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먼트’ 주얼리
현재 뉴욕의 주얼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테이트먼트 주얼리(Statement Jewelry)’이다. 패션에서 말하는 스테이트먼트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의상이나 주얼리 등을 착용함으로써 착용자의 태도,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사실상 남성보다는 다른 여성들의 주목을 끌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는 것으로, 특히 주얼리를 통해서는 자기의 지위와 부를 과시하거나 얼마나 유행에 민감하고 매력적인 사람인지 설명하는 목적이 있다. 개성 표현에 있어 주저함이 없는 뉴요커들은 눈길을 끄는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를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도구로 이용한다.
결혼반지는 왼손에 끼는데 반해 오른손에 착용하기 때문에 오른손 반지라고도 불리는데 여성 스스로를 독립적으로 표현하는 의미가 배어있다. 그리고 1940-50년대 여성들이 칵테일 잔을 드는 오른손 넷째 손가락에 착용했기 때문에 칵테일 반지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남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특성상 볼드하고 튀는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보석과 함께 천연 가죽이나 흑단, 단풍나무 등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뉴욕의 디자이너 카라 로스(Kara Ross)의 제품들이 특히 눈에 띈다. 흑산호 가지를 18K 골드와 영롱한 색상의 각종 천연석 캐보션으로 포인트를 주어 연결한 목걸이는 자연주의적인 스테이트먼트를 표방한다.
같은 콘셉트로 흑산호와 단풍나무 가지를 믹스하여 독특하고 독창적인 디자이너의 철학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트우드에 멀티컬러 유색석과 다이아몬드, 그리고 18K 골드로 장식한 커프 팔찌 또한 인상적이다. 여기에 쓰인 유색석은 모두 캐보션으로 커팅하여 눈부신 광채보다는 자연스러운 색상의 조화에 중점을 두었다.
반면 뉴욕 사교계 VIP들에게 인기가 높은 드그리소고노(de Grisogono)의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는 하이 주얼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무려 41.57캐럿의 스타 블루 사파이어를 마치 동물의 꼬리로 알을 감싸듯 디자인한 목걸이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빛을 표현하고 있다. 청쾌한 여름 밤을 상징하는 자수정의 은은한 보라빛 속에 사파이어의 성채와 군데 군데 반짝이는 멜리 다이아몬드로 쏟아지는 별들을 형상화했는데 사치스러움보다는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대로 5개의 에메랄드 드롭과 각 5345개와 297개의 멜리 사이즈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스테이트먼트 목걸이는 화려함의 극치이다. 착용했을 때 쇄골 바로 아래에 떨어지는 5개의 에메랄드 드롭은 바로크 스타일의 럭셔리함에 방점을 찍고, 그린과 화이트의 선명한 대비와 스톤의 볼륨감은 눈길을 잡아끄는 스테이트먼트 콘셉트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고대 이슬람 비즈와 다이아몬드 볼을 활용한 스테이트먼트 팔찌로 잘 알려진 뉴욕의 샐리 손(Sally Sohn)의 작품들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스토리와 철학을 담고 있다. 다이아몬드 볼은 모두 다른 형태와 사이즈로 제작, 고대 비즈 사이에 끼워서 장식했으며, 이 외에도 루비, 진주, 상아 등 각종 천연 보석을 활용하여 조화롭게 배열하였다.
삼색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세팅한 작은 참(charm)역시 스테이트먼트 팔찌를 완성시키는 최후의 포인트로 쓰여 고대 비즈의 신비로움 속에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가미하였다.
또 다른 참(charm) 장식으로 유명한 브랜드 제니퍼 피셔(Jennifer Fisher)는 보석을 배제하고 골드의 질감을 살린 볼드하고 모던한 스테이트먼트 커프 팔찌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사실 골드만의 순수하고 찬란한 특성은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따라서 스톤이 없어도 화려하고, 심플하고, 견고하고, 그리고 독립적이고도 엣지 있는 콘셉트가 모두 가능하다. 가끔은 보석의 장식적인 디테일을 강조한 여성스러움에서 탈피하여 금속 고유의 라인과 질감으로 시크한 스테이트먼트를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
반드시 칵테일 드레스를 입지 않더라도 많은 뉴요커들은 오른손에 커다란 알반지를 착용하고, 심플한 흰 셔츠, 청바지 위에 스테이트먼트 목걸이와 팔찌를 활용해서 패션에 임팩트를 주곤 한다. 화려한 스테이트먼트 귀고리 역시 더 이상 레드카펫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상징하지만 반드시 가격에 비례할 필요는 없다. 물론 디자인은 특별해야 하고 사이즈는 클수록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얼리 착용자가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과시성이야말로 바로 스테이트먼트 주얼리의 사명이자 존재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