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아침마당이 방송을 시작한지 20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아침 8시 25분부터 1시간 방송되는 동안 급한 일이 있거나 출근중일 때를 제외하고는 나는 집에서 꼭 아침마당을 시청해왔다. 내가 알기로 남자 진행자는 이상벽.손범수.송지헌씨의 뒤를 이어 최근에는 김재원아나운서가 맡고 있으며 초창기에 이계진씨도 맡았다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짝을 이루어 진행한 여자 MC는 정은아가 10년이상, 그 이후로 이금희아나운서가 꽤 오랫동안 맡아서 진행하는 중이다.
요일별로 저명인사의 강의나 대담. 부부간의 갈등 상담및 해결. 숨은 재주 발표. 그밖에 이산가족 찾아주기 등등...유익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시청 하였을 것이며 사회자의 원만한 진행이 한몫을 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또 아침마당에 출연한 인연으로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이 삶의 의욕을 되찾아 새롭게 출발하거나 인기강사로 변신하는 등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11년 5월 24일 아침. 지난밤 야근으로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리에 누워 잠을 자려는 순간 국회의원 이병석의 얘기가 진행중이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유년시절의 가정사를 말하다가 나중에는 초등학교 시절의 담임선생님을 모셔와 두분이 함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나를 울린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년 이병석이 유년시절부터 아버지가 안 계셨던지 집이 너무나 가난하여 어머니는 병석이 남매를 데리고 젓갈행상을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서너살 밖에 되지않은 여동생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기가 힘든 어머니는 어느날 어린 딸을 부잣집에 맡기고 병석이와 함께 행상을 하다가 10여일 만에 딸을 찾으려고 가보니 어린것이 엄마를 찾으며 주는 밥도 거절하고 울다가 죽어서 묻어 버렸다는것.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동물처럼 울부짖으며 통곡하였다는 대목에서 내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올라왔으나 아직까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소년 이병석이 초등학교 3학년때에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임발령을 받은 갓 스므살의 김남숙선생님이 담임을 맡으셨고 형편이 어려워 점심을 싸오지 못한 이병석에게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여 주거나 소풍을 못가게 되었을 때에도 찾아와 함께 점심을 먹도록 한 얘기 등등.....
당시에는 한 학급의 학생 수가 60명도 더 되어서 모든 어린이에게 사랑을 베풀거나 관심을 두기가 어려웠을텐데 유난히 가난하여 표가 나는 이군을 측은한 마음으로 사랑한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편애이겠으나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편애까지 정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이 어려워 한때 이모님댁에서 지내던 이군이 잠자리가 불편하여 학교교실에서 잠자다가 유리창을 넘어 도망간 얘기.
그 사실을 목격한 여학생이 담임선생님께 일러바쳐 연민의 정은 더해가는데. 1년후에는 다른 학년의 담임을 맡고 또 몇년후에는 타교로 전근을 가시게 되었고, 이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어머니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무작정 상경하여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학업을 계속하여 끝내는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결국 국회의원까지 되었다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30년이 지나서 이의원이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었고,이의원이 조그만 부피의 선물을 준비한 반면 선생님께서는 커다란 보따리를 가져왔기에 의아해서 물어보니 이의원이 초등학교 시절에 변변한 이불도 없이 교실에서 잔것을 기억하고 따뜻한 이불 한채를 마련해 왔다는 것이다.
어렵고 불쌍한 제자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30년이 지난 그 시간까지도 간직하고 있다가 실천한 것이니, 선생님께서 결혼한 다음 아들을 낳아 기르는 동안에 애를 돌볼 사람이 없었던지 퇴근하여 돌아오면 마당에서 흙을 주워먹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처음 제자 이병석도 이렇게 자랐을 것이라는 생각에 늘 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제간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내 뺨을 흐르고 있었다. 이제 70이 넘어 정년하셨지만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듯했다. 선생님의 진정한 제자사랑이 나를 울린 것이다.
나도 한때 교단에 선 적이 있지만 그렇듯 애틋한 정을 주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르쳤던 제자가 있었던가?
금년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나에게 안부전화라도 해주는 제자가 3명이나 있으니 나 또한 길지않은 교직에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국회의원 이병석을 가르쳤던 김남숙선생님은 비록 체격이 작은 여자의 몸이지만 결코 작지않은 큰 사람이다. 진정한 스승으로 교육자의 모범을 보인 분이기에 내가 감격의 눈물을 흘린 감명깊은 아침마당이었다.

KBS 아침마당 진행자인 김재원, 이금희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