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성지인 강화도 마니산 정상부로 가는 길의 풍경
1998년 10월 3일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한 영화감독이자 배우 로디 맥도웰이 향년 70세로 영면했다. 맥도웰은 15세 때인 1943년 <래시 돌아오다>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아역배우 출신이다.
<래시 돌아오다>는 에릭 나이트의 소설 <Lassie Come-Home>을 원작소설로 한 영화이다. 주요 출연진에는 로디 맥도웰 이외에 엘리자베스 테일러, 에드먼드 그웬이 있다. 원작소설은 <돌아온 래시>라는 제목이 붙여져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었는데, 개가 주인공인 특성이 반영되어 주로 어린이용 책으로 나왔다.
<래시 돌아오다>가 인기를 얻자 후속작 <래시의 아들> 등 2005년까지 모두 10편의 영화가 더 만들어졌다. 1947년에는 라디오 쇼, 1954년에는 TV쇼로도 만들어졌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에 선정되어 <명견 래시>가 제작되었다.
조의 아버지가 실직 후 밀어닥친 생활고 해소에 도움을 얻으려고 애완견 래시를 루들링 공작에게 판다. 래시는 공작의 개 사육장에 가둬진다. 개지기 하인스가 공작 몰래 래시를 비롯한 개들을 학대한다. 래시는 두 번이나 탈출해 조의 집으로 돌아온다.
조는 래시와 함께 숨기도 하지만 결국은 루들링 공작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다. 조가 공작의 저택을 방문하게 된다. 공작의 손녀 프리실라가 조에게 래시를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한다.
공작은 래시를 스코틀랜드 애완견 대회에 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프리실라가 하인스의 래시 학대 사실을 알게 된다. 프리실라는 저택 대문을 활짝 열어 래시가 도망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는 할아버지에게 래시가 서쪽으로 갔다고 말한다.
래시는 힘들게 강을 헤엄쳐서 건너고, 개잡이들의 포획을 간신히 피해 살아남기도 한다. 양을 해치려는 개로 오해한 양치기들에게 맞아죽을 죽을 뻔하는 위기도 겪는다. 아무튼 고생고생 끝에 다친 다리를 절룩거리며 조의 집에 당도한다.
래시를 공작에게 팔았던 조의 부모도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래시를 어떻게든 다시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것이다. 루들링 공작과 프리실라가 래시를 찾아왔을 때 매우 당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공작은 래시를 조에게 그냥 돌려주겠다는 말한다. 게다가 조의 아버지를 저택의 새로운 개지기로 고용한다.
조와 프리실라가 같이 자전거를 타며 좋아하는 광경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두 아이 결에 래시가 있고, 래시 옆에 래시의 자식들인 강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른바 ‘행복한 결말’이다. 10월 3일은 개천절로, 우리나라가 선사시대에 그 존재를 드러낸 날이다. 35년에 걸친 독립운동시기를 거쳐 지구상 유일의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해피 엔딩’이 찾아오기를 기원하면서 정인보 선생이 노랫말을 쓴 <개천절 노래>를 불러 본다.
1.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 아버님은 단군이시니
이 나라 한 아버님은 단군이시니
2. 백두산 높은 터의 부자요 부부
성인의 자취 따라 하늘이 텄다
이날이 시월상달의 초사흘이니
이날이 시월상달의 초사흘이니
3. 오래다 멀다 해도 줄기는 하나
다시 필 단쪽잎에 삼천리 곱다
잘 받아 빛내오리다 맹세하노니
잘 받아 빛내오리다 맹세하노니
통일의 그날이 머잖아 오기를 갈망했던 정인보 선생은 1950년 전쟁 때 납북되어 그해 11월 타계했다. 그는 <3.1절 노래>, <광복절 노래>, <제헌절가>의 노랫말도 작사했다. 뛰어난 국학자로서 아름다운 시조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많고, 개천절은 그저 휴일로만 취급받는 경향도 강하다. 래시는 돌아왔는데, 집 나간 우리네 정신은 언제나 제자리를 찾으려나!
이 글은 현진건학교가 펴내는 월간 '빼앗긴 고향'에 수록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투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