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팔
김종윤
엄마와 고집 전쟁을 하다가 강제 전학 온
한 달된 여학생이 하루걸러 지각을 하더니
그예 3교시 담임 수업 시간에 없어졌다
학생들은 실습을 시켜놓고
혼자서 실내를 이리저리 찾다가
학생들 몇 명에게 부탁하여 다시 찾다가
결국 학급 아이들을 모두 풀어
사라진 여학생 찾기에 나섰다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우당탕 뛰고
한 바랑의 회오리가 일었다
한 시간 내내 난리를 쳐도 오리무중이더니
쉬는 시간이 되자
어디선가 그림자처럼 나타난 녀석,
반갑기도 하고 화도 끓어오르는데
복잡한 감정을 누르고 한 마디 다듬어 내놓았더니
대뜸 돌팔매가 날아온다
수업 시간에 없어서 걱정했다.
씨팔, 어쩌라구요.
걱정, 퍽이나, 씨팔
온몸이 부레뿐인 물고기 마냥
모든 생각과 시선이 사라지고
교무실 천장 어디쯤에서 한동안 붕 떠 있다가
어떻게 학생을 다독여 내보내고
휴지를 꺼내 책상을 닦는다
다시 한 번 더 책상을 닦고
마음 상처도 함께 닦는다
김종윤 시집 『기술교사의 학교일기』,《이든북》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왜 힘이 드는지 김종윤 시인의 시집 『기술교사의 학교일기』를 읽으면서 느껴본다. 공장 생활을 한 나로서는 매년 공채 입사 시험에서 우등생만 뽑혀 몇 달 연수를 받고 오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저럴 것이다고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회사에 입사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우등생에 가까운 친구들이었다는 사실, 고등학교 기술교사를 하는 시인의 삶에서 아이들은 늘 바람에 휘청이는 새잎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때로는 너무 센 바람을 만나 떡잎이 부러지기도 할 것이고, 빛을 잘 받아 잘 자라는 떡잎을 보아왔을 터이다. 읽어보는 시 「씨팔」은 수업 시간에 사라진 아이를 찾다가 스스로 나타난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비속어로 무장 시키고 있다는 것은 그 아이가 그 말 외에는 다른 말로 합리화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기술교사인 시인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고 스스로가 스스로의 마음을 닦아내고 있다. 아마도 참 많은 날 밥맛도 잃고 삶의 목적도 잃고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가 방황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30년 넘게 아이들의 꿈밭을 개간하기 위해 돌뿌리 깊이 박힌 것을 주저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 눈에 밟히듯 보인다. 시 쓰는 일보다 더 고생 많았다는 따뜻한 위로부터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