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비온 산 전망대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며칠간 베트남 나트랑과 달랏 여행을 했다.
우리나라 어딘가를 다녀온 기분이다.
나트랑의 바다는 우리의 동해안 같았고
달랏은 60-70년대의 우리나라 풍경이었다.
해발 1500미터 고원지대 어디를 보아도
삼엽송 리키다 소나무 뿐인 달랏, 그곳의
낮은 집들은 옛 고향에 온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풍경 밖에서 본 이국의 마을은 친근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사뭇 이질적인 것이어서
프랑스 알프스의 어느 작은 도시에 온 듯
노랑 냄새가 나는 것 같은 풍경에 일행 중
누군가는 토하기도 했다.
1893년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할 때
알렉산더 옐신이 람비엔 고원을 발견하고
이곳에 프랑스인 거주자를 위한 휴양도시를
건설한 것이 오늘날의 달랏이다.
람비엔산의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곳의 산하는 남부 유럽의 어딘가를 향해
오늘도 벋어가고 흐르는 것 같아
산 아래선 회고적인 권태의 바람이 불었다.
휴대폰을 꺼내 이어폰을 꼽고 저장된 음악을
들으니 문득 한 피아니스트가 떠올랐다.
1980년 10회 쇼팽콩쿠르 1등 당타이손,
베트남 출신으로 동양인 최초 우승자다.
그가 어디서 어떻게 피아노 공부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심사위원장 아르헤리치, 3차 예선에서
이보 포고렐리치가 탈락하자 분개하며
심사위원을 사임하고 내려가는
그녀를 생각했고, 공포스런 분위기의
유럽의 한 복판에서 아시아의 키 작고 여린
당타이손이 떨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생각했다.
우승자로 자신이 호명될 때 힘이 풀려
쓰러지던 그의 가여운 다리를 또 생각했다.
그리고 2015년 17회 쇼팽콩쿠르에서 우리의
조성진이 우승할 때 10점 만점을 주던
심사위원 아시아인 당타이손을 다시 생각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오디오를 켜고
쇼팽 음반 하나를 올린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피아노 리리시즘의
절대자 디누 리파티의 음반이다.
레코드 자켓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One of the most remarkable performances
of Chopin's music ever put on records..."
-The American Record Guide
가장 주목할 만한 연주들 중의 하나
지금까지 녹음된 쇼팽의 음악 중
-미국 레코드 가이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영상에 자막으로 넣음
https://youtu.be/9lt_xz6EC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