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생경 2016년
267. 게의 전생이야기 - 코끼리의 왕
코끼리 왕을 살린 왕비 만월심 이연수
사위성에 어떤 부자가 있었다. 부자는 장사를 하러 멀리 다닐 때에도 항상 부인과 함께 다녔다. 어느 날 외상값을 받으러 먼 곳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만 깊은 산중에서 도적 떼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돈을 모두 내놔라!”
도적의 두목은 부자에게서 돈을 몽땅 빼앗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부인에게도 욕심이 생겼다. 두목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이놈을 절벽 아래로 밀어버려라!”
부인이 두목에게 무릎을 꿇고 애걸하였다.
“제발 남편을 살려주시오!”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너는 살려줄 테니 나와 함께 가자.”
도적떼들은 그 부자를 낭떠러지로 끌고 갔다. 그러자 부인은 두목의 손을 뿌리치고 도적떼들의 앞을 막아서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내 남편을 살려주지 않으면 나도 저 절벽에 몸을 던질 것이다!”
도적의 두목이 다시 부인을 끌고 가려고 하자 부인은 몸부림을 쳐 그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억지로 끌고 가도 소용없다. 나는 독풀을 씹어 먹고서라도 나의 남편을 따라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두목은 지아비를 아끼고 따르는 부인의 절개에 스스로 머리가 숙여졌다. 도적떼들은 두목의 명령을 받고 그 부부를 놓아주었다.
부부는 무사히 사위성에 도착하여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를 찾았다. 부처님은 향실에서 그 부부를 맞이하였다. 부부는 부처님께 절을 하고 예의를 갖춘 후 마주 앉았다.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
“부처님, 아내 덕분에 제가 목숨을 건졌습니다.”
부자는 여태까지 겪었던 일들을 부처님께 소상히 아뢰었다. 부처님은 미소를 지으셨다.
“너의 부인은 과거에도 현자의 목숨을 살려주었단다.”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릴 때이다. 설산에 큰 호수가 있었다. 그 호수에는 황금빛 게가 살고 있었다. 그 게는 얼마나 몸집이 큰 지 덩치가 커다란 코끼리를 잡아먹을 정도였다. 코끼리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게호수에 내려가 먹이를 잡지도 못하고 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코끼리 왕 부부에게서 아기코끼리가 태어났다. 왕비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가서 코끼리 왕자를 키웠다. 코끼리 왕자는 몸도 크고 힘도 세었다. 마치 번쩍이는 산과도 같았다.
어느 덧 코끼리 왕자는 아내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산을 내려갈 결심을 하였다. 어머니와 함께 아내를 데리고 코끼리 떼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왕이시여. 제가 돌아왔습니다.”
코끼리 왕은 크게 기뻐하였다.
“아들아, 늠름하게 돌아왔구나.”
“아버지인 왕이시여, 제가 게호수에 살고 있는 못된 황금 게를 잡겠습니다.”
왕은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코끼리 왕자는 굽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왕은 허락을 하였다.
“그 놈은 포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심하거라, 아들아!”
“꼭 황금 게를 잡아 없애겠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코끼리 왕자는 게호수 주변에 살고 있는 코끼리들을 불러 모았다.
“황금 게가 언제 어떻게 코끼리들을 공격하느냐?”
“먹이를 잡아먹고 언덕을 올라갈 때 쫓아와서 커다란 가위 발을 휘둘러 우리를 공격합니다.”
코끼리 왕자는 꾀를 생각해내었다.
“너희들은 게호수로 가서 실컷 먹이를 먹어라. 그리고 언덕으로 올라가거라. 나는 맨 나중에 먹이를 먹고 언덕을 오를 것이다. 오늘 그 게를 무찔러 멀리 쫓아 버릴 것이다.”
코끼리 왕자와 코끼리들은 게호수로 갔다. 코끼리 떼들은 왕자가 시키는 대로 먹이를 먹고 언덕으로 도망쳤다. 그러자 정말 황금빛 큰 게가 나타났다. 쇠방망이 같은 가위 발을 휘두르며 마지막에 도망치는 코끼리 왕자를 공격했다. 어느 순간 가위 발이 왕자의 다리를 꽉 물었다.
“너를 산산조각 낼 것이다.”
황금 게는 포악을 떨며 무시무시한 힘으로 왕자를 게호수로 끌고 갔다. 가위 발은 날카롭게 살 속을 파고들어 왕자는 비명을 질렀다. 왕자가 언덕 아래로 질질 끌려갔지만 어떤 코끼리도 나서지 않았다.
숨어 있거나 두려워 구경만 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이놈!”
소리치며 달려온 것은 코끼리 왕자의 아내인 어린 왕비였다. 왕자는 너무나 감격하여 게송을 읊었다.
1. 가위 발을 가진 동물
눈은 길에 튀어 나왔고
껍질은 뼈 같으며
털 하나 없이 물에 산다
그것에 패한 나
비참하게 슬피 운다
나는 실로 너의 생명
꿈에도 이 나를 잊지 말아라
왕비가 눈물을 지으며 게송을 읊었다.
2. 주인이여, 나는 그대 버리지 않으리
나이 육십에 힘을 잃은 내 코끼리여
이 세상 사방 끝간 데까지
그대는 내 가장 사랑하는 이이거니
왕비는 두려움도 잊은 체 큰 게에게 다가가 게송을 읊었다.
3. 큰 바다 또 항하
모든 게 중에서 그대가 최상이거니
내가 비탄하나니 내 주인 놓아 다고
게는 이 노랫소리를 듣고 마음이 움직여 가위 발을 움직여 왕자의 다리를 놓아주었다. 그 순간 왕자는 발을 들어 큰 게의 등을 짓밟았다. 코끼리 떼들은 함성을 지르며 모여들었다. 그들은 게의 몸통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떨어진 가위 발 하나는 호수에 잠겨 황하로 떠내려갔고 또 다른 하나는 큰 바다로 흘러 흘러갔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전생과 금생을 연결시켜 말씀하셨다.
“그 때의 암코끼리인 왕비는 지금 너의 부인이고 그 코끼리 왕자는 바로 나였다.”
부부는 머리를 숙여 부처님께 인사를 하였다.
꼬리말
어린이 여러분! 이야기 속에 나오는 코끼리 왕비처럼 가족과 부모형제를 위해서 나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혹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정의로운 행동을 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힘이 없어서 억울하게 고통 받고 사는 사람들이 없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여러분 생각은 어떻죠?
이연수 프로필
서울출생. 동국대교육대학원 유아교육학전공 석사졸업. 한국아동문학평론 동화부문 신인상(2007). (사)한국문인협회 (사)색동회. 국립서울맹학교 국립서울농학교 동화구연강사. 금천호암노인종합복지관 동화구연 강사. (사)한국문인협회 영등포지부 사무국장(2015). (사)한국문인협회 영등포지부 아동문학분과장. 저학년 장편동화집『 난 비겁하지 않아 』출간. 2015년 세종도서문학나눔 선정(세종도서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수상(2016)
ysbandal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