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암연구소(IARC)의 통계에 따르면 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암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100만 명 가까운 위암 환자가 새로 생기고 약 70만 명이 위암으로 사망하는데, 이 중 3분의 2 정도가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위암의 발생률은 지역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 극동아시아 국가와 동유럽
및 아프리카 국가에서 높은 반면 북미 지역이나 북유럽, 동남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위암 발생률이 낮다.
이렇게 지역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위암의 원인으로 인정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이 국가마다 다르게 감염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인은 이 균에 감염된 정도가 60% 이상으로 매우 높아 위암이 많이 발생하는 데 비해 동남아시아 국가 중 일부는 이 균의 감염률이
50~60% 정도 되지만 위암은 매우 드물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위암 발생률이 우리나라 대비 10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기사사진과 설명
길거리에서 열대과일을 팔고 있는
베트남 상인.
인도네시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암에 안 걸린다
‘한국 사람도 인도네시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암에 안 걸린다.’ 이런 말이 여러 사람 사이에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위암에 안 걸린다고 한다.
그동안
연구된 바에 따르면 위암은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짠 음식이나 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더 잘 걸리는 반면에
채소와 과일 섭취가 많은 사람에게서는 발생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금 함량이 높은 염장 식품이나 질산염이 많이 포함된 훈제
식품의 섭취가 많은 경우 이 균과의 교호 작용으로 위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다시 말해서 비록 이 균에 감염돼 있더라도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위암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동남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주민들의 식생활 패턴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채소와 과일을 주성분으로 하는 식단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의 짠 음식문화에 비해 태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람들 식단은 훨씬 싱겁고 가볍다. 채소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음식은 위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기사사진과 설명
열대과일 파파야를 파는 동남아
시장. 필자 제공
베트남인의 건강식
나라마다 인종마다 식품의
종류도 다르고 섭취하는 음식도 다르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중국의 극동아시아는 동남아시아에 비해 육류 섭취를 많이 하고 대체로 음식이 짜다.
농토의 토질과 기후 환경의 영향이라고 해석한다.
덥고 습한 기후에서 자생하는 열대 과일과 채소가 지천인 동남아 사람들은
에너지원으로서 육류 섭취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으며, 음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겨울 동안 음식을 부패하지 않게 소금에 절일 필요도 없었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쌀 생산국이다. 삼모작 심지어는 사모작으로 주식인 쌀을 재배할 수 있는 까닭에 쌀을 재료로 하는 음식과
요리가 크게 발달했다. 이제는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베트남의 먹거리 쌀국수와 덮밥이 대표적이다. 각 지역의 특색에 따라 조리법도 다양해 쌀로 만든
떡뿐만 아니라 월남쌈이라고 부르는 ‘고이꾸온’이나 쌀 과자 등 수많은 대중음식이 있다.
동양인의 주식인 쌀은 서양인의 주식인 밀에
비해 단위 그램(g)당 열량도 높아 에너지 효율이 좋은 음식인데, 암 예방 측면에서도 매우 훌륭한 음식이다. 쌀 속에는 식이섬유가 밀보다 많다.
소화되지 못하고 흡수되지 못한 채 대변으로 배설되는 식이섬유는 서양인의 질병이라고 알려져 왔던 대장암을 예방한다.
식이섬유는
자체적으로 수분을 흡수해 대장 내 배설물질 농도를 희석함으로써 장내 함유돼 있을 발암물질이 장 점막에 접촉하는 정도를 완화하고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인들이 주식으로 하는 쌀뿐만 아니라 싸고 풍부한 열대과일과 채소 또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암의 발생을
억제한다고 생각하면,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암 예방에 관한 한 천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