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트나 모터 보트나 구입 전 사용 용도를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용도에 맞는 배를 어떻게 고를 건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무슨 기준이 있으면 제일 좋은데... 흔히 알고 있는 건 무거운 배는 크루저, 가벼운 배는 경기정!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톤 수는 알아야 한다. 톤 수는 배를 물에 띄웠을 때 밀려나는 물의 무게를 말한다. 배 길이에 비례하게 되어 있고, 무작정 큰 배를 살 수는 없으므로 톤 수(Displacement)를 배 길이(Length)로 나눈 비율(D/L ratio)을 보면 일단 크루저로 적합한 지 등을 판단할 수 있을 거 같다.
어떤 용도든지 배는 빠를 수록 좋다. 이론적인 속도 한계는 배 길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물이 닿은 헐의 길이를 잰 LWL (Loaded Waterline Length) 값이 그 한계 속도를 결정한다고는 주장하지만, 이론적인 설명일 뿐 실제로는 정확히 적용하기 힘들다. 그 예가 파도가 심해 피칭이 있으면 한계 속도 아래로 나올 것이고, 뒷바람에 바우가 들리면 저항이 줄어 들어 한계 속도 이상이 나올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보면 긴 배가 빨리 나가는 건 사실이다.
다음은 세일의 성능인데 위 조건이 동일할 경우 모든 세일을 올렸을 때 바람을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이상적일 것이다 (세일이 보조 동력인 세일러들은 신경끄셔도 됨. :P). 그러므로, 세일 면적을 따져 보아야 한다. 세일 면적은 집, 메인, 스핀을 통털어 계산한다. 그리고 세일 면적(Sail area) 역시 톤 수로 나눈 비율로 보아야 공정하게 다른 배와 비교할 수 있다 (SA/Disp).
마지막으로 안전도 고려해 보아야 하는데... 배의 복원력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톤 수에 비해 킬이 무거우면 그만큼 복원력이 커질 거로 짐작은 되지만, 단순히 킬 무게로 따질 수 없고 킬의 모양이 더 중요하다. 또한 안전성은 킬에서만 주어지는 건 아니고 헐 디자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헐 디자인의 안전성을 숫자로 계산하는 방법은 아직 보지 못했으므로, 별 수 없이 그 배의 대양 항해 기록을 뒤져서 참고해야 한다. 한편, 보트 스펙에 보면 톤 수와 킬 무게의 비율(%)이란게 있다. 킬 무게 비율은 바람에 힐되는 정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쓴다고 한다. 킬 비율이 낮은 배는 바람이 세지면 힐이 많이 되어 세일 면적을 다 이용하지 못할 수 있고 리핑을 일찍해야 하므로 킬 비율이 큰 배가 선호된다 (배 성능과 관련).
위 자료 정도만이라도 알면 대충 내가 원하는 배를 고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술이 발달한 요즘 장비나 설계상 따져야 하는 사항이 수없이 많겠지만 검소하고 환경 친화적이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아마츄어들에겐 충분하리라 여겨진다.
그럼, 여기서 예를 들어 보자. 내가 알고 있는 배 중 크루저/레이서라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배가 있다. 하지만 막상 D/L ratio를 보았더니 164가 나왔다. 크루저는 최소한 250 이상이 되어야 대한 해협에서 파도가 쳐도 묵직하게 해치고 왔다 갔다 할 수가 있다. 배가 길어서 크루저라고 생각하고 타보면 묵직한 배에 비해 피칭 롤링이 세서 고생하게 되어 있다. 파도 안치는 날 고만 고만한 연안 크루징은 OK.
최근 조사한 Contessa 32는 D/L ratio가 300이 훨씬 넘는다. 킬 무게 비율도 약 47%에 가깝다. 대양 항해에 적합한 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톤수 기준 세일 면적비가 15 정도가 나온다. J/24가 약 20 정도이니 바람받는 능력은 조금 떨어질 수 있다고 짐작된다. 반면 J/24는 D/L ratio가 173이라 연안 항해용이다. 킬 무게는 약 30% 정도이다.
스펙 자료 참조: Sailboatdat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