山)에도 자물쇠 기념지역이 있다는 말을 읽었는데 이곳에도 있다.
천하제일교란 아찔한 절벽을 연결하는 자연교각으로 오랜 세월의 풍상우로(風霜雨露)에 따라 지층이 변동하면서 기묘한 지세(地勢)가 형성됐다. 잔도(棧道 :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을 매듯이 해서 낸 길)같은 소로(小路)에서 벌어진 반대편의 작은 바위봉우리가 있는데 두 연결지점 아래는 까마득한 바닥 저 아래까지 움푹 파여서 흡사 두 지점사이에 다리는 놓은 것 같은 모양새다. 두 지점의 거리는 30미터쯤으로 보인다. 길 이쪽에는 커다란 우산 같은 안내소가 있고 건너편에는 암자 같은 건물이 만들어져 있다. 사람들이 건너가서 사진을 찍는다. 시간이 없어 건너가 사진을 찍지 못했다. 다만 이곳이 유명하다며 천하제일교를 배경으로 가이드가 찍어주는 개인사진이 한 장 있을 뿐이다.
이 천하제일교와 근처의 미혼대가 합쳐진 그림이나 사진이 시내의 발마사지업소 등 주요 업소의 로비에는 꼭 걸려있다. 그만큼 유명한 장소다. 어필봉도 마찬가지다. 미혼대는 천하제일교 일대다.
미혼대(迷魂臺)가 무슨 뜻인가. 미혼(迷魂)이란 정신(넋, 혼)이 헷갈려 무엇에 홀림을 말하지 않던가. 글자대로 풀자면 사람의 넋을 유혹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미혼대란 사람을 홀리는 장소(누각, 정자)란 뜻이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이곳을 보면 그 의미를 알 만하다. 아름다운 절경에 정신을 잃을 만도 하다.앞서 포털사이트에 쓰인 글처럼 4억년의 시간이 대자연의 교향곡으로 이곳에서 연주된 것이다.
열병식을 하듯 늘어선 장대한 바위산, 기기묘묘한 산세, 폭포, 구름으로 덮인 먼 산, 울창한 활엽수, 아슬아슬한 벼랑길, 이 모두는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광경이다.
잔도(棧道) 같은 길을 지날 때 일행 중 한 여성이 필자와 뒷사람의 손을 꼭 잡는다. 길이 무섭다면서.
○ 미혼대 일대를 지나고 버스로 이동한다. 이곳 고지대를 운행하는 중형버스는 이 산중에 사는 몇몇 주민들에게는 증명서를 만들어주어 차비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멀지 않은 거리를 이동하여 4시25분에 ‘백룡엘리베이터’에 도착한다. 미혼대 지구의 끝자락이다.
‘백룡엘리베이터’는 ‘백룡천제(百龍天梯)’란 간판을 달고 있는데 ‘백 마리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사닥다리’란 뜻이다. 미혼대를 돌아보고 하산하기 위해 버스로 도착한 지점에 있는데 높이가 326미터인 거대한 높이의 엘리베이터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데 1분쯤 걸린다. 아래쪽은 또 다른 천자산의 입구이다.
‘장가계백룡천제(張家界百龍天梯)’라고 적힌 명함 석장 반 크기의 입장권에는 ‘승백룡천제 관원가계미경(乘百龍天梯 觀袁家界美景)’이라고 적혀있다. ‘백룡천제를 타고 원가계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세요.’란 뜻이다.
○ 백룡천제 입구의 아래에는 금편계곡(金鞭溪谷)이 있다. 이 계곡을 4시45분에 산책을 하기 시작하여 5시15분에 입구로 되돌아 왔다. 이곳도 깊이 들어가면 볼거리가 많은 봉우리들이 있다지만 시간도 늦고 피곤하여 모두들 중간에서 되돌아 나온다. 경치는 십리화랑과 비슷해 보인다.
‘백룡엘리베이터’ 아래에서 바라본 배경 산세가 그 어느 곳보다 훌륭하다. 아름다운 경치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맨 뒷 자석에 앉아 뒤를 돌아보며 창밖으로 급히 찍은 미혼대 입구의 광경은 장엄함 그 자체다.
○ 오늘도 오전에 보봉호를 보고는 쇼핑업소인 라텍스 매장에 들렀다. 적어도 한 시간을 걸렸을 거다. 원가계(천하제일교를 포함한 미혼대)를 좀 더 천천히 음미하면서 제대로 보고자 하였으나 가이드가 재촉을 하여 느끼지도 맛보지도 못하였다. 이토록 중요하고도 중요한 경관을.
라텍스 쇼핑을 유도하지 않았다면 여유를 갖고 좀 더 잘 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을 것이다. 쇼핑을 생각하는 가이드는 바쁘다. 철저한 사람이다. 하긴 보다 많은 수입과 생계를 위해서는 그도 어쩔 수 없겠지. 이해는 하지만 우리에겐 마뜩찮은 인간이다.
저녁 7시에 시내의 ‘보이차’판매점을 들른 일은 또 어떻고. 차 판매점에서는 설명은 열심히 듣지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몇 개 씩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보이차의 효능을 설명한다. 신경안정과 불면, 다이어트, 혈관청소에 좋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이 솔깃해할 질환들만 골라서 말하는 느낌이다. 그래야 팔리니까.
고감로(苦甘露)차(茶)에 대해서는 기관지, 천식, 기침, 가래, 담배, 폐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말한다. 담배는 피우는 필자는 그 효능을 믿고 100위안(19,000원) 씩 하는 것을 우리 돈으로 두 통 산다. 끓이지 않고 씹어 먹을 수도 있단다.
참고로 이 업소의 위치를 기록하자. 또 가자는 게 아니라 여행의 기록을 위함이다.
지지(地址) : 장가계시 무릉원구 무릉대도 천자가 6동1루(張家界市 武陵源區 武陵大道 天子街 6棟1樓).
이를 보면 장가계에서 주소를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다.
오늘저녁에는 보봉호 쇼(Show)옵션 관광까지 있으니 가이드가 어디서 부수입을 버는 지 알만하다. 쇼핑업소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커미션(중개료)으로 받아먹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소문이다. 처음에 일그러졌던 그의 인상이 우리들이 쇼핑을 더해감에 따라 점점 펴지고 있다. 당초 10달러씩의 팁만 주고 일정은 우리가 정한다고 했을 때 그의 표정이 어두웠었다.
키 커고 비쩍 말라 보이는 그는 한국에 있는 아버지를 보러 오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항공료와 한국의 비싼 물가에 엄두가 나지 않아 아직 그 돈은 모으지 못했다고 말한다. 동정을 구하는 것인지 현실을 말하는지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 원가계의 ‘백룡엘리베이터’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오는 버스 내에서 옵션(선택 관광비용) 180달러를 지불하다. 옵션이 없으면 중요 관광지를 볼 수 없는데 싼 게 비지떡이듯 여행비가 싼 것이 실은 들 돈이 다 들게 설계되어 있다. 눈감고 아웅 식이다. 관광회사는 결국 챙길 돈은 다 챙기는 것이다.
옵션내용은 황룡동굴(黃龍洞窟) 구경에 30달러, 천문산(天門山)케이블카에 70달러, 귀곡잔도(鬼哭棧道)와 천문산사(天門山寺) 구경에 30달러, 보봉호(寶峰湖) 아래 폭포에서 토가족(土家族)전통공연관람에 30달러, 그리고 발마사지에 20달러다.
애초 안내서에 있는 십리화랑 모노레일 비용(20달러)과 천자산 케이블카(20달러), 백룡 엘리베이터(20달러)까지 징수하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일 정도다.
이번 장가계 여행상품에는 74만 원 짜리와 50만 원 짜리가 있는데 핵심만을 보기위해 50만 원 짜리를 선택했다. 여기에 유류할증료와 비자대금이 더해지면 55만 원이다. 옵션과 팁을 달러 당 1,300원으로 계산하면 28만 원으로 총 여행경비는 83만 원으로 올라간다. 결코 경제적인 여행이 아니다.
○ 기내식의 품질과 갑갑한 좌석은 또 어떤가. 기내식(機內食)치고는 하급(下級)에 속한다. 음식이 먹을 만하지가 않다. 좌석도 간격이 너무 좁아 견디기 어렵다. 이번에도 대한한공(KAL)인데 95년4월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가면서 탔었던 것과 같은 항공기다. 3시간이 채 안 되는 비행거리니까 견디지만 당시 14시간을 타면서 너무도 갑갑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싸구려 여행은 이렇다.
○ 시내에 들어와 7시에 저녁을 먹는다. 찰밥에 데친 캐비지와 계란찜, 호박찜에 한국서 가져간 소주와 현지에서 구입한 고량주가 회전식 식판에 깔렸다. 음식은 풍부하지만 먹지 않고 남긴 저 음식쓰레기들은 다 어떻게 처리를 할까. 매립을 하거나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나. 궁금하다.
○ 저녁9시에 ‘보봉호 폭포’ 공연에 가다. 오늘오전에 다녀온 보봉호의 아래쪽에 위치한 인공폭포 아래의 야외 공연장이다. 입구의 길가에 길게 늘어선 10대 후반의 40명쯤으로 보이는 ‘토가족’ 소녀들이 낭랑하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로 환영의 합창을 하는데 그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토가족은 우리와 같은 생김새인데 다만 체구가 우리보다 조금 작아 보인다. 음악에 민감한 필자는 노랫소리에 감동한다.
공연의 내용은 ‘토가족’의 기원과 발전, 역경과 전쟁과 가족의 재회, 자연재해의 극복, 결혼과 죽음 등이다. 전체 4장으로 이루어진 ‘토가민족(土家民族)’의 대 서사시(敍事詩)다. 그리고 한국과 대만 등지로 공연을 간 사실이 전광판에 뜨면서 마지막으로 ‘토가족’ 소녀합창단의 합창으로 끝난다. 원래 이 지방은 ‘토가족’과 ‘묘족(苗族)’의 근거지다.
공연이 끝난 후 연기자들이 객석의 맨 앞줄에 않은 관객들 앞에 술잔을 깔아놓고 술을 대접한다. 그리고는 전 출연진이 북을 치고 무용을 하며 길게 줄을 서서 퇴장한다. 배경에는 여전히 장엄한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공연 처음에 약간의 비가 내렸었다.
○ 공연을 보고 온 저녁에 친구끼리 온 여성 둘이 우리 방으로 와 얘기꽃을 피우다. 부산에서 오신 분들이다. 대구에서 오신 룸메이트남자는 샤워 후 기운이 빠진 듯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낮에 함께 다닌 여성들을 불러오겠다니까 일어나 옷을 갖춰 입는다.
여성들 중 하나는 어필봉(御筆峰)으로 내려가면서 이름을 통성명한 사이인데 필자를 오빠라고 불렀다.
50초반으로 보이고 말씨로 보아 영리하고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여성으로 보인다. 호기심이 가득하고 열정이 있으며 사교적인 성품으로 보인다.
2010. 5. 29. (토) 맑음
○ 오늘은 천문산(天門山)의 귀곡잔도(鬼哭棧道)와 천문산사(天門山寺), 천문동(天門洞 : 천문동굴)을 보는 날이다. 날씨가 화창해졌다. 날씨 운이 좋았다.
천문산은 무릉원구와 반대로 장가계시의 남쪽에 위치한 1,500여 미터 높이의 장대한 바위산이다. 현지에서 받은 A4 석 장 크기의 ‘천문산국가삼림공원평면안내도(天門山國家森林公園平面案內圖)’에 의하면 천문산 주봉(天門山 主峰)은 1,518.6m이며 주봉의 꼭대기에는 ‘운몽선정(雲夢仙頂)’이라는 명칭의 팔각형 전망대가 있다. 안내도에는 간이지도에 주요지점 경관사진과 함께 중국어 및 일본어로 설명을 붙였다.
천문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나 인근에 다른 큰 산이 없고 평지에 돌출해 있으니 높아 보이는 것이다.
무릉원이 아름답다면 천문산은 웅장하다. 무릉원은 장가계 시내에서 북쪽으로 7∼11㎞거리이고, 천문산은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8㎞미터 지점에 위치하는데 해발1,500미터 높이의 상부 종착역까지는 케이블카로 세계최장 길이인 편도7,45㎞미터 거리이다. 하부 출발역에서 상부 종착역까지 일직선이다.
○ 천문산(天門山)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의 출발역과 종착역은 장가계 시내에 있다. 산 가까이가 아니라 산과 멀리 떨어진 시내에 있는 것이 특이하다. 멀리서부터 시작하여 산 전체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웅대한 산세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출발역에서 9시10분경에 출발하여 아파트 위를 지나고, 철도 위를 통과하고 멀리 천문산을 바라보며 연신 셔터를 누르며 올라간다. 작은 언덕 같은 산을 넘고 내리막을 가고 저수지를 지나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간다. 9시35분에 중간역에 이르니 멀리 천문동이 길게 세로로 뻥 뚫린 동굴을 보여준다. 여기서 쉬지 않고 내리막을 가다가 급경사를 오른다. 어마어마한 가파른 경사길이다. 거대한 바위산의 경치가 더없이 우람하여 할 말을 잃게 한다.
9시45분에 산 위 종점에 이르니 출발역에서 예까지 올라오는데 35분이 걸렸다.
○ 프랑스 기술진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노선은 중간의 케이블 기둥들이 때론 바위를 100미터를 뚫어 파일들을 박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2005년에 완성되어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용하게 되었다 한다.
벼랑에 만든 도로도 인상적이다. 때론 옹벽을 만들고, 때론 바위산의 옆구리를 깎아 길을 내었는데 인간의 능력이 경이롭게 느껴지는 대 역사다. 산 아래에서 천문동까지 뱀처럼 한없이 구불구불한 2차선 길을 중형버스가 잘도 오르내린다.
○ 케이블카 종점 휴게소를 지나 숲길을 조금만 걸어가면 그 유명한 귀곡잔도(鬼哭棧道)가 나타난다.
귀곡(鬼哭)은 ‘귀신의 울음’이고 잔도(棧道)는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을 매듯이 해서 낸 길’을 말한다. 과연 귀신이 울고 갈 아찔한 벼랑길이다. 벼랑의 9부 높이 이상에 수백 미터 길이로 연결된 폭1.5내지 2미터의 아슬아슬한 잔도아래는 천길 만길 낭떠러지다.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이 있는 사람은 지나가길 거리낄 것 같은 길이다. 잔도는 200미터 높이 정도의 깎아지른 수직절벽 위에 걸려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기 좋은 위치에서, 아래로 무서운 낭떠러지가 보이는 돌출한 스테인리스 제품의 난간을 만들어 촬영장소를 따로 만들어 놓았다. 필자도 여기서 가이드의 촬영으로 사진을 찍는다. 멀리 거대한 기암괴석의 바위산들이 버티고 있다. 마지막에는 흔들다리도 있다. 여기를 지나면 천문산사(天門山寺)다.
안내유인물에 의하면 ‘귀곡잔도는 멱선기경(覓仙奇境 : 신선을 찾아오는 기묘한 경치)구역, 귀골(貴骨)동 상방(上方 : 위쪽) 해발 1,400미터의 절벽에 위치합니다. 여기서 무한한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씌어있다.
○ 흔들다리를 지나 천문산사에 도착하니 10시40분이다.
사찰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이고 다만 규모가 크다. 비스듬한 경사언덕에 계단식으로 마당과 본당을 시작으로 4단계쯤으로 올라가다가 잘은 모르지만 맨 마지막에 우리의 제실(祭室)같은 마지막 건물이 화려하게 건축되어 있다. 그렇다. 화려하고 거창하다. 건축에 큰돈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찍어온 사진을 보아가면서 더 자세히 묘사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의 것과 비교할 때 크게 특이한 점은 없으므로 생략한다.
여기까지 오는 중간 중간의 안내판과 이정표에서도 그랬지만 여기 천문산사의 식당입구 작은 둥근 관문 위에도 한글이 보인다. 중국의 간체자로 크게 ‘소재루(素齋樓)’라고 식당이름을 적고 한 줄 아래에 훨씬 작은 크기의 영어로 Vegetarian Restaurant(채식주의자 식당)라고 병기한 다음, 또 한 줄 아래에 ‘소재루’라고 한글로 쓰고 그 옆에 한국, 일본, 대만, 홍콩이 사용하는 번체자(繁体字)로 ‘소재루’라고 또 써놓았다. 그만큼 한국인들과 인근 번체자를 쓰는 사람들이 온다는 얘긴데 한글을 별도로 쓴 점이 이채롭다.
○ 여행사로부터 받은 안내유인물에 의하면 ‘천문산사(天門山寺)는 당나라 때부터 건설되고 호남성 서부의 불교중심입니다. 현재의 천문산사는 유지(遺址 : 옛 절이 섰던 터)에 다시 건설한 건물로서 부지면적 10,000여 평방미터며 청나라 때의 스타일로 사당 내 건물이 국내의 다른 고전명각(古殿名閣)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남동향으로 시야가 넓고 기개가 비범합니다.’라고 적혀있다.
○ 어제 ‘십리화랑’에서도 그랬지만 오늘(29일)여기 천문산사에서도 어린 ‘토가족’ 소녀들이 관광객과 사진을 함께 찍어주는 모델이 되고 돈을 받는다. 필자가 2007년5월 태국의 관광지에 갔을 때도 그랬다. 상혼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데 원래 순박했다는 토가족이 자본주의를 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관광수입을 무시할 수 없는 점이.
색실로 각종 그림이나 글자로 수(繡)를 놓은 붉고 화려한 긴 치마와, 반소매 상의에 왕관처럼 생긴 독특한 모자를 썼고, 양산을 받쳐 쓰고 있다. 조용하고 우아한 몸짓을 하고 있다.
○ 급히 천문산사의 이모저모를 찍고는 사찰 근처에 있는 2인용 리프트 시발점으로 가서 얼른 리프트에 두 명씩 올라탄다. 그리고는 죽 상부 종점으로 올라간다. 가면서 주변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가이드가 옷, 모자, 카메라, 가방 등 소지품을 단단히 챙기라고 당부를 했는데도 도중에 한 여성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저 아래로 떨어진다. 회수할 수 없다.
리프트로 오르면 천문산 주봉(天門山 主峰)의 꼭대기에 있는 ‘운몽선정(雲夢仙頂)’이라는 팔각형 전망대가 점점 다가온다. 전망대는 중국풍 양식에 2층의 팔각형이고 그 위에 또 2층의 보다 작은 팔각형의 전망대가 있다. 거기서는 천문산 전체와 멀리 장가계 시내가 조망되겠지만 시간이 없어 올라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 ‘운몽선정’ 바로 옆에서 리프트를 내려서 숲길을 잠시 걸으면 케이블카 상부 종착역이 나온다.
상부 종착역에서 중간역으로 내려간다. 중간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 천문동굴(天門洞窟)로 향한다. 기막힌 길이다. 어찌 이 가파른 바위산에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바위산의 옆구리를 깎아 내고, 높은 석축을 쌓아 낸 길이다. 지형에 따라서는 나선형으로 빙빙 돌아 오르는가 하면 다리를 만들고 그 아래와 위를 통과한다. 이렇게 뱀처럼 구불구불한 도로를 올라간다. 중형버스가 교차하는 2차선이다. 지도에는 이 길을 ‘통천대도(通天大道 : 하늘로 통하는 큰길)’라고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는 마침내 천문동 입구에 이른다. 동(洞)은 동굴(洞窟)과 같은 말이다. 입구는 천문동굴로 올라가는 999계단의 시작점이다. 여기에는 기념품가게와 식당이 있고 야외 카페도 있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구불구불한 도로가 실타래처럼 펼쳐져 있다. 인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저 아래 구불 도로를 보면 알 수 있다. 8년의 대역사를 거쳐 건설된 도로란다.
○ 아까 케이블카 종점에서 중간역으로 내려가면서 11시49분에 멀리서 바라본 천문동굴은 상단부분이 안개에 휩싸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가 막 올라탄 케이블카를 포함해 산의 9부 이상이 잠시 안개에 갇혔다가 금세 갠다.
멀리서 보아 세로로 길게 찢어진 천문동굴의 생김새는 상상의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여성성기와 흡사하지 않은가. 가까이서 볼 때는 더욱 성기구멍 같다는 느낌은 나만의 것일까.
여기서 비행기가 이 동굴을 통과하는 곡예비행이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섹스가 있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곳 풍경의 70프로가 상상이라면 필자의 상상도 과히 부당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 버스에서 내려 천문동굴로 걸어 올라가는 계단의 시발점 벽면에는 ‘상천제(上天梯)’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양각되어 있다. 하늘로 올라가는 사닥다리란 뜻이다.
여기에도 토가족 소녀들이 사진모델이 되어주고 돈을 받고 있다.
내려 올 때 굴러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고 가이드가 당부한다. 그만큼 계단에 가파른 구간이 있다. 좋은 날씨에 구름처럼 몰려온 관광객들이 몇 차례씩 쉬어가며 계단을 올라간다. 올라갈수록 동굴은 커진다. 숨이 차다.
다 오르니 천하가 눈 아래로 보인다. 동굴은 폭이 30미터, 길이가 40미터, 높이가 60미터쯤으로 보이나 정확한 기록을 아직 찾지 못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된다.) 경비행기가 곡예비행으로 통과할 정도는 되나보다.
○ 천문동굴로 올라가는 계단이 힘들다. 999계단이라는데 우선 가파르다. 중간에 쉬엄쉬엄 쉬어가며 올라가는데 가팔라서 숨이 차다. 일행 중에 70대 사람들도 기어이 오르는데 즐거워 보인다.
동굴에 이르러서는 모두 사진을 찍는다. 배경에 까마득히 아래로 장가계 시골마을이 평화롭게 보인다.
어느 방송국에서 나왔는지 특유의 복장을 한 연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프로듀서(Producer)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연신 지시를 내린다. 찍은 장면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다.
○ 내려오는 중간에 진주에서 온 일행 중 한 여성이 예의 올라 갈 때의 연주자들에게 한 수를 가르친다. ‘도라지’를 직접 불러주며 이 곡을 이렇게 불러야 한다는 지도를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직접 노래를 불러줌으로써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아주는 것이다. 재능이 있는 여성인데 진주에서 무슨 노래학원과 봉사단체를 운영한다고 한다. 그녀가 하는 일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나 영리하고 자신 있는 한국여성의 전형(典型)을 보는 것 같아 기쁘다. 필자도 모금함에 천 원을 넣는다.
○ 천문동굴을 보고 버스로 중간역까지 내려오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기암의 산들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구불구불한 신기한 도로 등을 계속 사진에 담는다.
중간역에 내려서는 일행이 3층의 하산용 승강장으로 올라가는 중에도 급히 옆의 주차장으로 달려가 멀리 천문동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말 바쁘다. 그리고는 이 중간역에서 처음 출발했던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 출발점인 케이블카 아래쪽 종점의 주차장 한쪽에 가로8미터, 세로 4미터쯤 되는 대형 지주간판(支柱看板)이 있고 여기에는 27일 장사에서 장가계로 가는 도중의 휴게소에서 본 것과 같은 선녀(仙女)의 사진이 걸려있다.
갸름하고 요염(妖艶)한 얼굴에 머리에는 보석 화관을 쓰고, 길게 땋은 머리를 등 뒤로 늘인 채 전방 좌측을 굽어보는 모습으로, 늘씬한 몸매의 뒤쪽으로는 화사(華奢)한 모란꽃 등이 그려진 잠자리 날개 같은 비단옷을 길게 휘날리는 실제 여성모델사진인데, 중국은 선녀라는 상징을 상품화하고 있다.
저 선녀의 근거가 되는 천문산 입구의 산문(山門) 바로 위에 ‘천문호선(天門狐仙)’이라는 선녀바위를 못 봐 아쉽다. 천문호선은 ‘천문산에 있는 여우(狐)같은 선녀’란 뜻이다. 여우는 교활하여 사람을 홀린다고 하지?
지주간판에는 영어로 ‘The love story of a woodman and a fairy fox(나무꾼과 선녀 여우의 사랑이야기)’라고 병기하고 있다.
한자로는 ‘천문선경·인호기연(天門仙境·人狐奇戀 : 신선이 사는 천문산·사람과 여우의 기이한 사랑)’라고도 써놓았다. 여우의 얼굴도 조그맣게 그려놓고.
○ 늦은 점심이다. 오후4시에 장가계 시내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다. 일정이 여의치 못해 점심이 늦다. 음식은 풍성하다. 하여간 이곳 중국은 음식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일본에서 먹어본 그들의 ‘화식(和食)’이란 음식과 비교하면 극과 극이다. 양도 많고 가짓수도 엄청나다. 쇠고기 불판구이와 생 횟간, 불고기전골 등등 여타 음식들을 더하면 상 위에 다 얹을 수 없을 정도다. 쇠고기 모듬이다. 다 먹지도 못한다. 이러니 요새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들이 음식투정을 하는 것이다.
식당 앞의 대로(大路) 맞은편에는 ‘장가계 토가풍 정원(張家界 土家風 庭園)’이라고 한자로 쓰인 이색적인 건물이 보인다. 높게 솟은 목조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 볼 시간이 없었다.
○ 늦은 점심을 마치고 시내의 발마사지센터로 이동한다. 4시40분이다. 건물입구의 간판에는 한자아래에 큰 글씨로 ‘구룡휴계쎈터’라고 쓰여 있다. 그만큼 한국인이 많이 찾는 업소라는 뜻이다. 마사지 방은 2층이고 1층 로비에는 원가계 ‘천하제일교와 미혼대’의 풍경이 그림으로 벽에 걸려있고 그 아래쪽에는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큰 인형이 서있다. 그의 수염은 명품이다. 중국인들은 ‘관우’를 종교적 관점에서 숭상한다.
○ 발마사지와 관련하여 안내유인물에는 ‘중국한방지압의 결정체로, 수십 가지의 한약물에 전문안마사가 마사지하여 여행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주어 관광을 더욱 즐겁게 한다.’라고 쓰여 있다.
이번의 마사지는 2002년 상해 마사지 때보다 월등 훌륭하다. 우선 어깨와 등을 마사지하고 이어 뜨거운 물통에 황토와 한약재 같은 것을 넣은 곳에 발을 담그게 한다. 그리고는 발바닥과 장단지, 허벅지를 마사지하는데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힘차게 주무른다. 시원한 느낌이다.
남자손님은 20세 안팎의 젊은 여성이, 여성손님은 같은 연령대의 총각이 마사지를 한다. 개중에는 몇마다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젊은이도 있다. 필자의 발을 주무르는 아가씨에게 한자로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라고 수첩에 적어 보여주었더니 중국발음으로 또렷하게 읽어준다. 조금 더 비싼 전신마사지도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 전신마사지를 받지만 대개는 발마사지로 끝낸다. 50분 정도 걸린다. 별도로 팁으로 한화 2천 원씩을 지불한다. 마사지를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 별로라며 그 시간에 쇼핑을 하겠다는 사람이다.
○ 마사지 후 몇이서 재래시장을 둘러본다. 지저분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보는 데는 시장만한 곳이 없다. 우리의 80년대 시장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양배추, 감자, 풋콩, 저울, 애호박, 양파, 풋마늘 줄기, 계란, 토마토, 피망, 당근, 가지, 고추, 버섯, 파, 부추 등이 보인다. 반 노점 형태인데 필자가 열심히 그 장면들을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가게주인이 순박하지만 쑥스러운 웃음을 웃는다. 친근한 정경이다. 서민들 사는 모습은 어디나 같다.
시장을 빠져나오니 길가에 장기판을 두고 열중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훈수꾼 같은 사람들도 옆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 저녁6시30분에 장가계에서 공항이 있는 장사로 출발한다. 또 4시간 정도 고속도로로 달린다. 중간에 간이휴게소에서 음식물 몇 가지를 샀는데 맛이 이상하다. 휴게소가 우리가 생각하는 대형 주차장이 있고 식당이 있는 거창한 휴게소가 아니라 겨우 버스를 길가에 대고 조그만 가게가 하나 있는 정도다. 오빠라고 부르던 여성이 말린 과일봉지를 건네주는데 맛이 영 이상하다. 구미에 맞지 않다. 냄새가 나서 한 개를 먹고는 씨를 차창 밖으로 뱉어버리고는 봉지를 옆 좌석에 방치해버렸다. 나중에 운전기사가 치웠겠지.
○ 7시에 한국의 준이로부터 전화가 온다. 언제 귀국하느냐고 묻는다. 내일 아침에는 집에 도착할 거라고 답해준다.
○ 저녁10시40분이 되어서야 장사 시내의 식당에서 늦은 저녁밥을 먹게 되었다. 음식은 괜찮다. 먹을 만하다. 그런데 화장실이 어둡고 불결하다고 모두들 가지를 않는다. 전기가 부족해서 그런가. 인력이 많은 나라이니 청소를 깨끗이 할 수도 있을 텐데. 11시40분경에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이 가까워 금방 도착한다.
○ 공항면세점은 국제공항치고는 규모가 작고 모두 중국제 상품들뿐이다. 상품과 디자인이 우리보다는 뒤떨어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진저’라는 도수(酒精度)가 35%이고 용량이 500㎖인 술 세 병을 313.50위안(우리 돈 약57,000원)에 구입하다. 준이에게 줄 선물을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게 없다. 판다인형도 조잡하여 살 마음이 나지 않는다. 비단제품과 술 외에는 중국에서 살 것이 아직은 적다. 준이를 위해 ‘밤 과자’ 한 통(1만원)만 샀다.
2010. 5. 30. (일)
○ 30일 새벽2시40분(장사 시간)에 출발한 비행기가 아침6시10분(한국 시간)에 김해공항에 도착한다.
한국이 1시간 빠르니 꼭 2시간30분이 걸렸다.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손가락에 침을 발라 눈을 닦는다. 낮에 결혼식에 가야 하는데 세수 할 시간이 없을 거라며.
대구에서 오신 고 선생과 작별을 하면서 다음에 부산에 오시면 꼭 연락하시라며 명함을 드렸다. 대구행 셔틀버스로 가실 것이고 필자도 해운대로 가는 공항버스에 오르니 한 시간 만에 집에 도착한다.
(귀국 이후)
○ 귀국 후 카메라에 장착된 2기가짜리 메모리의 내용을 내 컴퓨터에 옮겨 담으면서 무려 1.6기가 용량의 사진 700장이 이번 여행에서 담긴 것을 보고는 필자도 놀랐다. 3일 낮 동안 700번 셔터를 눌러 댄 것이다. 1995년 미국, 2002년 중국, 2007년 동남아, 2007년 일본에 갔을 때도 이렇게 셔터를 눌러댄 일은 없었다. 그만큼 이번에 본 것이 많았다는 뜻이다.
○ 대자연을 마주한 인간은 평소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일이 더러 있나보다. 꼼꼼히 따지는 일 따위가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깨닫게 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덧없음도 느끼게 되는 수도 있나보다.
이번에 장가계의 대자연을 대하고는 필자가 말수가 적어진 것 같은 느낌을 스스로 받는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았을 때는 그저 감동적일 뿐이었지만 이번은 사람을 숙연하게 하는 느낌이다. 4억년의 시간과 장대한 대자연은 그 어떤 설교보다도 힘이 있다.
○ 일행 중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하기를, 아내를 운남성(雲南省) 호도협(虎跳峽)에 보냈고, 여행에서 돌아온 아내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던 얘기는 의미심장하다.
호도협의 거대한 대자연을 보고 끝없이 울었다던 그 여성은 카타르시스[배변(排便), 통변(通便), 정신의학적인 용어로 감정정화(感情淨化)]를 경험한 것이다. 그 여성의 울음은 참기 어려웠던 배변의 해소와 같은 효과를 가져 온 것이다. 가슴속에 뭉쳐있던 울화가 감정정화의 과정을 거친 것인데, 우리의 일상에서도 큰 슬픔을 당한 여성이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원리와 같다.
호도협이란 ‘호랑이가 좁은 산골짜기를 건너서 뛴다.’는 뜻이다. 그만큼 깊은 V자형의 골짜기를 말한다.
그 골짜기는 시뻘건 흙탕물이 벼락 치듯 쏟아져 내리는 어마어마한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개개인이 다 다르지만 인간은 어떠한 계기에 커다란 심리적 충격을 겪을 수도 있는데 이곳을 본 그 여성은 여태 살아온 자신의 삶이 허망함을 깨닫고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삶은 계속하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으리라.
매일 매일의 삶에서 짜증을 부리고, 안달을 하고, 잔소리를 하던 자신의 생활방식이 부질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것이다.
○ 이번 여행의 감동은 위에 기록하였으니 문제점도 아울러 기록으로 남겨야한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팁, 옵션, 각종 쇼핑센터 순례로 구경시간이 촉박한 점인데 가이드가 쇼핑을 유도하려고 애쓰는 바람에 풍경을 제대로 볼 시간이 부족했다. 원래는 옵션이 적은 게 좋다. 그렇지만 여행사가 여행비가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우다보니 막상 보아야할 중요한 관광지가 제외되어있어서 추가로 돈을 더 내고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여행사가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리고 각종 쇼핑센터도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됨은 이해할 수 있다. 여행객이 관심을 갖고 사야할 품목이 있는 집으로 안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과도함이다. 중요한 관광지를 시간을 갖고 차근히 보아야하는데 쇼핑을 위해 그 시간을 억지로 단축할 정도라면 곤란하다. 가이드는 쇼핑 매출액의 일정 비율만큼 커미션을 받는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인생에서는 언제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