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고루성에서 시작한 고구려 흔적 찾기를 마무리 할 겸 겨울철 눈 산행을 빠트릴 수 없어
다시금 동두천역에서 39-2번 버스를 타고 경원선의 종점인 新炭里역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지독한 물난리로 떠내려간 다리가 아직도 복구되지 않아
경원선 통근열차의 운행을 잠시 중지한다는 안내문은
해가 바뀌어 가는데도 동두천역 벽면을 차지한 채 그대로 걸려있더군요.
하여, 애꿎은 39-2번 버스만 배차간격을 줄이며(20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어
신탄리역까지 접근하는데 시간이 다소 더 걸리는 것 외는 교통편이 더 좋아졌다고나 할까요.
열차편 공짜 등산객이 잠시 숨을 돌리는 통에 고대산도 한가한 여유로 찾는 이를 맞이하더이다.
신탄리란 마을은
예전부터 고대산의 풍부한 임산 자원을 이용 목재 숯으로 가공하여 생계를 유지했던 마을로,
경원선 철도가 부설된 뒤로는 숯 가공이 더욱 번창하여‘새숯막'이라는 지명에서 유래되었다는 設과
숯을 가공하면서 부근에 주막거리가 새로 생겼다 하여‘새술막(新酒幕)'으로 불리기도 했다는데
한자로 지명을 옮기는 과정에서 ‘술'을 ‘숯(炭)' 자로 잘못 표기하였다는 설도 있더군요.
高臺山의 유래도 재미가 있어
신탄리 지역에서는 이 산을 ‘고래산'으로 부르고 있는데
깊고 긴 계곡에 운무가 머무는 모습이 방고래와 같다하여 "큰고래" 즉 "방고래"라고 부르던 것이
언젠가 부터 높이 쌓아 올려 사방을 바라볼 수 있는 곳 같아 高臺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고
어떤 지형도에는 "높은 별자리와 같다"는 뜻과 의미가 담긴 곳이라 하여 高台山으로도 표기되어 있더군요.
철원 어딘가에서 발원하여 연천읍을 끼고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차탄천(車灘川)은
지금 한창 뚝방길을 따라 자전거길을 만든다고 연천읍에서 부산을 떨고 있으면서도
‘수레여울’이란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일제 강점기의 억지 한자를 아랑곳 하지 않고
모두가 태연하게 모른 척 하면서 쓰고 있더이다.
평화누리길 연천코스는 始點과 終點의 대중교통에 시간 맞추기가 어림도 없어
추천한 길안내를 제쳐두고 나름으로 골라잡아 고구려의 자취를 더듬는 것으로 하다 보니
숨겨진 고구려의 성을 찾아가는 모습이 저절로 되더군요.
연천 은대리성은 2006년 1월 2일에 사적 제469호로 지정되어 연천군에서 관리하고 있다는데,
아침녘 자욱한 안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설픈 길안내로 인해
연천군 보건 의료원을 바로 지척에 두고도 들머리 표시가 없어 한참을 투덜대다 찾아냈지요.
아직도 경작지로 남아있는 발굴지에서 백제의 것으로 보이는 토기 조각과
고구려 토기 조각이 수습된 것으로 미루어
한탄강 유역을 두고 勢다툼의 엄청난 울부짖음이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하며
덩달아 새벽안개 속에서 호젓한 산책을 한 셈이 됐지요.
내친 김에 연천 당포성을 둘러보고자 372번 지방도를 따라 평화누리길 연천 둘째길을 찾아들었지요.
이곳도 2006년 1월 2일에 은대리성과 함께 사적 제468호로 지정되었다는데,
삼국시대 기와조각을 포함하여 고려와 조선시대의 기와조각도 많이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대와 상관없이 전략적 요충지로 선점하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렸겠지요.
시간이 許하면 유원지가 되어버려 안타깝기는 하지만
전곡 터미널에서 지척인 연천 전곡리 유적과 함께 전곡선사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요.
박 목월의 시 한수를 떠올려봅니다.
산이 날 에워싸고 박 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팍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수레여울 뚝방길을 걸으며 - 평화누리길 연천 셋째길
수레여울 뚝방길을 혼자서 걷노라니
쇠오리도 반가워서 자맥질을 즐기는데
눈 덮인
고래산 멀리
사격소리 요란타.
사람도 자전거도 얼씬 않는 뚝방길에
새소리 바람소리 외롭게 지나가다
찬 볼을
어루만지며
뒤 따라 오라하네.
기분 내킨 쇠오리는 쉴 짬 없이 자맥질
사격장 그 소리야 귀에 익어 平常心
차탄천
갈대소리는
졸음 오는 자장가
고래산 눈산행
눈(雪)만 보니 눈(眼)이 시려 눈길이 어리벙벙
오가는 이 별로 없어 마음 놓고 터벅터벅
가슴이
뻥뻥 뚫리니
먼데 하늘 말갛다.
<고대봉에서 바라본 삼각봉과 대광봉 능선>
<고대봉 헬기장으로 오르는 길에 보급용 모노레일이 깔려있고>
<초소로 가는 눈길 능선과 철원평야>
<은대리성 동벽>
<당포성 동벽>
<한탄강 합류지점에서 바라본 수레여울 상류>
<독수리와 까마귀도 친구가 되어서>
<임진강 뚝방길>
첫댓글
이덕헌옹!
어느틈에,이추운데,신탄리 고대산,고구려 옛 유적지를 탐방하셨소!
이옹의 체력과 부지런함은 회갑넘어 더욱 빛을 발하니,부럽소! 휴전선 중부에서 다음이 기대됩니다!
멋져부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