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이미 장마가 시작 되었다는데 비가와도 맛있는 여행은 가야죠?
윤> 관점을 달리하면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더 좋은 여행지도 얼마든지 많습니다.
왜 찌짐이나 칼국수처럼 비 오는 날 더 땡기는 음식도 있쟎아요!
앞으로 비가 와서 더 좋은 여행지도 차차 소개 해 드리도록 하고 오늘은 참 가까우면서도
옛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여행지 성주로 한 번 가 볼까 합니다.
MC> 성주라면 3~40분이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인데 그 곳에는 또 어떤 맛이 숨어 있나요?
윤> 우리 선조들은 청국장, 막장(메주가루로 만듬), 담북장(메주를 급히 삭힘), 지례장(김치국물로 익힘), 두부장(두부를 된장 속에 박아 둠), 가루장(보리쌀 가루메주), 즙장(콩과 밀기울로 만듬), 청태장(청태콩으로 만듬), 깻묵장(깻묵과 메주로 만듬), 빠개장(메주가루를 소금물에 버무림), 등겨장 등 무려 36가지나 되는 이런 장들을 맛있게 잘 담을 줄 아는 며느리를 훌륭한 며느리의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그 중에 경상도에서는 예전부터 보리등겨를 익반죽해 구운 뒤 2~3개월 발효시켜 곱게 빻아 메주가루 넣고 보리밥 넣어 삭혀 먹던 장을 등겨장(시금장)이라 하는데, 제조 과정 중 전분 및 단백질 등의 분해로 생성되는 당분의 단맛 및 구수한 맛이 들고 삭히면 시큼하면서도 톡 쏘는 특별한맛 때문에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우리 지역에서는 이를 ‘딩기장’ 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등겨장은 끓이지는 못하는 장으로 주로 쌈장으로 많이 먹습니다.
특히 입맛 잃은 봄에 봄나물과 함께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입맛이 살아난다고 할 정도 경상도 사람이면 누구나 즐겨 드셨지만 요즘은 만드는 방법조차 생소하고 보리등겨가 귀해져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데요, 이 등겨장을 맛 볼 수 있는 집이 성주에 있습니다.
MC> 우리나라에 장 종류가 그렇게 많은걸 오늘 알았네요 장이 맛있으면 밥맛도 좋겠죠?
윤> 성주읍에 자리한 이 집은 겉모양은 허름하지만 40년이 넘은 집으로 처음 시작한 할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이제 안계시고 지금은 딸이 물려받아 장사를 하는데 성주군에서는 제법 이름을 날리는 집입니다.
원래는 꿩 탕이 유명했으며 겨울 메뉴고 요즘 대표 메뉴인 한정식은 정식, 감골정식, 특감골정식 세 가지가 있는데요, 두부를 지져 육수에 마늘 넣고 살짝 졸인 것이나 신 김치, 우엉조림 같은 반찬이 마치 가정집 밥상같이 정갈한 밥상은 간장과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어 들척지근한 맛이 없고, 고춧가루 사용도 최소화 해 뒤끝이 깔끔합니다.
여기에 제사상에서 자주 보든 황태, 말린 가오리 등의 생선 썬 것과 닭고기, 문어 등을 다시마 넣고 조선간장에 조려낸 반찬을 곁들인 것이 감골정식이며, 여기에 석쇠불고기를 추가한 것이 특감골정식입니다.
일요일은 휴무지만 쉬는 일요일이나 늦은 저녁이라도 예약할 경우엔 식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만원이면 딩기장을 한 통 사서 오실수도 있고요
감골식당 054-933-2416
MC> 깔끔한 밥상과 딩기장 그 맛이 궁금한데요 또 다른 맛 집은?
윤> 성주 댐에서 김천방면으로 나가는 금수면에 30년이 넘은 묵 집이 있습니다.
왜 우리 흔히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 집에 가면 그 마이 무색할 정도로 가격대비 정말 훌륭한 집입니다.
대청마루와 가마솥이 남아 있는 시골집을 식당으로 개조해서 쓰고 있는데, 식당 곳곳 낡은 흔적과 떨어진 문창살 등이 더욱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지요.
마당 한켠에 내일 만들 묵 재료인 메밀도 불려놓고 가마솥에는 미쳐 다 퍼내지 못한 묵이 누룽지가 되어 숭늉이 되어 있고 눈으로 먼저 즐거운 그런 집입니다.
주말 점심시간이면 드라이브 하시는 분들이 물밀듯이 몰려와 마당을 가득 채우는데, 할머니가 도토리묵과 메밀묵을 직접 만들어 파는 집입니다.
네 분이 가셔서 도토리묵, 메밀묵, 보리밥, 고추전에 동동주 까지 이 집 대표메뉴 모두를 다 시켜도 이만원이면 충분한데, 어떤 집은 도토리묵이 탱글탱글하다고 자랑을 하지만 이건 만들 때 전분을 넣어서 그렇고, 진짜 도토리묵은 살짝 떫은맛이 나며 잘 부서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멸치육수에 김가루 신김치 계란지단 얹고 깨소금 살짝 뿌려서 후루룩 한 그릇 드시고, 보리밥에 콩나물 고사리 무채에 상추 손으로 뜯어 넣고 된장과 비지 넣고 비벼서 한 숟가락 뜨면 시원한 시골 바람에 게 눈 감추듯 넘어가는 보리밥이 먼 길 온 보람이 납니다.
그기에 마지막으로 부추에 풋고추 적당히 썰어 넣고 오징어도 좀 넣고 지져낸 부추전에 동동주 한 잔이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음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나이에 따라 입맛도 다르지만 이 집은 지나는 길에 그냥 온 가족이 들려서 정겨움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집입니다.
나올 때 비지 한 봉지 얻어서 나오면 저녁이 기다려지는 그런 집이지요
할매묵집 054-932-5173
MC> 가격이 참 착한 그런 집이군요 또 소개 해 주실 집이 있나요?
윤> 이 집은 위치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월향면에서 왜관으로 가는 국도변에 있으며 간판대신 장승이 서있고 그 장승에 촌두부 칼국수 부침개 같은 메뉴를 적어서 세워 뒀습니다.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쌓아 멋을 낸 입구에 흐름한 이 집은 들어서면 말벌집이 대롱대롱 달린 실내 공간이 친근한 느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데, 난로와 고장난 시계, 원숭이 조각상 등 토속적인 느낌의 소품들과 6~70년대에 우리가 쓰던 흑백TV, 재봉틀, 풍로, 쟁기 같은 잡동사니를 모아두어 옛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데,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 집 주 메뉴는 매일 만드는 시골집 느낌의 두부가 전문점입니다.
막 썰어 담은 촌두부에 양파 당근 미나리 부추와 버무린 겉절이 김치가 새콤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매운맛이 뽀얀 속살의 탱탱한 고소한 두부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집에서 가장 좋았든 메뉴가 따로 있는데요 비빔국수입니다.
제가 사실 비빔국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 집의 비빔국수는 정확하게 말하면 비빔 칼국수라 해야 할까요!
오이 채 썰고 계란지단을 고명으로 얹고 김가루 뿌려낸 국수가 우리가 아는 소면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칼국수 같은 넓은 면을 삶아 찬물에 행궈 찰지고 쫀득한데 그렇게 맵거나 달지 않으며 시원하게 새콤한 비빔장이 깨소금 씹히는 고소함까지 더 하고, 파 듬뿍 썰어 넣은 육수 한 숟가락 입안으로 떠 넣으면 양념 머금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는 것이 자꾸만 땡깁니다.
바깥에서 키우는 닭들과 개도 시골집 분위기를 연출하고 집 뒤편에 작은 계곡에 물이 졸졸 흐르고 여름에는 평상 펴고 여기서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촌두부 054-933-7636
MC> 가까운 성주에 우리입맛에 맞는 토속음식들이 많군요 맛있게 먹고 성주에서는 뭘 보고 오면 좋을까요?
윤> 가야산 북쪽 자락의 성주 땅은 그 아름다움이 외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깊기도 하거니와, 전해오는 이야기들도 깊고, 그곳에 깃든 정신 또한 깊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성주여행은 ‘만귀정’에서부터 거꾸로 거슬러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맑은 계류가 흐르는 옥계천변에 들어선 만귀정은 정자 입구까지 차로 오를 수 있어 차를 두고 걸어봐야 5분 거리도 안되지만 뒤로 우뚝 솟은 가야산의 칼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주변의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만귀정을 나와 성산 이씨의 집성촌인 한 개마을로 들어서면 소박한 돌담을 따라 오래 묵은 ‘북비고택’ ‘한주종택’과 200여년 전 제주도에서 올라와 이제 귤나무는 가시가 돋친 탱자가 된 ‘교리댁’ 같은 한옥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도처에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한옥마을의 정취는 무딘 글 솜씨로는 차마 형언해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대가천을 오르내리며 경관이 뛰어난 아홉 곳을 골라 하나하나 이름을 붙인 ‘무흘구곡’이나 성주댐을 지나면서 펼쳐지는 드라이브 코스의 풍광은 가히 점입가경입니다.
성주에서는 세종대왕자태실도 건너 뛸 수 없는 곳입니다.
선석산 자락 아래 마치 호위하듯 산들이 삼면을 둘러싼 한가운데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 정상에 수양대군(세조)을 비롯한 세종대왕의 적서 18명 중 큰아들 문종을 제외한 17왕자의 태실과 단종의 태실이 있습니다.
성주 땅은 수많은 이야기들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가득 찬 곳이며, 그 아름다움을 만나보려면 이번 주말 성주로 한 번 가보시죠.
MC> 찾아가는 길은?
윤> 대구에서 성서를 지난 30여분이면 성주에 닿습니다.
만귀정과 무흘구곡, 독용산성, 회연서원은 성주읍에서 서쪽으로 치우쳐 있고, 한개마을은 읍의 동쪽에 있습니다. 이동의 효율성으로만 보자면, 만귀정과 독용산성 무흘구곡을 둘러본 뒤에 회연서원을 거쳐 한개마을과 세종대왕자태실의 순서대로 도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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