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예들 칼로리 보충시키기 위해 닭 튀겨서 줬대요
프라이드 치킨
최근 치킨 가격이 논란이 되고 있어요. 대형마트에서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을 5000원대까지 내려 판매하기 시작하자,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에서 치킨을 지나치게 비싼 값에 팔았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닭에 밀가루 따위를 입히고 소금·후추 등으로 간을 해서 튀겨 만든 요리인 프라이드 치킨(fried chicken)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치킨은 일반적으로 남북전쟁(1861~1865) 이전 미국 남부 목화농장의 흑인 노예들이 먹던 음식에서 기원했다고 봅니다. 당시 유럽 대륙에서 이주해온 백인들은 닭을 요리할 때 썰어 먹기 편한 몸통 부위만을 사용했고, 목이나 날개·다리 등의 부위는 제거했다고 하는데요. 이 제거된 목과 날개·다리 부위가 흑인 노예에게 제공됐죠.
그런데 노동량이 많은 노예의 식단인 만큼 칼로리 보충을 위해 닭을 튀겨서 줬다고 해요. 이렇게 닭을 튀겨내면서 점차 향신료나 양념 등이 첨가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우리가 먹는 프라이드 치킨이 유래했다는 것이죠. 당시 노예들에게는 닭뿐 아니라 야채·과일 등도 튀겨서 제공됐는데요. 모두 백인이 요리를 만들고 남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에서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 흑인과 백인 사이에 식문화 교류가 이뤄지기 시작했어요. 백인 사회에도 흑인들이 먹던 프라이드 치킨이 점점 퍼져 나가는데요. 미국의 기업인인 할랜드 샌더스(1890~1980)라는 사람이 미국 남부 켄터키주에서 프라이드 치킨을 전문적으로 팔기 시작합니다. 샌더스는 압력솥에 기름을 넣고 치킨을 튀기는 자신만의 요리 방법으로 인기를 얻었고, 그의 식당은 프랜차이즈화되며 미국 전역에 빠르게 확산됐어요. 샌더스는 프랜차이즈 계약을 할 때 반드시 흰색 정장을 입고 다녔는데, 이 흰색 정장을 입은 노신사의 모습이 샌더스의 식당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이 프랜차이즈가 바로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조선시대에는 닭을 조각 내 밀가루 양념을 입힌 후 기름에 조리하는 '포계(炮鷄)'라는 요리가 존재했는데, 기름에 튀겨내는 프라이드 치킨보다 기름에 볶는 쪽에 가까웠다고 해요. 프라이드 치킨은 6·25전쟁 이후 미군에 의해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게 되는데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식용유 생산이 부족해 전기를 이용해 닭을 굽는 '전기구이 통닭'이 유행했어요.
그러다 1970년대 들어 닭을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내는 방식의 조리법이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요. 이 당시까지만 해도 닭을 조각내 튀기지 않고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밀가루에 묻혀 튀겨냈어요. 한국인 입맛에 맞도록 매콤한 양념을 버무린 양념치킨은 198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