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침까지 나름 열심히 썼는데 다 못 썼고
오늘 안에도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쓸게요
작년 4월 말에 배우기 시작해서 수업+과제만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고3이라 나중엔 다른 거 해도 뭐라고 안 해서 항상 글 관련된 것만 했어요
공부는 아예 완전히 놨고 수능도 언외 앞부분 빼고 다 찍었어요
수리는 안 봤고 사탐 시간에는 습작 구상할 정도로 신경 안 썼어요
수능 끝난 후엔 학교도 거의 안 나가고 얼마 전 졸업식만 대충 갔다 왔어요
저는 글 하나만으로도 벅찼고 공부 좀 해봤자 어정쩡하게 할테니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안 했어요
정시는 서울예대(수능미반영) 하나만 썼는데 그럴 줄 알았으면 수능을 안 보는 거였는데 돈 아깝네요
수시 때부터 실기 시험 볼 때 안 떨었는데 그건 아마 '현실적으로 내 실력으론 안 되겠다' 싶어서
떨어질 거 이미 인정한 상태에서 글 써서 그런 걸 거에요 완전 이상하죠?
생활패턴이 엉망이라 정시 시험 볼 때 2시간 미만으로 자고 갔는데 컨디션은 좋았어요
이런 말하면 재수없으시겠지만 저는 진심으로 재수하고 싶어서 나름 계획도 있는 상태였어요
시험 자체를 별 신경 안 써서 손난로나 따뜻한 캔음료 또는 좋은 소재 찾거나 습작 퇴고하기 등
이런 거 없이 시험 전 날에는 그냥 아무것도 안 했어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들' 보는데
너무 지루해서 중간에 껐던 기억이 나네요 딱히 논 것도 아니였던 것 같아요
그럴리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도 학교 안 가려고 했어요
이유는 개인적 차원이라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몇 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니까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지 말아주세요 와전됩니당^_^
어쨌든 이런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사장 들어가서는 최선을 다하고 집중했습니다
앉아서 시험 시작 기다리는데 주변에 자신이 쓴 글 꺼내고 읽는 사람들 많았어요
이전에 내가 얼마나 병신같은 글을 썼는지 상관없이 저도 모르게 그 안에선 거만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그냥 쓰지 시험 전까지 붙들고 있으면 잘 쓸 줄 아나? 니네 글 모범적으로 열심히 썼는데
밋밋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 니네 나보다 못 쓰지 이러고ㅋㅋㅋㅋㅋ 뭐 속으로 생각하는 건데 어때요
시제는 <10년 된 친한 친구가 있는데 어떤 오해 때문에 아는 척도 연락도 안 한다 그 오해는 무엇인가?>
이런 내용이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최대한 써 볼게요
1. 친구 아빠(사장) 당구장에서 야간 알바하는 여자가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혼자 생쇼
(비욘세 'fever' 틀어놓고 쟈넷리 스타일로 입고 따라하기 몸매가 안 좋아서 안 어울리는데 자긴 신경 안씀)
2. 몇 달 동안 보이지 않던 친구가 찾아옴 기
3. (과거) 같이 재수했던 친구인데 혼자 대학 붙고 가끔 영업 끝난 후 당구장에 놀러왔음
삼수하면서 알바하는 나는 카운터에서 친구 미니홈피에 자주 들어감
(CCTV로 딴짓하는 거 본 사장한테 문자도 온 에피소드)
친구를 부러워하며(대학말고 외모도 부러워했나?) 돈 모아서 성형할 생각(지방이식?이랑 뭐)
-> 돈 모으는 거 친구한테 말했는데 왔다 간 날 없어지고 그 후로 안 나타남 승
4. 어색한 분위기에서 친구와 대화하다가 '나'가 화내고 둘이 말다툼(밀치기도 했나?) 전
5. 싸우는데 말이 뭔가 안 맞아서 얘기하다가 오해라는 걸 알게됨
-> 돈 훔친 건 사장(CCTV 보고 돈 모으는 걸 알았음 아 앞에서 당구장이 잘 안 된다는 말이 있었던 것 같음
친구는 아빠가 '나'의 돈을 훔친 걸 알고 창피하고 미안해서 갚기 위해 그동안 돈 벌고 있었던 것 결
마지막에 친구가 막 으어어엉 울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나'는 황당하면서 미안하고
저는 기승전결로 디테일한 흐름 완벽하게 해 놓고 써야 안 막히고 중간에 혼란이 안 오니까 그거에 30분 투자했어요
60분 남았으니까 기승전결 각각 15분씩 써야지~ 그래야 했는데 제가 멍청하게 20분으로 계산한 거에요
그래서 승 쓰고 있는데 뭔가 시간이 촉박해서 급하게 썼어요 다 안 썼는데 종쳐서 급마무리 했어요
결말이 맘에 안 들어서 망했구나 하면서 나가는데 다른 사람들꺼 슬쩍 보니까
예쁜 글씨로 문단도 깔끔하게 나눠서 쓰셨더라고요 저도 수시때는 그랬는데 정시 때는 날려썼어요
(원래 날림체이긴 함) 글로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제가 생각할 때 이 글의 포인트를 집어 보면
1. 독특한 첫 문장 2. 캐릭터
이 두갠데 장소가 특별하기도 한가? 모르겠어요 어쨌든 제 생각엔 저 두 개가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샤프를 썼는데 금방 샤프심이 없어져서 필통을 열었는데 샤프심이 아예 없었어요
그래서 다 지우고 볼펜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수정테이프를 갑자기 다 쓴 거에요
안 틀리려고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며 썼는지ㅎㅎㅎ
몇 개 더 말씀드리면 종료 10분 전에 종 치면 퇴실 가능해요
나가는 사람들 꽤 있던데 저는 신기하더라고요
그리고 거기에 벽시계 있는데 뒤에 있으면 필요한 분은 앞에 놔 달라고 하시면 되고
어쨌든 시계 깜박하셔도 당황만 안 하시면 문제 없을 거에요
아직 시작 안 했으면 화장실을 가셔도 되고 뭐 시험 도중에 마실 거 꺼내놔도 상관없고 그래요
2차로 넘어갈게요
노래방에서 일부러 목 쉬어라 실컷 놀고 멍 때리고 있었는데 내일 면접이라는 게 떠올랐어요
면접이면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드니까 어이가 없어서 엄청 웃었어요
이건 좀 심각하네요 심지어 그 전에 친구 만나서 면접 질문대답도 좀 했는데
면접 당일에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왠지 잠을 안 잔 것 같아요
끝나고 다 같이 빵빵 놀기로 했는데 그 때 졸리면 어떡하나 생각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어쨌든 제가 해 뜨고 잘 때도 있어서 이 때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근데 컨디션은 좋았어요
가서 직접 계단 밟아보니까 학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하게 계단 밟고 올라가는데 좋더라고요(?)
면접 기다리는 건 너무 지루했어요 주변에 누가 시집 가져왔던데 그게 딱인 것 같아요 시집 추천해요
아 그러고 보니까 면접 준비 얘기를 안했다 횡설수설해서 죄송해요
저는 시나리오를 하고 싶은데 영화를 많이 본 것도 아니고 뭐 소설도 많이 보지 않았고
딱히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처음에 어떡할까 생각하다가 그래 이게 나다 어쩔래!! 라는 마인드를 가졌어요
짧은 기간에 열심히 해도 모르는 티가 날 것 같기도 했고 괜히 아는 척하는 건 싫어서 딱히 준비한 건 없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질서정연하고 약간 인위적이기도 한 준비된 대답을 또박또박 말하는 것보다
말은 좀 못 해도 있는 그대로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학생이기도 하고
면접 기다릴 때는 좀 긴장됐는데 들어가니까 괜찮았어요
원래 멍청하게 안 보이려고 좀 시크한 척 하려고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웃음이 실실 나오는 거에요ㅋㅋㅋ
의자 옆에 서서 "안녕하십니까 000번 xxx입니다" 하고 앉으라고 하셔서 앉았어요
질문은 전부 장성희 교수님이 하셨고요 제가 대답하면 고개 끄덕이시면서 "아~" 하고
맞장구 쳐주셨는데 질문마다 다 쓰니까 이상해서 뺄게요
대답은 시종일관 실실 웃으면서 했어요
Q> 동아리 활동한 적 있어요?
A> 저는 영어를 좋아하고 친구가 토론을 좋아해서 같이 영어토론반 만들어서 고2때 1년 활동했어요
Q> 우와~ 영어를 잘 해요?
A> 아니요 영어회화 한지가 너무 오래돼서 지금은 바로 하려고 하면 잘 안 돼요
(영어 시킬까봐 웃다가 입꼬리에 경련)
Q> 극작과에는 왜 오고 싶어요?
A> 저는 영화 시나리오 하고 싶어서요
Q> 그럼 재밌게 본 영화가 뭐에요?
A> 그랜 토리노랑 패왕별희요
Q> 그 옛날 영화를..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어요?
A> (제스처하면서 다른 교수님들이랑 눈 마주치기 시작 헛소리도 시작)
제가 원래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걸(좋아하는데).. 예를 들면 선덕여왕?
일단 작가 분도 공이 굉장히 많이 들어서 대단 @#$%@#
한 사람의 일생을 본다는 것도 경이로운 일이고 @%@$#%
Q> 물론 영화쪽 할 거지만 재밌게 본 소설이 있어요?
A> 정미경 작가님 밤이여 나뉘어라요
Q> 어떤 점이 좋았어요?
A> (이건 저도 뭔말인지 이해 안감) 하고 싶은 말을 다양한 것을 통해서..
그냥 국경을 넘어가면서도 말하고..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인물의 행보인데 그 속에서 !$%$#%..
그러니까 저는 사실 스킬이 좋았어요. 제가 그런 거 처음 봐서요(ㅋㅋㅋㅋㅋ자폭)
Q> 소설은 이상문학상을 주로 봐요?
A> 네 이상문학상이나 황순원 문학상을 주로 봐요
Q> 마지막으로 자신의 각오를 말한다면?
A> (기억 안나서 요약)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열심히 해서 제 꿈 이루고 싶어요?
Q> 수고했어요^_^
A> (일어나서 인사)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이라고 하셨을 때 뭐야 벌써 끝이야?ㅠㅠ 생각들면서 아쉬웠어요
저는 사실 난해하고 이상하고 독특한 질문 해주시길 바랐거든요
근데 원래 기본적으로 물어보는 것만 장성희 교수님 한 분만 물어보셨고
대화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오히려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무난하게 잘 봐서 난 많은 사람 중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구나 지치셔서 빨리 보낸 거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저는 이강백 교수님밖에 기억이 안 나요
눈이 크신데 약간 삐딱하게 저를 뚫어져라 보셨거든요
그 눈빛이 잊히지가 않네요 카리스마란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끝나고 나오니까 언니들이 빵이랑 물 주시면서 합격기원 해주셨어요
아 거기 계시는 분들도 굉장히 친절하셨어요 현역이냐고 물어보셔서
맞다고 하니까 풋풋하다고 좋아하셨어요ㅋㅋㅋ
수기는 이걸로 끝낼게요
원래 써놓은 건 12시간 동안 썼는데 결국 새로 썼네요 나름 재밌고 참신하게 썼는데
무슨 수기를 그렇게 오래 썼는지 저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어쨌든 이거 쓰기 전에 고민이 좀 있었어요
도움 될 것도 별로 없고 뭔가 재수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근데 그냥 이런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알려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일단 썼어요
마지막이란 생각을 전혀 안 해서 선생님께 인사도 제대로 안 했는데
어제는 합격발표에도 불구하고 너무 좀..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지금은 실감도 좀 나고 그래요
저는 남들 같은 합격이 아니에요ㅋㅋㅋ
그래서 다른 수기처럼 기쁘고 들뜬 분위기로 여러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이런 말도 하기가 뭔가 좀 그렇네요..
선생님들 상상촌 여러분들 그래도 제가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알아주세요
제가 평소에도 표현을 너무 못해서 죄송해요
이걸로 끝이 아니니까 너무 거창한 말 안 써도 되죠?^_^
모두 행복하세요
첫댓글 수기 쓰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나보네.
고민할 일은 앞으로도 많을거야. (저주하는건 아냐)
지금 자기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불평하는건 나름 멋있는거라고 생각해
지금부터 하고 싶은일 맘껏하면서 즐기길 바랄게.
들뜬 합격은 아니라지만 합격은 진심으로 축하해~
그래도 지금은 좋아졌어요 감사합니다ㅋㅋㅋ
기대 없이 간 학교에서 의외의 기쁨을 찾기 바랍니다. 오히려 잔뜩 기대하고 간 학생들이 자주 실망을 하곤 하죠. 지금처럼 편안하게, 뚜벅뚜벅 가세요. 합격 축하드립니다. ^^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편하네요 감사합니다^_^
스무살의 서문치곤 나름 운치있잖아?
스스로 석연찮다지만 어디까지나 쾌조의 스타트!
ㅋㅋ ^^ 난 노력한 애들이 승리할때 가장 기쁘더라 그러니 더울때 벗고 추우면 껴입자고!
이건 명백히 축하받을 일이걸랑~
그니까 어이어이 기쁘게 넙죽하라 말이다 ㅎㅎ
이질적으로 들리겠지만 네 녀석의 완벽주의는
적당주의라는 한량친구도 좀 만나야 돼 ^^
스무살의 카니발이다 생각하고 학교가면
같은 길에 서 있는 사람들 실컷 만나고
교제하고 세상공부도 좀 하려무나 ^_^
알바해서 고기 사 내!
ㅋㅋㅋ 다음에는 10인분 먹어요~
축하축하축하축하!!!!!!!우리 내년에 설예대에서 만났슴 조켔쑤다 그때 만나면 하이파이브하잨ㅋㅋㅋ여튼 뜻하지 않은(?)대학생활 알차게 잼나게 야무지게 해 내년에 꼭 캠퍼스에서 봅셍>..<
그래그래 정말고맙고 너도 잘지내 담에 보자~
안녕. 송충이.
송충이하니까 너의 눈썹이 생각나는군.
짜게 식어버린 사천 탕수육도.
그동안 수고했다.
니가 예전에 준 쪽지를 보고는 참 마음이 아팠는데..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 나또한 좋구나.
일전에 네이트온 얘기를 많이 해버려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역시 또 쓰다보니 꺼리들이 스쳐가누나.
너무 개인적인 얘기들이라 미처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너와 나누었던 대화와 너의 모습과
그런 것들이 많이 기억날 듯 싶다.
고생했다. 앞으로 또 고생할 일이 많겠지만.
잘 이겨내기 바라고.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수월하고 편한 마음으로 도움을 청하기도 하렴.
축하한다. 송충이. ^-^
네이트온은 뭐죠? i_i
아 탕수육.. 한 3개 먹은
감사합니다 담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