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에서 맞이하는 봄의 서곡
이준희
입춘과 우수가 한참 지난겨울의 끝자락 2월 하순인데도 봄은 겨울의 등에 업혀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봄의 전령사인 남도의 꽃소식도 아직 겨울잠을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
예년 같으면 여수의 동백꽃, 구례 산수유꽃, 광양의 매화꽃 등 남도에서 전해오는 꽃바람, 꽃소식에 봄의 설렘으로 마음마저 여유 있는 시절인데 올해는 봄이 늦장을 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2월 하순 겨울의 끝자락, 53유람단 친구들은 시내 중앙부의 수성구 소공원인 범어공원 둘레길을 산책합니다.
범어공원 둘레길은 산 중턱을 감아 도는 순환 산책로로 4.61km 구간을 새롭게 조성한 산책로입니다.
탐방길은 여러 곳이지만, 우리는 궁전맨션 뒤쪽 능선으로 산책길을 출발합니다.
오늘은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지만, 아직 겨울을 품고 있는 숲의 분위기는 고요한 침묵으로 숲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숲길 정비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길섶에는 전지된 나뭇가지 토막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입니다.
숲의 생동하는 기운은 자연이 내게 안겨주는 너무나 과분한 축복이기에, 이 봄에 기쁨의 눈물이 되어 나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습니다~
나목의 거짓 없는 몸부림과 겨울바람 소리에 따뜻한 희망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봄이 오는 겨울 숲을 걷는 것은 분명한 은총이겠지요^^^
한겨울의 명상에 취해 능선을 오르다 짧게 전지해 놓은 나뭇가지에 걸려 허공에 낙상하고 나니, 천당인지 현실인지 순간적으로 머리가 먹먹합니다.
다행히 마른 낙엽이 쌓인 길섶 능선이고, 배낭이 안전하게 받쳐 주어 다친 데는 없습니다.
대장과 갑기 친구가 내민 손을 잡고 나니, 내가 등산 경력 30년의 베테랑인데도, 이제는 어떤 보행에서도 낙상을 조심해야 하는 시점에 온 것 같습니다.
만 75세가 넘어 보너스로 받은, 덤으로 사는 삶이기에 항상 조심하고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는 환희의 새봄이 행복입니다.
첫댓글 이 회장!
존경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