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찌감치 도착해서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지난 주의 산만함을 줄여보고자 책상은 뒤로 밀고 대신 좌탁을 앞으로 배치해 아이들이 바닥에 앉을 수 있도록 했고, 저는 의자에 앉아 진행하는 형태로 만들어봤어요.
여러 지역 아이들이 차례차례 도착하고 3시 정각에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 체험학습으로 빠졌던 아이들은 왔는데, 사생대회 때문에 빠진 아이들이 있어서 오늘은 모두 13명이 모였어요.
인사를 나누고 지난 주 함께 본 책들 중에서 혹시 생각나는 책이 있는지 물었어요.
<김수한무...> <티키티키템보>를 얘기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지우는 학교도서관에서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을 봤는데 제가 소개한 책이랑 표지가 달랐다고 해요.
오늘 아이들과 함께 본 책들은 "학교 이야기"를 주제로 한 책들입니다.
'학교' 하면 뭐가 생각나는지 물었더니 공부, 선생님, 학용품, 수업, 시험, 친구, 반장, 방학, 급식 등 떠오르는 단어들을 앞다퉈 이야기해요.
오늘 그런 이야기들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하고, 첫 번째 책으로 <지각대장 존>을 읽어주었어요.
지난 주에 아주 귀찮은 얼굴로 몸을 비틀던 동현이랑 지현이, 민기 등 남자 아이들이 오늘은 아주 집중해서 들었어요.
읽고 나서 어땠는지 물었더니 재미있다고 하네요.
고릴라한테 잡혀있는 선생님이 고소하다고 하기도 하고, 각자 자신들이 지각했던 경험과 이유를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다음은 선생님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 중에서 <선생님은 몬스터> <선생님 과자>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등 3권의 그림책을 소개했어요.
그 중에서 아이들이 읽어달라고 고른 책은 <선생님 과자>와 <선생님은 몬스터> 두 권이라 차례로 읽어 주었어요.
이 책들도 잘 들었는데, 특히 동현이가 집중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아이들은 자기들도 선생님이 몬스터처럼 생각될 때가 많다는 이야기, 과자를 혼자 먹는 선생님 표정이랑 아이들 모습이 너무 웃기다는 이야기, 아이들이 만난 여러 선생님들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었어요.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는 표지만 보여주었는데 수현이가 지난 주에 읽어준 책이랑 그림이 똑같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케빈 헹크스 작가의 <난 내 이름이 참 좋아!>를 기억해낸 겁니다.
참여하는 아이들이 골고루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는데, 소심한 몇몇 친구들은 아직 마음을 열지 않아요.
오늘도 40분 정도 진행하고 10분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물을 먹고 오는 친구들, 화장실 다녀오는 친구들도 있고, 읽어준 책을 다시 보는 친구들, 표지만 보여준 책을 가져다 혼자 읽는 친구들도 있지만, <마법천자문> 같은 만화를 꺼내 보는 친구들도 있어요.
두 번째 시간은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시 한 편을 소개했어요.
<연필>이란 어린이 시인데, 빨강 연필을 사려고 하면 노랑 연필이 더 예쁜 것 같고 노랑 연필을 사려고 하면 파랑 연필이 더 예쁜 것 같아 망설이는 아이의 마음이 잘 담겨있는 내용입니다.
시를 읽어 보고는 자신들도 그런 경험이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역시 이 시에 곡을 붙인 백창우 선생님의 노래를 함께 불렀어요.
오늘은 악보를 복사해 나눠주었더니 더 잘 따라하는 것 같았고, 여자 친구 두 명은 계속 더 부르고 싶어 했어요.
<연필> 이야기에 이어서 <크레용이 화났어!>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크레용 색깔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색이 있는지 미리 물었다가, 주인공 '대니' 이름 대신에 그 친구 이름을 넣어서 읽어 주었더니 더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다음에는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학교가는 길을 개척할거야> <잘한다 오광명> <학교에 간 개돌이> 등 동화책 몇 권을 소개했습니다.
어떤 책은 앞부분을 조금 읽어주기도 하고, 어떤 책은 줄거리를 말해 주고, 송언 선생님 책은 주인공과 등장인물 소개를 중심으로 했어요.
여자 친구들 8명은 대부분 끝까지 집중을 잘 하고 반응도 좋은 편인데, 남자 친구 5명 중 3명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요.
동현이도 딱 <크레용이 화났어!>까지만 집중하는게 보여져요.
특히 줄글책들 얘기할 때는 지난 주에 보여준 그 표정으로 지겨워 죽겠다는 메세지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그래도 저번 주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아 그것만으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동현이 등 남자 아이들이 그림책에만 집중하는 것에 비해서 수현이나 지우 등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아이들은 또 더 높은 수준의 책들을 요구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지막 5분쯤 시간을 남겨서 나머지 친구들은 소개해 준 책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저학년 수현이와 우주, 고학년 지영이와 지우 등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따로 몇 권의 책을 더 가져가 소개해 주었어요.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 <기호 3번 안석봉> <헨쇼 선생님께> <새들은 시험 안 봐서 좋겠구나> 등입니다.
오늘 아이들에게 선물한 책은 <학교에 간 개돌이>입니다.
지난 주에 못 온 아이들은 <안돼!>까지 두 권을 받았구요.
다음 주는 석가탄신일이라 쉬고, 그 다음 주는 사서쌤과 함께 하는 시간이고, 그 다음 주에 만난다고 공지하고 인사하고 마쳤습니다.
첫댓글 우와...아이들이 책에 조금 더 관심을 보이네요.준비하시고 진행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첫시간반응보다는 좋은데요? 아마 학교 생활이라 그런가요? 연령이랑 책읽는 수준에 차이가 많이나니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 5분 서로 다른 아이들을 위한 시간.
참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