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기도 이렇게 / “합격 기원” 대신 “소명을 밝혀주세요.”
‘베데스다 연못에, 1등으로 도착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할 것인가.’
‘하나님의 이끄심을 통한 소명의 발견을 구하는 기도를 할 것인가.’
오는 11월 14일 52만여명이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열흘 앞두고 수험생과 학부모, 교회 식구들의 기도가 깊어지는 때다. 크고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기도의 불꽃을 모으는 건 크리스천에게 자연스럽고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론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같은 기복적인 기도의 유혹 또한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기독교육 전문가들은 기독 학부모와 청소년을 향해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는 ‘성경적 기도’를 강조한다. 김회권 숭실대 교목실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베데스다 연못의 풍경’(요 5:2~9)과 한국의 입시제도를 비교·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베데스다 연못은 당시 ‘천사가 가끔 연못에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가장 먼저 들어간 자는 병을 낫는다’는 신화가 있었다. 한 중풍병자가 신화에 얽매여 38년을 허비했으나 단 한 번의 예수님을 만남으로 병을 완치됐다.
38년 동안 1등만을 기다리는 병자의 모습과 1등을 해야만(또는 고학력을 얻어야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한국사회의 세태가 유사하다고 김 실장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 만민을 하나님의 복으로 이끄는, 즉 장자의 책임을 감당하게 해달라는 기도가 필요하다”면서 “이는 곧 공공선을 지향하는 기도”라고 강조했다.
주상락 미국 바키대학원대 실천신학 교수 역시 자신의 욕심을 투영한 기도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오롯이 하나님께 맡기는 기도를 제안했다. 주 교수는 “수험생은 수능을 두고 사회 진출의 마지막 관문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학 진학 이후 더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학생이 많다”며 “결국 소명과 연결되는 기도가 중요하다. 소명을 발견하도록 하나님의 이끄심을 구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한 5가지 기도 제목’(표 참조)을 제안했다. 바람직한 기도로 이끌려면 교회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많은 교회들은 저마다 아침저녁으로 수능 기도모임을 갖고 있다. 박상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은 “성도들이 자신의 욕망에 근거한 두려움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기도 제목을 갖고 나왔을지라도 교회는 그 마음을 부추기기보다는 하나님의 거룩한 보좌 앞에 모두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