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서사(鷲棲寺)를 품고 있는 문수산
(기행 수필 제2편)
루수/김상화
정상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지를 못하고 시간이 촉박해 하산해야 했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문수산 정상에서 의인을
만났다. 한마디로 보석과 같은 분이다. 자기도 힘들었을 텐데 필자에게 기념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 다시 500m 이상 되짚어 올라온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산 정상 못미처서 오가다가 스쳤을 뿐인데 어찌 필자에게 이렇게 친절을 베풀까? 고맙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가슴을 파고든다. 내가 정 회장과 같은 처지에 있다면 나는 어떠한 처신을 했을까? 과연 나도 그렇게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을 도왔을까? 아마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그렇게 희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이 고마움을 보답해야 할까? 하는 마음이 머리를 끊임없이 짓누른다.
갑자기
이강홍 시인의 글이 생각난다
시인께서 쓴 "사람의 관계"란 아름다운 글이 머리에 떠올라 몇 소절만 적어본다.
사람의 관계란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됩니다
3번 만나면 관심이 생기고
5번 만나면
마음의 문이 열리고
7번 만나야 친밀감이 생깁니다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만나
착한 사람으로 헤어져
그리운
사람으로 남아야 합니다
이렇게 이 시인께서 곱게 빚어 놓은 사람의 관계에 대한 글을 음미하며 하산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정상에서 마음껏 즐기지 못했지만,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가슴에 안고 나비가 날듯 살랑살랑 내려간다. 하산하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연의
신비로움이다. 그토록 찬란했던 단풍도 수명을 다한 듯 마지막 몸부림치는 광경도 보았다. 이름 모르는 풀들은 내년 봄에 다시 태어난다고
기약(期約)하며 생을 다한 듯 누렇게 마른 얼굴로 잠들었다. 나무들은 추운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듯 숙연한 모습이다. 세월 따라 변하는
자연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오묘하게 탈바꿈하는 자연을 감상하며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는 삼거리까지 왔다. 여기서 왼쪽으로 하산하면
축서사(鷲棲寺)다. 그곳까지는 1.7km이다. 우리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축서사를 향해 부지런히 걷는다.
축서사(鷲棲寺)가
내려다보인다. 웅장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자태가 한눈에 조망된다. 역시 오늘 산행은 힘들었지만 축서사(鷲棲寺)를 보니 힘들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저 절에는 어떠한 보물이 필자를 감동하게 할까? 벌써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샅샅이 보고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이 허락될는지 모르겠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걸었다. 웅장한 대웅전이 위에서 지휘하듯 내려다본다. 경건한 마음으로 경내를
들어서자마자 부처님 사리를 모신 오층 석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없다. 빨리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오라고 전갈이
왔다. 마음을 놓고 구경도 못 하고 사진만 몇 카트 찍고 말았다. 나 한 사람 때문에 50여 명이 기다린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오그라지는 것
같다. 그래도 또다시 이곳을 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보고 가자!!
축서사(鷲棲寺)의 유래에 대해 알아본다.
축서사(鷲棲寺)는 신라 제30대 문무왕 13년(세기 673년)에 의상 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창건 연기 설화에 의하면, 문수산 아래 지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이 절의 스님이 어느 날 밤 지금의 개단초등학교 앞산을 바라보니 휘황찬란한 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광채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더니 한 동자가 아주 잘 조성된 불상 앞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얼마 후 그 동자는 청량한 문수보살이라며 구름을 타고 사라져 버리고 불상만
남았다고 한다.
훗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의상 대사가 불상을 모실 곳을 찾아다니다가 현 대웅전 터에 법당을 짖고 불상을 모시니
축서사(鷲棲寺)의 창건이다. 이때 문수보살이 출현하였다 하여 산 이름도 문수산으로 불리고 있다.
축서사(鷲棲寺)란 이름은 독수리
축(鷲), 깃들 서(棲), 독수리가 사는 절이라는 뜻이다. 독수리는 지혜를 뜻하니 곧 큰 지혜를 가진 문수보살 님이 나투신 절이라는 의미이다.
한편 험준한 뒤 산세가 풍수지리학상으로 독수리 형국이어서 축서사(鷲棲寺)라 명명했다고 보는 이도 있다.
대웅전 상량문에 의하면 축서사는
광서(光緖) 7년(서기 1875년)에만 해도 대웅전, 보광전, 약사전, 선승당, 동별당, 서별당, 백화당, 범종각 등 여러 동의 건물이 있었고,
산내 암자도 상대, 도솔암, 천수암 등 세 개나 되었다고 한다. 대중이 44명이나 살았을 정도로 규모가 컸으며 보광전에 기도하면 영험(靈驗)이
있다 하여 기도처로 유명한 사찰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선조 말기에 화재 사건으로 건물 몇 동만 남기고 대부분 소실되었다.
현재 소장되어
있는 문화재로는 보광전에 모셔진 석조 비로자나불상과 후광배(보물 제995호)와 축서사 괘불탱화(보물 제1379) 및 문화재 자료로 석등,
삼층석탑 등 그 외 다수가 보존되고 있다.
축서사엔 괘불탱(鷲棲寺掛佛幀)이 있다. 괘불탱이란 사찰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 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 그림을 말한다. 이 괘불탱은 모시 바탕에 여러 가지 고운 색을 사용하여 그린 그림으로 정면을
향한 입불상을 화면에 가득 차도록 그린 다음 광배 주위로 화불과 보살상을 배치한 독존도(獨尊圖) 형식이다. 주불은 얼굴 형태가 원만하며 사용된
색채 또한 선명하고 화려하여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괘불탱에 걸려 있던 복장주머니에서 후령통 1구를 비롯하여 사리 2과와
시앗류 다라니 4종 4매, 괘불원문 1매 등이 발견되었다. 그림의 아래쪽 부분에 있는 기록과 조성 내용을 밝혀 주는 "괘불원문(掛佛願文)" 에
따르면 이 괘불탱은 조선 영조 44년(1768)에 정일(定一) 스님 등 10명이 참여하여 조성한 것이다.
이 괘불탱화는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한 편이며, 인물과 문양의 세련된 표현과 화려하면서도 조화로운 색채의 사용 등이 돋보이는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복장 주머니에서 사리를
비롯한 복잘품과 함께 다른 불화 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괘불원문" 이 발견되어 학술적 자료로도 가치가 높다.
불자들과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분께 슬기롭게 사는 길을 알려준다. 불자야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즐겁고 명랑하게 살아라. 비록 생활이 어렵고
괴롭더라도 행복의 그림을 그려라. 그린 것처럼 현실로 다가오리라. 인생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은 그림자같이 따르는 것 참고
견디면 복이 되리라. 오늘 네가 가난하거든 베풀지 않았음을 알며, 네가 병들었거든 덕행이 없었음을 알며, 너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이가 있거든
업신여기고 괴로움을 주었음을 알며, 지금의 고통은 네가 스스로 지어서 받는 것,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랴, 밝은 내일을 바라거든 좋은 씨앗을
심어라.
입은 화의 문이니 지극히 조심하며, 몸으론 바른 행동만 하라. 사람은 모름지기 계율을 생명처럼 여기고, 부정한 것은 원수처럼
대하고, 청렴하고 결백하고 인격은 고상하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느니라.
애욕보다 더한 불길이 없고, 성냄보다 더한 독이 없으며,
어리석음보다 더한 파멸이 없느니라.
사람을 대하되 자비와 친절로 예의를 갖추고 신의와 겸손을 잃지 말라. 생활은 검소와 절약을
신조로 삼고, 자기에게는 엄격하고 인색하지만, 남에게는 희생과 봉사의 미덕을 쌓아야 하느니라. 보시하는 만큼 즐거움이 없으며, 기쁨을 주는 만큼
보람된 일이 없으며, 용서하는 만큼 아름다움이 없는 줄 알라. 미물이라도 내 몸처럼 보호하며 어질고 착하게 살아가면 정토가 가까우리라.
성공을 바라거든 근면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일하라. 어떤 환경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일념으로 수행하며 살아가라. 인생은 노력한 만큼
가치가 있느니라.
생애의 진정한 행복은 도에서만 느낄 수 있고, 도를 떠나 인생을 논할 수 없음을 알라. 청춘을 불사르고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도 조금도 후회스럽지 않으리라.
무상은 신속하고 오늘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 백 년을 부끄럽게 사는 것보다 하루를 살더라도 후회
없이 살아라.
문수산을 샅샅이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아름다운 산이다. 이영희 회장 덕분에 청정지역인 봉화까지 와서 이토록
아름다운 산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것 역시 하늘이 내려준 복이다. 보석보다 더 귀중한 축서사를 이산에 와서 보고 간다는 것만으로도
필자는 무한한 행복으로 온몸이 물들었다. 강동 한얼 산악회 회원님들 감사했습니다. 오늘 필자의 마음을 감동하게 한 이영희 회장과 정명식 회장께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또 미모의 여인 이영숙 여사님 감사했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문수산이여!! 필자가 오늘 감동 받았던 것처럼 당신을
찾아오는 모든 등산객에게도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하소서~^^
2019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