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시인 특집 |리홍규
누군가 텁석 외 1편
발가우리하게
잘 익은 사과를 텁석
한입 베어먹고
또 한입 텁석 베어먹는다
우유빛 단즙이 입가에 질질 흘러내린다
가까스로 익어가던 내 삶도
누군가 저렇게 텁석 베어먹었을 것이다
나도 맘대로 베어먹지 못한 내 삶을
누군가 저렇게 텁석텁석 먹어버렸다니
--------------------------------------
항아리
어떤 여자가 어떤 친구가 나에게
어떤 항아리를 하나 보내왔다
뭘 담으랴? 친구지만 여자친구가 아닌
그 여자는 내 물음에 생긋 웃기만 했다
어떤 여자인 그 친구와 어떤 친구인
그 여자를 항아리에 버무려 넣었다
뭘 꺼내랴? 여자지만 여자친구가 아닌
그 친구는 내 물음에 빙긋 웃기만 했다
항아리도 실실 웃기만 하는데
-------------------------------------------
리홍규
흑룡강성 방정현 출생. 중국작가협회 회원, 중국소수민족문학학회 이사,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회 회장. 흑룡강조선어방송국 부국장 역임. 시집 『양파의 진실』 외. 수필집 『우리가 살며 사랑하는 방식』(문학사상사) 등 3권, 장편르포 『서광, 더 큰 세상에서 빛나나』(도서출판박이정) 출간. <연변문학> 윤동주문학상, 한국재외동포문학상 등 수상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