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맥주별로 적합한 잔 따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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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 공식 협찬 맥주인 비트부르거(왼쪽)와 괴테가 사랑한 흑맥주 '쾨스트리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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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온도와 거품의 양 지켜야
- 삶아 구워낸 감자, 부드럽고 구수해
- 육질이 탱글탱글, 육즙 풍부 소시지
- 계피향 나는 커리소스와 완벽궁합
날씨가 더워지니 시원하게 목을 축일 맥주 생각이 절로 든다. 한국에서는 캔맥주이든 병맥주이든 아주 차갑게 해서 꿀떡꿀떡 두 세 모금 들이켠다. 탄산의 알싸함이 목구멍을 자극하며 "캬아~!"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맥주 대신 정통 독일 생맥주를 맛보며 맥주에 대한 생각도 달리 해 보라는 곳이 있어 찾아갔다.
부산 남구 도시철도 경성대·부경대역 인근의 아인하이트(051-611-1123)는 독일어로 화합, 여러 계층이나 사람들 간 통합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맥주집 이름치고는 거창(?)하다는 느낌이 잠깐 들었지만, 강경환 대표와 김 구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강 대표는 독일에서 12년 간 공부하다 온 피아니스트. 그는 "제대로 된 독일 맥주와 음식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공간이 산악자전거와 크루즈 롱보드 같은 해양스포츠의 매력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인하이트의 또 다른 매력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다. 특히 화장실이 독특하다. 컨테이너 박스를 잘라다가 화장실의 세면대가 있는 전실을 만들었다. 특히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이 재미있는데 자세히 보면 냉장고 문짝이다. 그 문짝에 독일 국기의 색을 칠해 독일 분위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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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생 돼지고기로 만든 부어스트. 탄력있으면서도 육즙이 살아있어 부드럽다. |
화장실 칸 안에 앉으면 바로 시선이 향하는 곳에 메뉴를 붙여뒀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가장 집중하기 좋은 곳이 화장실이다. 메뉴 속 새로운 맥주 이름을 외우시라는 뜻도 되고, 우리 가게에 대한 홍보도 되는 작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강 대표는 약간 진한 벌꿀 색깔의 맥주부터 마시기를 권했다. 맛이나 향이 강한 맥주를 먼저 마시면 필스너 류의 청량감이 자랑인 맥주들이 맥을 못춘다는 거였다. 강 대표가 권하는 대로 대표적인 필스너맥주 '비트부르거'를 한 모금 머금었다.
첫 향에서 아카시아꿀 향기가 살짝 난다는 설명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하지만 입 속에 머금고 조금씩 나눠 삼키니 쌉싸래한 맛이 꽤 오랫동안 입안에 감돌았다.
흑맥주인 '쾨스트리처'가 기자의 입맛에는 더 맞았다. 이것도 꽤 쓰겠거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머금었지만 오히려 쓴맛이 없이 깔끔한 맛이었다. 대신에 좀 더 찌르는 듯한 느낌이 더 느껴졌고 구수함이 있었다.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잔을 쓰는 이유도 그런 맛을 가장 잘 살리기 위해서란다.
흑맥주 특유의 밀도감 있는 거품이 정말 크림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1페니 동전을 올려놓아도 동전이 잔 아래로 빠지지 않을 정도로 맥주 거품이 힘이 있어야 한다고. 쾨스트리처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자신이 죽고 나서도 이 맥주의 광고에 자신의 초상권을 사용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사랑한 맥주였다. 그야말로 독일의 자존심 같은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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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 감자요리 '브라텐 카토펠'. 삶은 감자를 프라이팬에 다시 구워 버터를 곁들여 먹는다. |
맥주를 맛봤으니 독일의 상징 같은 음식인 감자와 소시지 차례다. 강 대표는 "독일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내면서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아인하이트가 자랑하는 독일식 감자요리 '브라텐 카토펠'이 테이블에 올랐다. 감자는 껍질 채로 숭덩숭덩 썰어서 약간의 양념을 넣어 삶아낸다. 그리고 이것을 프라이팬에서 지져낸다. 그 과정에서 프라이팬에 닿은 감자는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면서 바삭한 맛을 준다. 대신에 속은 아주 부드러워서 씹을 것도 없이 넘어간다.
거기에 금방 갈아낸 통후추와 말린 허브를 푸짐하게 뿌리고 파마산 치즈로 마무리하면 고소하면서 구수한 감자요리가 완성된다.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이 후추의 향이고 그 뒤는 부드럽고 푸근한 감자에 고소한 버터가 더해져 메쉬드 포테이토 같은 맛이 난다. 튀긴 감자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맥주라는 오해를 깨주는 메뉴였다. 간이 세지 않았음에도 맛이 고소해 청량한 맥주맛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맥주의 쌉싸름한 맛이 적절한 짠맛을 감싸주고, 감자와 맥주의 '무한 리필'을 부른다.
소시지에 대한 자부심도 무척 컸다. 소시지는 독일어로 '부어스트'라고 하는데, 아인하이트에서 쓰는 소시지는 독일의 소시지 명인한테 배워온 한국 분이 만든다고 했다. 국내산 생돼지고기만을 사용한 소시지는 양념과 간이 잘 맞으면서 그야말로 꽉 찬 맛이었다. 지나치게 탱글거리지 않았지만 충분한 탄력을 지닌 데다 소시지인데도 씹는 맛이 있었다. 생고기로 만든 소시지여서 속에 육즙이 가득하고 풍미를 더해줬다. 거기에다 계피가루와 우유, 커리가 들어간 커리소스와의 궁합이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