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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기맥 2구간(장성갈재-수량동고개)**
-.일자 : 2013년 3월 16일
-.루트 : 장성갈재-봉화대-방장산-양살고개-솔재-수량동고개
-.시간 : 8시간 20분
꽃피는 봄이 왔는듯 하다가 토라진 여인처럼 갑자기 변신을 하여 냉랭해진 공기가 더욱 살갓을 아리게 한다.
무절제한 일상들은 오롯이 제가 갚아야 할 빛으로 되돌아오고 절제된 삶은 건강함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게 세상사 자연스런 진리인지라 그 동안에 음주로 푹 쩔인 육신을 일으켜 세우는 것 부터가 무리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일탈이였고 단체행동에 예외는 없는 법이라 차는 약속시간에 정확하게 출발하여 안개 속을 뚫으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대한민국 1번 국도를 내달려 장성갈재에 도착하는데 아직도 정신은 오리무중채 안개속을 헤매고 있어 파주를 지나 내쳐 신의주까지 달려 버렸으면 싶다.
그에 반해 독수리형제들은 너무나 밝고 쾌할하다.
갈재의 골바람이 차가워 정신을 챙길 시간도 없이 도로를 건너 들머리로 들어간다.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자연스럽게 행군대형이 이뤄지고 후미인 나는 옷을 갈무리도 못한 채 헥헥 거리며 이들을 따른다.
한겨울에도 겉옷을 입은 채 산행한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건 예외적인 일이고 그만큼 춥다는 얘기가 된다.
이곳은 방장산의 유명세 때문에 산악회의 안내산행이 잦은 탓에 등로의 상태가 좋아 이들의 질주본능을 더욱 부추겨 놓는다.
▲장성갈재(장성-정읍간 1번 국도)
▲등로가 정리되어 있어 마음마저 평온하다.
등로 주변에 가지치기한 자작나무 나무들이 있어 버닝에 몰두하고 있는 올챙이님의 욕심을 내었다가 결국 차량 회수차 장성갈재에 다시금 왔을 때 몇 개 챙겨가게 된다.
참으로 체력들 좋다.
515m상의 묵힌 헬기장에 올라선다.
장성갈재가 276m라 약 250m를 극복한 셈인데도 이 오름길이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지지만 형제들은 이제 막 워밍업을 끝내고 실전에 투입하는 선수들같이 혈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폐헬기장(515봉)
성벽처럼 둘러쳐진 방공호를 지나고 쓰리봉이라고 여겼던 바위봉우리에 올라서는데 구름이 휘몰아치는 풍광이 역동적이다.
술 한잔에 희희낙락해졌고 잠깐씩 구름이 벗겨지는 순간적인 풍광을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고 있는데 비보이님만은 살며시 빠져나가 저 멀리 묘지의 안전지대에 내려서있다.
오늘 일정을 소화해 내려는 대장님의 이끌음이니려니 여기고 바위를 빠져나 와 맞바람을 맞으며 병아리들이 어미를 쫓듯 뒤를 잇는다.
비보이님이 제비처럼 날렵하고 날다람쥐처럼 쨈싸 왠지 달라 보인다.
몇일 전 6벅7일로 제주도 올래길을 다녀온 봐 있기에 이들 두고 김하사님은 와신상담이라고 하고 몰빵님은 똥고집이라고 말한다.
▲군 참호
▲전망바위
▲갓바위봉과 입암산이 가물하다.
쓰리봉을 앞에 두고서 전망바위가 나온다.
가야 할 방장산과 뒤돌아 본 갓바위는 여전히 구름이 노닐고 있지만 산비탈을 휘감으며 올라오는 구름이 고산에 올라선 것처럼 성취감을 안겨주고 힘을 실어준다.
대장님에게 버림받았는 줄도 모르고 웃고 사진찍으며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가 이를 나중에서야 눈치채고는 산악마라톤 하듯 내달려 겨우 함께함을 윤허 받는다.
그사이 몰빵님은 나뭇가지에 부딪혀 앞에서 휘청거리는데 이 나무가 올챙이와 김하사님의 키재기를 쬐금 넘어선 탓이다.
앞 구간시 김하사님의 상처도 아직 남았는데 이러다 기맥 끝나면 모두가 환자가 되고 돌과 나무들이 시달림을 받아 자연훼손으로 고발당하지나 않을지 싶다.
▲쓰리봉(734m, 변산지맥 분기봉)
▲가야 할 방장산
바위를 우회하는 계단을 내려서고 질퍽거리는 흙길은 가이드밧줄을 잡으며 겨우겨우 내려서는데 앞에 봉수대가 턱 버티고 있다.
김하사님은 산의 형태가 고흥의 두방산을 닯았다고 하는데 하늘금이 여지없는 두방산의 형태다 보니 어째 비교당한 봉수대가 기분 나빠하겠다.
▲암릉은 계단과 우회길이 있어 수월하게 지나간다.
▲봉수대
봉수대는 그 본분의 위치대로 사방팔방 조망권은 좋을 것이지만 무엇이 산신의 맘에 들지 않게 했음인지 파란하늘아래에서도 연무에 가려 완전한 자태를 보여주진 않고 애를 태운다.
그렇다고 삐지면 자기만 손해고 또 미약한 인간들이 확 벗겨지게 도술을 부릴 것도 아니라 순순히 물러나 지척에 보이는 방장산으로 향한다.
▲봉수대는 넓은 공터로 밋밋하나 전망은 좋다.(헬기장)
▲방장산을 마주 보며 등로를 이어간다.
언제 저렇게나 많이 왔지...
방장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나온 길들이 회색의 농밀한 색체 속에 더욱 까마득하게 보여 발걸음의 무던함을 느끼게 한다.
방장산은 영산기맥상의 최고봉이다.
이 의미는 곧 정상주로써 자축을 하란 묵시적인 표현이니 거부치 않고 양지바른쪽에 자릴 잡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산님 한 분이 올라온다.
어쩐지 외로워 보일 것 같은 홀로 종주지만 그 또한 매력도 있을 거란 부러움에 술 한잔 건네봐도 일정의 소화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 산꾼으로서의 포스도 느껴진다.
흰머리를 검게 만들고 빠진 머리도 새로 나게 한다는 하수오술을 언제나 챙겨오는 몰빵님은 정작 머리숱이 없고 세월을 담뿍 담고 있어 그 효과가 의심되긴 하다.
▲방장산
▲지나 왔던 봉수대와 쓰리봉이 아스라하게 멀어져 있다.
▲정상주는 필수
김하사님의 브리핑으로 억새봉으로 흐르는 능선을 확인했고 포인트인 철탑까지도 좌표에 넣어 놓았것만 정작 잠깐의 혼란을 겪고서야 전망대에 내려선다.
방장산휴양림을 관망하는듯한 전망대 같은데 지금은 자유로운 바람만이 흩고가는 바람길이다.
▲진행방향으로 억새봉과 벽오봉
▲전망대
햇살도 보드라워졌고 등산로도 산책길과 다름없다.
이 여유로워진 길에 한분 있는 여성인 올챙이님도 까칠함을 털어내고 오고가는 농담에 장단을 맞추어 주며 보드라운 여인으로 변신하여 흥을 돋는다.
▲134 송전탑
▲고창고개(용추폭포 갈림길)
방장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임도가 등로와 바짝 붙었다.
휘집고 올라온 임도가 조금은 식상함도 안겨주지만 그만큼 편안한 등로이고 패러글라이딩장으로 변신한 억새봉에 올라선다.
억새대신 잔디가 깔린 활공장은 광장처럼 넓어 편안함을 안겨준다.
오고가는 사람들도 많아져 더욱 정겹다.
봄소풍을 나온 것처럼 산객들의 옷차림이 가볍고 꽃잎을 내밀은 봄꽃처럼 형형색색으로 화려해져있어 푸르러간 산하만큼 싱그러움도 안겨준다.
아주 한갓진 오후다.
▲방장산자연휴양림 분기봉(방장산휴양림에서 올라 오는 임도와 합류된다.)
▲억새봉(패러글라이딩장)
▲고창읍이 조망된다.
▲조형물
잠깐이지만 옆에 있는 임도를 따르면 벽오봉을 보지 못한다.
그만큼 억새봉과 벽오봉이 가깝다는 얘기가 되는데 벽오봉은 정상표시와 산뜻한 등산안내도가 있어 포인트로써 꼭 찍어줘야 할 지점으로 각인된다.
▲벽오봉(방문산)
벽오봉을 내려서면 휴양림에서부터 쭉 이어져 올라온 임도에 내려서게 되고 이를 가로질러 산길로 들어간다.
휘돌아가는 임도의 한 가닥은 산악자전거용 도로로 내려가게 되는데 길이 다소 산만하여 이제 막 개설한 듯한 느낌이 강하고 왜 기존에 뚫려 있는 등로를 활용하지 않고 이렇게 씩이나 산허리를 깎아가면서까지 환경오염과 함께 돈 낭비를 해야 했었는지 의문점도 가지게 된다.
▲산악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다.
사람들과 섞여 갈미봉을 지나고 방장산갈림길인 배넘이재에 이른다.
함께한 모든 이들이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고 이젠 마루금을 감각적으로 찾아내어 545봉으로 향하는데 통행했던 흔적들이 없고 길이 묵혀 있다.
왜 정상적인 마루금을 택하지 않았는지는 암반과 너덜지대를 만나며 주춤 하는 비보이님을 통해 알게 되는데 밧줄도 없어 위험해 보이는 이 길을 평소 염소처럼 올라갈 곳만 있으면 올라가던 김하사님은 옛날의 김하사가 아니라며 뒤로 물러나고 몰빵님이 앞장서서 길을 잡는다.
방장사진입로에 내려서서 올려다 본 내림길이 칼날처럼 쪼개진 암반 등으로 무척이나 위험하니 이 길을 회피할 수 밖에 없었고 무엇보다도 방장사가 호객행위로 나선듯하다.
▲갈미봉
▲갈미봉
▲배넘이재
▲우회로를 택하지 않고 545봉을 향해 간다.
▲암릉과 잔돌이 깔려 있어 난이도가 있다.
▲방장사의 진입로와 합류하며 올려다 본 내림길...
전남과 전북을 가르는 고창고개는 갓길에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고 쉼터가 있다.
솔재는 이곳에서 고창방면으로 이동하다가 주차장에서 임도로 진입하는데 산뜻한 이정표도 있고 임도로 이어져 기대하지 않았던 환대에 되려 몸이 사려진다.
▲양고살고개
▲장성과 고창을 잇는 15번 국도다.
▲도로를 따라 고창방향으로 이동하다 주차장에서 임도로 들어간다.
방장산을 벗어나면서 잡목과의 사투를 예상했기에 더욱 그러한데 우측편에 있는 운월정이란 정자에서는 방송인터뷰로 잔뜩 폼을 잡고 있어 술 한잔씩 먹고 제 흥에 겨워 흥얼거리던 목소리가 자동적으로 줄어든다.
편백나무도 있고 경사도 없는 임도는 쓰러진 나무로 인한 잠깐의 혼란뿐 짜잔한 마음을 내려 놓게 하는데 솔재직전의 송전탑 봉우리에서 정신을 가다듬게 하여 솔재에 내려 놓는다.
이곳이 고창군에서 5개 코스로 총 81km의 길을 복원했다는 예향천리마실길의 일부분 이였기에 가능했지 쉽다.
길가의 정자에서 쉬어가기로 한다.
이왕이면 편히 쉬어간다는 게 김하사님이 감춰둔 이슬이까지 바닥낸 후 두 소절이면 끝나는 노랫가락들을 쏟아내고도 더 긴 쉼을 한 다음에서야 일어난다.
이게 기맥길인지 놀이 삼아 나선길인지 모르겠다.
▲운월정 정자에서는 고창읍을 바라보며 인터뷰가 진행중이라 우린 갈 길을 그냥 간다.
▲잠시 장애물이 나오고...
▲등로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예향천리마실길과 영산기맥이 함께하고 있다.
▲898번 국도인 솔재
▲고창방향으로 조금 이동한다.
▲고도계와 이곳의 고도가 너무나 차이가 많다.
▲솔재에서의 여유...
이동통신국까지의 길은 넓다.
이후 쓰러진 나무와 물을 올리기 시작한 산딸기나무들 틈새로 가시로 잔뜩 무장한 구지뽕나무며 두릅이 자라고 있다.
400봉을 올라설 때까지도 계속되던 잡목지는 철탑을 만나면서 공사로가 조성되어 이 임도를 따른다.
금방의 악전고투도 잊고 눌루랄라 속에 수풀로 덮여있는 봉우리를 외면하고 계속 편안한 임도만을 따르는데 몰빵님만은 예외로 마루금을 고집한다.
어쩔….
결국 편안함은 그대로 고달픔으로 바뀌어 산사면을 타고서 마루금으로 회귀하는데 몰빵님이 여유롭게 앉아 미소를 머금고 맞이한다.
마루금은 한치도 외도를 허락 치 않은 순수성에 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나 그 강렬한 유혹은 마루금을 타는 내내 계속될 것이니 이 약효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른다.
▲애향길이 떠나면서 마루금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후답자들 위해 표지기하나 메달아 놓는다.
▲이동통신국
▲길이 거칠어 진다.
▲399.8봉
▲88번 송전탑
▲임도를 따른다.
▲금곡마을이 빤이 보여 무심코 임도를 따랐는데 마루금을 벗어나 버린다.
▲324.8봉(정상대로 진행했던 몰빵님이 회심의 미소로 맞이한다.)
▲이만하길 다행이니 병가지상사로 생각하고...
곧 차량이동이 가능한 임도인 금곡치로 내려선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산불의 후유증인지 헐벗어 있어 미뤄 짐작으로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데 오를 것은 오르고 내리막이 있으면 내려서야 하는 것 또한 마루금타기다.
잡목이 무성하지만 의외로 등로를 침탈했던 나무들이 베어져 있어 옷에 보풀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앞선 사람들의 모습을 삼켜버릴 만큼 잡목지는 무성하고 몰빵님은 주변에 뼈대만 퉁실한 두릅을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어 앞사람과의 거리감를 더욱 떨어뜨려 놓는다.
▲검곡치
▲잡목이 옷깃을 잡아 채지만 간간이 잡목들이 정리되어 있어 발길을 붙잡진 못한다.
▲438봉에 이르러 하산지점인 금곡영화마을이 보인다.
금곡치에서 우뚝 솟아 있던 봉우리도 20여 분만에 올라서고 얼마 후 임도에 다시금 내려선다.
쭉쭉 뻗은 삼나무는 순탄함과 싱그러움을 안겨주어 언제나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만 등로를 혼란스럽게 하여놓아 겨우 마루금을 찾아 드는데 군대에서나 쓸법한 원형철조망이 바짝 붙어 위협한다.
이 지역이 군부대도 아니고 국가시설물도 없는데 왜 이런 곳까지 이러한 철조망을 처 놓았는지의 의구심은 산양삼재배지란 경고문에서 알게 되는데 아무리 사유지라도 너무했단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편백림이 도열된 임도가 조금전의 악전고투를 잊게한다.
▲원형철조망이 등로에 바짝 붙어 위협한다.
▲철망으로 바뀌고 이곳이 산양제배단지 임을 알린다.
시멘트임도가 지나는 수량동고개다.
예전에 금곡마을로 내려섰던 길이 아닐까 했는데 전혀 다른 길로 어쨌든 오늘의 목표지점이고 금곡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라 경계심을 풀고 여유를 찾는다.
때마침 아래의 축령산휴림의 민박집 주인이 올라와 예기를 나누는 사이 손님을 태우고 올라온 택시가 있어 금곡마을까지 내려가지 않고 너무나 쉽게 한 구간을 마루리 한듯싶다.
▲수량동고개
▲축령산휴림 민박집(집주인이 택시를 잡아 주었다.)
▲택시(3만원)를 타고서 출발지였던 장성갈재로 복귀한다.
오늘의 하산주는 비보이님이 하사한 발렌타인 21년산이 주연이 되었고 싱싱한 활어가 조연이 되어 2구간을 마친 우리들에게 풍성한 향연을 베풀었다
어울림은 다양성의 결합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각자의 삶의 영역에 안주해 있다가 이렇게 한번씩 만나 산길을 이어가지만 그 만남이 잦아지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아집과 함께 자기 주장들이 다시금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지만 융합이란 시너지 효과가 이 모든 것들을 잠식시켜 주리라 믿는다.
추억의 물건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싱싱한 회와 21년산으로 고급진 갈무리를 한다.
첫댓글 한편의 멋진 추억묻은 시나리오를 감상하는듯하여 자연스레 정리하느라 애써주신 깜상님께 머리가 숙여집니다.
후기 쓴걸 읽을때 마다 대단함을 느낍니다.
다음 코스를 향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