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교향곡 9번(노바크 판)
그랑 몽레알 메트로폴리탕 오케스트라 / 야닉 네제-세갱
ATMA SACD 2 2514 (67′․DDD)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한 네제-세갱의 브루크너
2007년 8월호에 실린 네지-세갱의 브루크너 7번 녹음에 대한 리뷰에서, 이 지휘자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 본능적으로 취하게 마련인 조심스러운 태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쓴 바 있다. 이제 거의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발매된 교향곡 9번 녹음을 들어보니 예전의 조심스런 경직성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아마도 좋은 현상일 것이다. 자의성이 소심함을 거의 완벽하게 대체하지만 않았어도 분명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지휘자의 작위적인 책략은 주로 템포 설정과 관련해 이루어지고 있다. 1악장 1주제부의 위압적인 금관 총주는 너무 성급하게 튀어나오고 있으며, 악구 말미에 페르마타를 적용해 갑자기 너무 점잔빼는 태도를 취하는 표변은 적잖은 곤혹감을 느끼게 한다. 2주제부는 대단히 관능적인 느낌을 주며, 대체로 템포를 느리게 잡은 가운데 루바토와 비브라토를 상당히 적용한 현의 선율이 이런 느낌을 강화하고 있다.
호른을 위시한 금관은 때로 지나치게 뭉툭하고 부드럽다. 양감이나 박력이라는 면에서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으나 호흡이 응축되지 않아(잔향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기는 하다) 폭발력이 부족하다. 강력하기는 하되 어딘가 싱겁게 들리는 2악장의 스케르초 주제도 이런 경향의 희생양이라 할 수 있으나, 이런 측면을 가장 유감스런 형태로 보여주는 것은 1악장 코다 직전에 등장하는 맹렬한 총주이다. 이 대목은 금관이 너무 뒤섞여 있어 흐릿하게 들리며, 코다 역시 현의 밸런스와 음조가 고르지 않은데다 금관의 악센트가 너무 두드러진다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줄리니(DG)나 반트(Profil) 같은 무게감 없이 그냥 내지르는 종지음 역시 아쉽다.
2악장 스케르초 섹션의 피치카토는 약간 고르지 않은 편이다. 1주제가 재등장하기 직전에 템포를 가속하는 게 해석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 의문이다. 불안정하게 진동하는 트리오의 템포 역시 상당한 의구심을 안겨준다. 3악장에서는 (설사 지나치지는 않더라도 서툴게 적용된) 현의 비브라토와 레가토가 마뜩찮은 느낌을 준다. 앙상블이 정교했더라면 그리 나쁘게는 들리지 않았을 터이나, 금관의 호흡을 (때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의도적으로 길게 가져가는 지휘자의 조처가 악장 특유의 초월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함이었다면 현의 레가토와 비브라토를 절제하는 것이 논리적인 방책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악장은 분열증적인 면모를 다분히 보이고 있다. '성녀이자 창녀' 역할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녹음은 앞서 지적했듯이 잔향이 명백하게 지나치며, 이 점 때문에 성부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특히 베이스 파트가 그렇다). 정위감만은 상당히 분명한 편이나(특히 현악기군이 그렇다), 전체적으로 보면 최신 녹음으로서는 좋다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게 되어 무척 유감스러우나, 야니크 네제-세갱의 브루크너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니, 멀면 멀수록 이 지휘자에게는 약이 될지도 모르겠다. 황진규
마지막 문장은 비꼬는 뜻으로 쓴 건데, 이해 못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뭐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제 입장에선 써야만 했던 문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