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병가의 상사인가?>
한국야구대표팀이 WBC 1라운드에서 그제 호주팀에게 7대8로 패배한데 이어 어제 일본에게 4대13으로 완패했다. 다섯 팀이 경쟁하는 조별리그에서 상위 두 팀이 8강에 진출하므로 한국팀은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1라운드 탈락이 확정적이다.
한국대표팀은 2013년, 2017년에 이어 올해에도 탈락함으로서 3연속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하게 되었다. 2009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야구강국이라는 명성은 자취도 없다.
도쿄돔의 일본 관중 앞에서 창피를 당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보면서 울화통을 터뜨리거나 가슴이 쓰리지 않은 우리 국민이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이건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참사 수준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참사가 이미 2013년과 2017년의 조별 탈락으로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야구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아무런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음이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야구경기의 승패는 투수가 70%를 좌우한다. 그런데 일반 관중들은 타자가 홈런을 비롯한 장타를 펑펑 쳐내는 모습을 즐긴다. 투수가 던지는 투구의 질을 관찰하면서 야구를 즐기는 고급 관중들은 비교적 소수에 그친다. 그러나 이런 고급 관중들이 많아져야 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강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KBO관계자들과 선수들은 어떤 방향으로 한국야구를 이끌고 갔는가? 경기력 향상에는 눈을 감고 흥미 본위의 경기를 우선으로 관중확대에만 몰두했다고 나는 본다. 엄청난 타격전으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고 젊은 여성팬들은 좋아하는 타자들의 브로마이드를 흔들며 아우성치며 떼창을 부르기도 한다. 야구경기는 즐거운 게임이고 축제가 된다.
야구구단주들과 지도자들은 관중의 선호에 응해서 대형 타자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퍼부었고 선수들 중에는 돈과 인기에 취해서 실력 향상은 뒷전이고 유흥에 탐닉하는 일탈을 저지르기도 했다.
우리 야구계가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는 게임을 무려 10년이나 즐긴 결과가 어제 우리 대표팀이 받은 성적표가 되겠다.
그 성적표에는 “귀 대표팀은 지난 10년간 동네 야구를 신나게 함으로서 한국 야구 수준의 저하에 기여한 바 크므로 이에 콜드 게임에 버금한 4대13의 패배를 안겨드립니다. 귀팀의 경기력은 앞으로 더 이상 내려갈 데는 없으므로 오직 상승만 예정되어 있습니다. 행운을 빕니다.”라고 써져있었을 것이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개선책이 있는가, 라고 당신이 묻는다면 나는 폐해의 원인이 눈에 보이는데 왜 개선을 하지 못하겠는가, 라고 되묻겠다.
나는 폐해의 원인은 돈의 부적절한 공급과 투수 경시에 있다고 위에서 밝힌바 있다. 그러므로 한국 야구의 재도약은 돈의 적절한 사용과 투수 중시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첫째 돈 문제이다. 요즈음 구단주들이 FA시장에 나온 좀 잘 한다는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쓰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 금액에 달한다. 우수 선수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딸리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 수요가 과연 제대로 된 수요인가 잠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구단주들은 사업을 키우고 돈을 버는데 있어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호승심이 지극히 강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자기 그룹의 이름을 달고 뛰는 팀이 지는 것을 못 견딘다. 그래서 자기 회사 직원들에게는 아끼는 돈을 야구선수들에게는 팍팍 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적당히 많은 연봉은 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연봉은 선수의 사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할 위험이 크고 실력향상에 해가 될 위험이 크다. 호주팀이 우리 대표팀을 이긴 것이 연봉이 더 많아서가 아니지 않은가. 그들은 시즌당 2-3백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나는 재벌이 구단에게 상식적이지 않은 수준의 광고비를 지급하는 것은 관계회사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정부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팀 “히어로”가 키움으로부터 연 100억을 받고 "키움"을 팀명칭으로 사용한 예가 참고가 될 수 있겠다.
다음 투수를 중요시하는 방안이다. 투수가 승패의 70%를 차지한다면 전체 선수들의 연봉의 70%를 투수진에 할당함이 타당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야 투수가 되는 고역을 짊어지겠다는 청소년들이 많아질 터이고 뛰어난 투수가 나올 가능성도 커질 터이다.
사실 내가 이렇게 머리를 쥐어짜서 한국야구의 개선책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댔자 그 효용은 전혀 없을 것이 100% 확실하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 걸쳐 파아란 잔디가 깔린 야구장에서 투수들은 공을 던지고 수많은 3할 타자들은 장타를 펑펑 치고 점수는 10점대를 기록하고 8,9회 역전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관중들은 환호하고 그렇게 야구의 세상은 변함없이 흘러갈 것이다.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정신 건강상 좋다. 패배는 병가의 상사라는 옛말도 있으니 잊자. 4년 후 필히 예정되어 있는 패배, 뭐 져버리고 창피 또 한 번 당하고 비행기 속에서 잊고 말지 뭐.” 한국의 야구지도자와 선수들이 이렇게 마음을 넓게 먹는다면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더욱이 그 무엇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이 늙은이가 핏대를 세우고 만에 하나 그 말을 성공*한 젊은 야구선수들이 들었다고 해도 그들은 눈 하나 깜작하지 않을 텐데. 그러니 이 늙은이의 췌언도 이쯤에서 끝내기로 하자.
(주*: 여기에서의 성공여부는 한국사회가 천민자본주의 사회이므로 오직 하나의 기준인 돈의 많고 적음에 의해 판단한다. 대표팀 선수 중에는 내가 평생 번 돈을 1, 2년에 버는 선수도 있고, 많은 선수들의 연봉은 내가 임원으로 받던 연봉의 10배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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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늦은 답글에 타박 한 바가지 않기를 부디 바랍니다. 1200% 동의합니다. 거기 얹어서, 앞날 대책으로 조선일보가 장문의 기사를 냈는데 소생은 그따위로 해결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소생이 혼 술 한 盞 하며 펼치는 酒썰은 이렇습니다. 첫째," KBO 리그의 외국인 기용 제한을 완전 철폐하지"입니다. 아울러 TV스포츠 채널은 미국 일본 리그 전부 중계한다. 입니다. 둘째 순 한국 국적 선수 만으로 리그를 다시 꾸며보자 입니다. 한 5년 하면 판가름 나겠지요. 그런 다음 KBO 리그를 다시 꾸려보자 입니다.
쩐 때문에 안 된다구요? 안되면 관두라지요. 축구건 야구건 모두 근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온갖 소리 뿌려대면서 MLB 갔다가 1-2년 뛰다 실패하고 돌아와서는 뭐나 한 듯 설치는 아이들 그 뒤에 웅크리고 앉아서 돈이나 세는 구단주 모두 활짝 공개된 무대에서 놀아 보고 ㅈㅗ 오 x 잡고 반성한 다음 재출발 하라는 뜻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