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송호생(산거북이)
 
 
 
카페 게시글
지리산산행 스크랩 지옥(地獄)의 묵시록(1월 탐구산행/천왕봉)♬
송호생(산거북이) 추천 0 조회 54 11.01.17 09: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0. 01. 15(토요일)

중산리/순두류(셔틀버스)-법계사-천왕봉-장터목산장-중산리

함께한 사람들 : 가객, 강호원, 산구화, 산유화, 소원, 다래, ?때, 수선화, 해영, 산거북이, 산바다, 센드빅, 봄이

<존칭생략>

 

지리99 탐구산행팀의 신묘년 1월 탐구산행을 위해 서울, 광주, 대구, 마산, 함안, 진주, 하동, 거제, 통영에

거주하는 전국의 산꾼들이 금요일저녁 또는 토요일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서 산청 덕산의 "시골밥상"이란 식당에서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중산리매표소앞에서 행장을 꾸린다.

 

이번 탐구산행은 천왕봉 일대에서 선조들이 남긴 각자(刻字)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 중에 가객님께서 산행공지방에 올린 천주(天柱)에 관한 자료를 인용해 본다

 

산 아래 사람들이 지리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라서 상봉이라고 부르는 천왕봉을

김종직은 천주(天柱) 즉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했다.

거대한 지리산에서 휘하 수많은 준봉들을 거느리고 하늘의 왕이라는 이름으로 우뚝하게 서있는

천왕봉을 수식하는 용어로서는 최고의 걸작이다.

 

1473년(성종 4년) 8월 보름에 함양고을의 원으로 재직 중 지리산을 올랐던 김종직은

첫날밤을 천왕봉에서 보내게 되는데

달을 완상하기에 좋은 중추가절임에도 일기가 좋지가 않아서 달을 보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한편의 시로 남겼다.

시의 내용 중에 승유천주(勝遊天柱)"천주의 즐거운 놀이"라는 구절이 있다.

작가(김종직)가 말한 즐거운 놀이는 천왕봉에 떠오르는 달구경을 두고 한 뜻이겠다.

누구든지 한번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평생을 잊지 못한다는 지리산 달밤의 운치를

즐거운 놀이라고 표현을 한 구절에 천주를 부각시킨 대목이 흥미를 끈다.

 

시를 옮겨본다.

 

중추절에 천왕봉에서 달을 보지 못하다[中秋天王峯不見月] 

직무에서 빠져 나와 높은 산에 올랐는데 / 抽身簿領陟崔嵬

마침 좋은 시절이라 조물의 시기를 받았구려. / 剛被良辰造物猜

안개는 하늘 땅 과 사방 바다 끝까지 끼었고 / 霧漲?區八紘海

바람은 바위산의 수많은 천둥을 일으키누나. / 風?巖嶽萬?雷

천주의 즐거운 놀이는 잇기 어려울 듯하고 / 勝遊天柱知難繼

경대의 맑은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되었네. / 淸夢瓊臺未擬回

이따금 구름이 잠깐씩 틈을 보이기는 하나 / 時有頑雲暫成?

그 누가 가슴에 가득 달을 취해올 수 있으랴 / 誰能取月滿懷來

 

이후 천주라는 용어가 사람들 사이, 특히 지리산을 오른 선비들에 회자되면서

천왕봉을 하늘을 받드는 기둥으로 비유하는 문장들이 선인들의 유산기 등 기록문집에 자주 보인다.

마침내 천주라는 글씨가  후세의 누군가에 의해 천왕봉의 한 바윗돌에 굵직한 서체의 각자로 남겨져있어

보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천왕봉의 위용을 느끼게 해 준다

 

<자료제공-가객 류정자님>

 

천주(천주)外 일월대(日月臺), 관찰사 윤광언 외 다수의 이름 들이 새긴

각자들을 찾아 보기로 한다

 

 

토요일 아침 중산리 매표소 일원에 불어제끼는 세밑 삭풍은 산꾼들의 기를 꺽어

놓기라도 할 듯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잠깐의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순두류에 안착을 하고

곧장 산길로 스며들어 간다

빙판과  눈길로 다져진 미끄러운  등로를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전진하면서

어떤 이는 이이젠 착용을 서두르기도 한다

 

 

 

30년만에 찾아온 한파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추위는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배낭을 멘 등에서 좀체 땀이 배어나오질 않으니 말이다 

 

덕사교를 지나고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르고 간다

소위 울이라는 제품으로 만들어진 양말과 그 속에 얇은 양말을 두겹으로 신고

산을 오르는 데도 발이 시려워 모든 신경이 양쪽 엄지발까락으로 집중이 된다

대피소에서 후미가 올라 올 때 까지 등산화를 벗고 양쪽 엄지발까락을

맛사지 해본다

다행히 손은 덜 시렵다

 

대피소에서 안내방송이 나오길래 귀 기울여 보니

현재 정상의 기온이 영하 22도이고 체감온도는 영하 30도라고 하면서

아이젠을 반드시 착용하고 보온에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 주문을 한다

 

요 몇년간 지리산을 찾은 이래 가장 추운 날씨인듯 하다

춥기는 참말로 춥더라....

 

 

 

로타리대피소에서 약갼의 간식을 먹고 법계사를 지나 2킬로미터 거리인 정상을 향해

된비알을 쉼없이 올라간다

고도를 올릴수록 적설량은 점점 많아지고 뒤를 돌아보면 멀리 남해바다와

겹겹이 둘러쳐진 산너울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개선문에 거의 도착할 무렵부터는 바람도 멎었고 기온도 올라 산행하기 안성맞춤이다

그토록 시려 오던 발가락도 온기가 퍼졌는지 편안하다

이런 상태로라면 하루 왼종일 산길을 걷고 싶어진다

 

아무생각 없이 힘든 줄 모르고 편안한 기분으로 개선문을 지나고 천왕샘 부근에

이르는데 가히 천하절경이 따로 있을 수가 없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다만 한가지 염려되는 것은 상봉너머에서 흘러내리는 구름의 모습으로 보아

정상너머 반대쪽에는 엄청난 회오리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하여

오늘 탐구산행이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이 앞선다

 

걱정도 잠시 휜눈 덮힌 이국적 비경을 바라보며 행복감에 젖어들어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발품을 판다

카메라 셔트를 누르기가 바쁠 정도다

 

 

 

 

 

 

 

 

 

 

 

 

 

 

 

 

 

 

 

 

 

 

 

 

 

 

 

 

 

 

 

 

 

 

 

 

 

 

 

 

행복 끝 ! 불행시작이란 말이 있었던가... ?

적절한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정상에 오른 순간 바람이 멎고  포근하던 날씨는

온데 간데 없고 북쪽 사면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에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이다

거친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한무리의 들소떼처럼 바람은 순식간에

산꾼들과 이 세상을 집어 삼킬려는 듯이 무소불위의 힘으로

나그네를 얼어 붙게 한다

 

 

 

 

 

 

 

 

 

 

 

 

 

 

꽁 꽁 얼어버린 손을 녹여 가며 정상석과 멀리 끝없이 펼쳐진 일망무제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서는 드센 칼바람을 피해 남쪽사면에서 후미가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58년생 갑장(?)인 산유화님, 소원님, 다래님,,,,,,,,

 

탐구팀이 모두 정상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른 다음 각자(刻字)를 찾아 정상 일원을

둘러 보려는 순간 몸이 날아 갈듯 한 거센 칼바람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용틀임을 한다

정상석 부근에 있는 천주(天柱)각자를 카메라에 담고 돌아서니

모두들 몸을 휘청거리며 바위틈으로 몰려든다

 

거친 숨소리를 헐떡이며 달려드는 칼바람을 잠시 피하던 일행들이 장터목대피소 방향으로 내려서는

모습을 보니 오늘 탐구산행은 여기서 접어야 되는 모양이다

눈보라가 세상을 집어 삼킬 듯한 모습으로 달려들고 있다

일행들은 바위쪽에 모여 바람을 피하고 뒷쪽의 산유화님이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이다

 

대피소로 하산하라...

우선 살고 봐야 한다...

가객님의 후퇴명령이 하달되셧다 한다...

 

모처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놓칠세라 손이 뻘겋게 달아 오른 줄도 모르고

카메라를 여기 저기 들이 대고 셔트를 눌러댄다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다

 

 

 

 

 

 

 

 

 

 

 

 

 

 

 

 

 

 

 

 

 

 

 

 

 

 

 

 

 

 

 

 

상봉을 내려와 제석봉에 이르는 동안 사면을 돌아 올때는 바람을 막아

추위를 덜 느낄 수 가 있었지만 사방이 트인 제석봉을 지나는 순간에는

지옥의 묵시록이란 영화가 떠 오른다

어서 빨리 이 지옥에서 살아 내려 가야겟다는 생각 뿐이다.....

 

 

 

 

 

 

 

 

 

일행 중 마지막으로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한다

대피소 취사장 안에는 추위를 피해 들어온 산꾼들과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조금이라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취사장 입구 한켠에서 민생고를 해결한다

매생이국을 끓이고

고기도 굽고

김치국밥도 만들고

생김에 과메기와 마늘 된장 파를 얹어 내 입이 아닌 상대방의 입에 먼저 넣어주고...

술도 한순배 돌리고...

 

2회 연속 무알콜 산행을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보지만

술과 담배는 권하는 맛이라 했던가..?

그노무 정이 무엇인지 자꾸만 권하는 맛에 못이겨

무알콜산행 인정 해 주기로 약속을 받은 다음에

강호원표 매실주 삐게이 눈물 만큼 얻어 마시고 돌아서는데

이번엔 다래누님의 반 협박성 발언에 기가 죽어 맥주한잔 먹고

도망치듯 취사장으로 들어가서 추위를 녹인다

 

<인연>

오찬이 거의 끝나 갈 시간에 서울에서 지리산을 찾아 내려온 3명의 아가씨들을 장터목 산장에서 만난다

식사준비도 없이 산장에서 컵라면을 사 먹을 요량으로 비스켓 서너봉지만 지니고 온 모양이다

 

옛날 소싯적 한 여름에 홀로 지리산 만복대를 올라 가는데 물과 식량이 떨어져 고생힌 적이 있다

만복대 정상에서  기름진 과일과 음식을 펼쳐놓고 먹는 산꾼들 옆으로 지나 갈때가 생각이 떠 오른다

그 땐 숫기가 없어 얻어 먹지도 못하고 그 곳을 벗어 나야만 햇던.....

이것 좀 먹어보세요.. 라는 말을 기다리기만 하면서...

 

추위에 떨고 있는 아가씨들을 취사장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남은 고기와 김치국밥을 건네 준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며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옛날 만복대 생각에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하산하여 중산리 주차장에서 다시 만나서는  산유화님께서 지리99  이야기와

회원가입을 종용하시고 덕산까지 동행하여 버스를 태워주고 헤어진다

이 분들은 아마도 평생 잊지못할 지리산 산행이 되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이런 강추위에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천왕봉에 오르다니

대단 한건지 대견한건지 용감한건지 잘 모를 일이다

 

추위를 피해 하산을 서두른다

잘 다져진 눈길을 내려오기란 식은 죽 먹기이다....

순식간에 유암폭포를 지나 홈바위교에 이른다

 

 

 

 

16시20분경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 하루 산행을 마감한다

중산리매표소엔 여전히 찬바람이 불어 제낀다

승용차안으로 들어가 바람을 피해 언 몸을 추스린다

 

비록 탐구산행의 결실은 거두지 못햇지만 강 추위에 상봉에 올라 일망무제의

조망을 즐긴것으로 위안을 삼으려 한다

또한 탐구산행팀의 끈끈한 팀웍과 정을 한 겹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일조를 하였다고 생각되어 진다...........

 

 

열악한 일기 속에 탐구산행에 참여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헴께해서 행복했습니다

함께 해서 많이 웃을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2월 탐구산행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끝)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