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여간의 미국 여행이 끝났다.
처음 도착해서는 너무 덥고 힘들어 맛있는 음식이나 먹고,쉬다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정도 근처서 쇼핑하고,아파트에서 수영하고,책보며,저녁에는 맛있는 열대 과일과 시원한
맥주로...여기는 정말 물가가 싸다. 생활 필수품은 더 싸고...우리가 엄청 비싼 탓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것은 더욱 싸다. 예를 들면 우유,고기, 과일,그리고 기름 값...
물론 차로 움직이지 않으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생활 수준은 우리 보다 2배 이상 (수입이 우리의 2-3배 정도)높은데,물가는 우리의 반이다.
지금은 경기가 많이 안 좋아 위축됐다고 하는데.그러면 좋을때는 어땠는 지...
아침 6시가 좀 넘으면 러쉬 아워가 시작된다.
그리고 5시면 퇴근이다. 가게는 보통 9시면 모두 문을 닫는다.
집에서는 여유롭게 식사하고, 책보며, 대화하고, 10시면 잠을 잔다.
때로는 퇴근길에 집앞 파크에 들러 바베큐 불을 피워 두고, 집에서 간단하게
챙겨온 음식으로 외식을 한다.
대형 마트에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집에서는 간단히 데우거나 굽고,상을 차리면 된다.
8명의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고 준비하는데도 절반의 힘도 들지 않았다.
다양한 디저트를 먹으며,얘기하는 동안 설겆이는 자동으로 된다.
샤워하는 동안 빨래도 모두 건조까지 되어 나온다.
인간의 노동력을 가장 줄여 준 것이 세탁기라더니...그 혜택을 톡톡히 봤다.
내가 미국서 부러운 것이 공원과 도서관이었다.
여기서는 도서관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하여 누구든 넓은 책상을 차지하여 읽고 싶은 책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나이 든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책을 읽어 주는 장면도, 할머니가 잔뜩 책을 빌려 가는 일도,
길거리 어디에서든지 책을 읽고 있는 젊은이나 나이드신 분들도 쉽게 본다.
난 이것이 미국의 힘일거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은 엄청 좁고,지저분한 편이지만(100년 이상이 된거라니...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중심을 잃을 정도로 흔들리지만)우리 처럼 인터넷이나 핸폰을 가지고 노는 사람은 없다.
Wi-Fi가 안되어 그렇다는데...우리는 인터넷 강국은 맞는 것 같다.
호텔이나 스타벅스 커피점 혹은 관공서를 가야만 인터넷이 되니...
공원은 정말 많다. 아침이면 촉촉히 비가 내려서 젖어있고,낮에는 강한 햇볕이 내리 쬐니
어찌 잔디가 안될수 있겠는가?
그리고 쉴새없이 정리하고,관리한다. 작은 나무 가지나 베어낸 나무들도 분쇄기 같은 차에 넣기만
하면 작은 나무 조각으로 잘라져 나와 그것을 퇴비로,혹은 공원 여기저기에 뿌려둔다. 자연의 것을 하나도 버리거나 훼손하기보다는 잘 보존한다. 그렇게 나무가 많고,꽃도 흐드러졌지만 그냥 뽑거나 꺽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있다.
물론 일회용품을 많이 쓰긴 하지만 오히려 티슈나 넵킨은 흔하지않다.
드넓은 공원과 분수에 사람은 서너명 정도...
미국의 천연 자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도 자원을 낭비하지는 않는다.
전기도 모두 110볼트에 침침한 백열들이다.처음엔 갑갑했는데 적응되니 그것도 눈에 피로도 덜하고
운치가 있었다. 여기는 안경을 쓴 사람이 많지않다. 물론 썬글라스는 꼭 쓰고 다닌다.
햇볕이 워낙 강렬하여,맨 눈으로는 다닐 수가 없다. 그래도 모자나 양산을 쓰지는 않는다.
햇볕을 무척 좋아하고,즐긴다. 피부가 타는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해서 자세히 보면 나이가 어느 정도되면 피부가 빨리 늙는 것 같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도 없고,자연이 깨끗하니 그냥
맞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동생네는 7-8개월 됐는데,차를 한번도 세차한 적 없다고...
겨울에는 눈땜에 세차를 간혹한다고...
여행은 정말 많이 다녔다.10시간 이상씩 타고 가서 한시간 남짓 보는 곳도 있었고,
도시 전체가 볼거리로 가득하여 며칠을 머문 곳도 있다.
워싱턴 DC,볼티모어,필라델피아,나이아가라 폭포,천섬, 뉴욕, 보스톤,하버드,예일...
그리고 워싱턴 영지,알렉산드리아...미국 동부는 플로리다를 제외하고,중요 도시별로 모두 다녔다.
아들과 남편이 교대로 운전하고,내가 네비 역활을 하고, 간단한 영어는 아들과 내가 조금하고...
세명이서 새벽 부터 늦은 밤까지...여한없이 다녔다.(딸애가 빠진게 좀 서운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나이아가라 폭포,뉴욕의 타임 스퀘어,필라델피아이다.
병풍처럼 둘러처진 폭포에서 울려나온던 굉음과 그 광경은 경이로운 체험 그 자체였다.
타임 스퀘어는 현란한 전광판과 연극이나 공연을 볼 수있는 브로드웨이가 겹쳐지는 곳으로
우리의 삼성과 엘지가 함께 광고하고 있다.길에는 옐로우 캡이라는 미국 택시와 경찰차만 (치안 유지 목적으로)있는 그 거리를 우리는 멋 모르고 승용차로 거기를 갔다.
평소 다소 난폭한 남편의 운전이 거기서 실력을 발휘했다.ㅋㅋ
필라델피아는 영국의 식민지 시대부터 독립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200년 조금 넘는 미국의 역사가 반만년의 우리 역사를 무색케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미술관 위주로 다녔다. 워싱턴의 국립 미술관(동관과 서관으로 이루어져잇다)
필라델피아 미술관,로댕 미술관, 보스톤의 미술관,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구겜하임...
난 사실 미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놀라웠다.
그림 앞에서 하염 없이 앉아있던 노부부도...무언가를 열심히 적으며 그림을 보던 초등학생도,
워싱턴 미술관은 모두 공짜다. 엄청나게 많은 그림이 소장되어 있어 언제든지 가서 볼 수 있고,공부한 것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외에도 보스톤의 프리덤 트레일(여기서는 2박 3일을 던킨 도넛과 커피만 마셨다.던킨의 본고장이 보스톤이라나..),헤밀턴 파크에서의 뉴욕 야경,볼티모어의 생맥주와 블루크랩,퀸시 마켙앞 광장서 먹던 크랩 샌드위치, 깨끗한 호텔서 먹던 맛있는 아침 식사,하버드와 예일에서의 학구열(예일은 그 자체가 중세의 성 같았다.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절로 생길 정도로...)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석양,간혹 주차한 주차장을 찾지 못해 심야에 헤매던 일, 뉴욕 전절안에서 안경을 소매치기 당해 심야에도 썬글라스 쓰고 다닌 일, 20달러를 받고도 10달러 받았다고 시침이를 떼던 히스페닉 점원등 다소 불쾌하고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이 모든게 이제는 지난 여름 날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되었다.
미국은 분명 아름다운 나라이다.
워싱턴엔 포토맥강이,뉴욕엔 허드슨강,보스톤엔 찰스강이 흐르고,그 옆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천연 자원이나 지하 자원이 엄청나며, 비옥한 국토가 그렇게 넓은...(버지나아주가 우리나라보다 크다니...)
공간이 사람의 심성도 결정하는건지,사람들은 여유롭고,정직하고,친절하다
이제 돌아갈 짐을 정리하며,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여행이 즐거운 것은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리라
미국 여행이 넘 재미있고, 즐거웠지만 남아있는 사람에게는 우리나라가 그리운 법...
그래도 우리말로 내 생각을 맘껏 얘기하고,성격대로 살 수 있는 우리나라가 난 좋다!!!
(영어가 짧아 맘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내성적이며,소극적인 사람으로 한 달간 살았다)
첫댓글 푹우로 많이 힘들었던 서울을 피해 미국에서 제대로 여행을 하고 오시는것 축하드립니다^^*
화창한 날씨에 한장의 그림엽서를 보는것 같은 사진들과 여행후기를 읽으며, 여행은 정말 멋진것이로구나,
그런 환상적인 여행을 다녀오신것에 다시한번 축하의 박수를^^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
이제 돌아 오시는군요. 여기 서울의 정보를 드리자면 날씨는 따뜻하고 좋습니다. ㅎㅎㅎ
ㅎ........ 루시님의 여행 소감을 보며 마무리 문장에서 절로 미소가...
재밌고 즐거운 미국여행을 맛 깔스럽게 표현 했군요 깔끔합니다 ㅉㅉㅉㅉㅉㅉㅉ!~~~~~~~
루시님~^^ 무사 귀한을 환영하구요 덕분에 좋은 사진 많이 봐서 감사해용~*^^*
저는 필라델피아 인근에 사는데 루시님이 필라에 다녀 가셨군요.
문장 마지막 부분이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